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ICO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알아볼 것’이라 공지했다. 하지만, ICO의 역사와 현황을 다룬 글은 이미 넘칠 정도로 많았다. 구태여 그 많은 정보에 하나를 더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기에, 이번에는 ‘ICO의 진행 과정’을 이야기하려 한다.

만일 여러분이 훌륭한 블록체인 관련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사업화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한번쯤 들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벤처캐피탈을 설득, 투자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안으로 창업을 위해 ▲모아 둔 돈을 쓰거나 ▲대출을 받거나 ▲작은 액수를 투자하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요구하는 엔젤투자자를 찾는 방법이 있다.

모아 둔 돈을 쓰자니 사업 초기 리스크가 높아 불안하고, 남의 돈을 빌리고 싶으면서 엔젤투자자가 원하는 지분을 주고 싶지 않다면, 자연스레 ICO로 눈이 가게 된다.

지금까지 성공리에 진행된 ICO들은 아주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ICO 과정은 진행 주체와 법률자문, 그리고 ICO 전문 컨설턴트에 의해 구체화되는 만큼 프로젝트 마다 상이할 수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부분의 ICO는 아래 네단계 접근방식을 따른다. 큰 그림을 제공하기 위해 대표성을 갖춘, 굵직한 ICO 접근방식 네단계를 차례로 설명한다.

단계 A: 사전발표

스타트업이나 잠재적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자본을 조달하려면, 매력적인 소문을 퍼뜨려 최대한 많은 예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ICO의 사전발표는 주요 가상화폐 포럼(비트코인톡, 레딧 등)에서 이뤄진다.

사전 발표에는 ‘프로젝트 목적’과 ‘로드맵 요약’이 포함된다. 프로젝트만의 독특한 특징뿐 아니라 실행 팀, 멤버, 그들의 전적, 실적과 같은 추가정보도 들어간다. 이는 잠재 투자자들이 프로젝트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ICO팀은 사전발표 결과 및 피드백을 분석,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도를 측정하고 그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한다. 첫 번째 단계의 결과물은 ‘최종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는 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ICO의 ‘최종 제안서’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다.

단계 B: 제안(Offer)

제안은 ICO의 필수 요건, 프로젝트 방향성과 목표를 제시한다. ICO 참가 투자자 집단을 지정하며 ICO 마감일도 공시한다. ICO 프로젝트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한 토큰의 특성 및 가치도 제안 단계의 제안서에 포함된다.

ICO 제안서는 토큰의 기술적 특성과 혁신성을 포함하고, 토큰이 가진(법적 권리를 포함한) 모든 권리를 원칙적으로 포함한다. ICO 제안서가 발행되고 ICO 주체가 제안서에 사인을 한 후, 토큰 판매 시작일이 발표되고 발행회사가 다음 단계를 시작한다.

단계 C: 마케팅 캠페인

ICO를 하는 주체 대부분은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이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 아니다. 따라서 ICO를 알리려면, 성공리에 마치려면 마케팅 캠페인은 필수다.

마케팅에 익숙하지 않은 스타트업의 특성상, 전문 에이전시가 고용돼 다양한 컨퍼런스, 로드쇼 등을 선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마케팅 캠페인은 평균 한달쯤도 유지된다.

대상자는 고래(whale)라고 불리는 자금을 가진 개인, 기관투자자, 자산규모가 크지 않은 개인 투자자 등 폭넓다. 이 단계가 지난 후 토큰을 판매·구매하는 프로세스가 시작된다

단계 D: 토큰 판매

마케팅 캠페인을 성공리에 마무리하면 비로소 ICO가 시작된다. 이 때 ICO를 위한 ‘토큰’이 출시된다. ICO의 주체인 스타트업의 전략 혹은 목적에 따라, 토큰은 거래를 위해 무료 혹은 유료로 배포될 수 있다.

ICO 프로젝트의 목적이 ‘참여자에게 투자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제품 또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라면, 제품 또는 플랫폼이 개발된 후에 토큰을 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A~D단계의 ICO는 아주 일반적인 진행과정이다. ICO의 성격 및 경우에 따라 위 단계중 하나쯤은 뛰어넘을 수도 있다. 반대로 어느 단계는 더욱 자세히 나뉘어 진행될 수도 있겠다.

극초기, 게다가 거의 검증되지 않은 프로젝트를 내세워 다수의 투자자를 모집, 자본을 조달한다는 측면에서 ICO의 동기 및 목적은 크라우드펀딩의 그것과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ICO의 자본 조달 과정은 크라우드펀딩과는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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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대체투자입니다. 현재는 중소기업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우베멘토의 리서치 자문과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하여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