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 서브스크립션(구독)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구독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자동차 소유 방식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서브스크립션을 도입하겠다는 자동차 브랜드는 없다. 시장 성숙도나 제도, 법규의 미비가 분위기를 만들어 주지 못한 탓이다.
월 이용료만 내면 자유롭게 자동차를 탈 수 있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최근 미국에서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카셰어링(차량공유), 라이드셰어링(탑승공유), 카헤일링(차량호출)에 이은 새 모빌리티 서비스로 여겨지는 데다, 자동차 회사 역시 공유경제로 위축이 불가피한 자동차 판매에 새 활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서브스크립션은 기존의 리스나 렌털 개념으로 존재했던 ‘빌려타기’에 근간을 두고 있다. 그러나 서브스크립션이 리스와 렌털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단순 빌려타기가 아닌, 개인 맞춤형이라는 점이다. 원한다면 차종을 마음대로 바꿔 탈 수도 있고, 이용 기간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다.
이미 포르쉐, 볼보, 캐딜락, 렉서스, BMW 등이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에 들어갔다. 서비스 방식은 약간씩 다르지만 정기적으로 이용료를 내고 차를 쓰는 방식은 동일하다. 최근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발표한 현대차 역시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의 도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제도나 법규 등이 비교적 보수적인 탓이다. 서브스크립션은 고사하고, 카셰어링이나 카헤일링 사업도 법규와 기존 기득권에 막혀 정상적인 서비스가 거의 힘들다. 따라서 자동차 회사로서는 서브스크립션에 섣불리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법과 제도가 마련됐다 하더라도 현대·기아차를 제외하고는 서비스에 뛰어들만한 여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수입차의 경우 국내 수입사의 규모를 살펴봤을 때, 인력과 자원이 부족하는 게 업계 설명이다. 별도 팀으로 집중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한국형 서브스크립션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다면 내일부터라도 서비스가 시작될 수 있다. 바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렌터카 업계가 관심을 갖고 집중하는 장기 렌터카를 한국형 서브스크립션으로 발전시킬 수는 없을까? 장기 렌터카는 보험료, 세금, 관리유비지 등을 모두 월 이용료에 포함해 서비스하는 대여 방식으로, 일정기간 계약을 통해 차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계약이 년단위로 이뤄져 일반적인 서브스크립션 기간에 비해 길고, 중간에 차종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한국형 서브스크립션에 대입하면 브랜드 계약을 통해 다수의 차종을 카셰어링 업체가 매입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6개월~1년 단위 계약을 통해 대여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장기 렌터카가 서브스크립션이나 월 이용료만 내면 되는 구조여서 이용자가 세금이나 보험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세단을 이용하는 중간에 SUV로 바꿔 타거나, 다른 동력계를 일정 기간 이용해보는 것은 서비스 업체가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다.
한국형 서브스크립션이 도입될 경우 자동차 회사는 카셰어링 기업에 안정적인 판매 활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초기에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어 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담당하는 팀을 회사 내부에 둘 필요도 없다. 이를테면 카셰어링 업체가 일종의 외주업체가 되는 셈이다.
카셰어링 업체는 단조로운 단기 대여에서 벗어나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자에게 제시할 수 있다. 현재의 카셰어링은 대여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고, 이는 기존의 사업과 차별점이 전혀 없다. 그들이 말하는 진정한 ‘이동 혁신’은 없었던 셈이다. 사업 구조도 단기와 장기로 다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의 경우 길게 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리고 한 브랜드의 여러 차를 폭넓게 쓸 수 있다는 부분도 나쁘지 않다. 결국 브랜드 경험은 새로운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