HP “제조·설계 분야 VR 도입, 우리가 주도할 것”

입력 2018.09.11 06:06

"제조와 건축, 설계 및 디자인 등 기존 산업 분야에서 VR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틀을 닦겠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그리고 이들을 결합한 융합현실(MR)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시각적인 혁신을 가져올 기술로 꼽히고 있다. 그만큼 인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C 기업들들은 VR 및 AR 기술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컴퓨터 및 프린팅 솔루션으로 친숙한 HP 역시 그중 하나다. 특히 HP는 일반 소비자용 VR 및 AR 시장에 주로 관심을 두는 여타 ICT 기업들과 달리 제조, 설계, 디자인 등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서의 VR·AR 기술 도입과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IT조선은 9월 5일부터 9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VR 축제 ‘코리아 VR 페스티벌(KVRF) 2018’에서 폴 마틴(Paul Martin) HP VR 사업 부문 최고 기술 책임자(CTO)를 단독으로 만나 산업 현장에서 HP의 VR 전략과 전망 등을 들어봤다.

폴 마틴(Paul Martin) HP VR 사업 부문 최고 기술 책임자. / 최용석 기자
마틴 CTO는 "가상현실 기술은 이미 제조와 건축, 설계 및 디자인 등의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서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며 "실물이나 모형을 만들지 않고서 결과물을 가상현실로 미리 보고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본격적으로 제조, 건축 등의 산업 현장에 VR 기술을 적용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가장 큰 문제로 3D 그래픽 포맷의 차이를 들었다.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3D 포맷과 VR 업계에서 사용하는 3D 그래픽 포맷이 서로 달라 중간 작업물을 VR로 구현하기가 어려웠다는 것. 일부 디자인 및 CAD 솔루션이 자체적으로 VR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해당 솔루션 내에서만 이용 가능한 폐쇄적인 기능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HP가 3D 그래픽 엔진 전문기업 에픽게임즈와 함께 준비하고 있는 ‘VR 런치 킷’은 기존에 CAD 및 디자인 솔루션으로 작업한 결과물을 간편하게 VR로 전환해서 미리 볼 수 있는 범용성과 호환성을 제공한다.

마틴 CTO는 "VR 런치 킷은 현재 베타 버전으로, 아직 CAD의 모든 메타 데이터를 VR로 완전히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에픽게임즈와 함께 CAD 및 디자인 작업물의 모든 데이터를 VR로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HP가 산업 현장에서의 VR 기술에 관심을 두는 것은 이미 VR 기술이 자사 워크스테이션에서 다루는 차세대 핵심 기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제조와 설계, 디자인 등의 산업 현장에서 HP의 워크스테이션 사용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자연스럽게 VR 처리 성능과 관련 기능 도입에도 앞장서게 됐다는 것.

그는 지난해 선보인 업계 최초의 ‘Z VR 백팩 G1 워크스테이션’도 일반 데스크톱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가상현실에 접근하기 위한 HP의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VR 환경에서의 작업에 최적화된 HP의 ‘Z VR 백팩 G1 워크스테이션’ / IT조선 DB
한편, 마틴 CTO는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VR 기술의 확산이 더딘 이유로 현재의 가상현실 구현 기술이 아직 소비자의 눈높이에 충분히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VR 기술에서 가장 극복해야 할 부문은 ‘시각화’ 기술이라고 마틴 CTO는 강조했다.

물론, 더욱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VR 경험을 제공하려면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의 오감을 모두 만족해야 하지만, 모든 감각 중에서도 시각의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VR 기술 역시 ‘화질’을 최우선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사람의 눈은 VR HMD(가상현실 헤드셋)를 착용할 때 1도의 시야각 내에서 최대 60x60개 픽셀을 인식할 수 있다. 반면 현재 가장 좋은 VR HMD의 경우 1도의 시야각에서 15x15픽셀밖에 보여주지 못한다. 그만큼 가상현실의 질이 떨어지고, 이질감도 클 수밖에 없다"며 "시각적으로 자연스러운 가상현실을 구현하려면 디스플레이 화질이 지금보다 16배 이상은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을 둘이나 보유한 만큼, 향후 이 분야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등과 비교해 정부가 VR 및 AR 등의 분야에 관심을 두고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것과, 소비자들 역시 각종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높은 것이 감명 깊다고 평했다.

마틴 CTO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가상현실 기술은 이미 엔터테인먼트 분야뿐 아니라 제조, 설계, 디자인,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산업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HP는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VR 기술을 도입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 더욱 노력할 것이다"며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VR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다소 주춤한 상황이지만, 산업 시장에서 먼저 VR 기술이 보편화되고 생태계가 활성화되면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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