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에 부는 직구 열풍…이유는?

입력 2018.09.13 06:00

TV나 청소기 등 가전제품부터 브랜드 의류 등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소비 패턴으로 떠오른 해외 직구(직접 구매)가 PC 시장에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기존에는 노트북이나 태블릿, 모니터 등 완제품이 해외 직구의 주요 대상 품목이었지만, 최근에는 CPU와 메모리, 그래픽카드, SSD 등 핵심 부품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특히 국내에도 공식 채널을 통해 정식으로 수입되어 판매 중인 제품도 해외 직구를 하는 경우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보다 싼 가격을 이유로 PC 부품들의 해외 직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인텔 8세대 CPU 제품군. / 아마존 갈무리
PC 시장에서 직구 열풍이 부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이다.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크고 물동량이 많아서 공급가 자체가 훨씬 저렴한 데다, 유명 쇼핑몰을 중심으로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을 빈번하게 진행하다 보니 배송비나 관세, 부가세까지 고려해도 국내 정식 출시 가격보다 저렴한 경우가 적지 않다.

아마존 같은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일부 상품은 한국까지 직배송이 가능한 경우도 많아 국내 쇼핑몰을 이용하는 것처럼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직구 구매의 매력이다.

직구 품목은 주로 고급형 CPU와 고성능 그래픽카드, 고용량 튜닝 메모리 모듈처럼 기본 가격대가 높은 제품인 경우가 많다. 고가 제품일수록 할인 폭이 더욱 크고, 그만큼 국내 판매 가격 대비 이익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전 암호화폐 채굴 열풍으로 인한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이나, 요즘 현재진행 중인 CPU 부족 현상처럼 특정 품목의 가격이 급상승하는 경우에 해외 직구 비중도 덩달아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 따라 사양이나 구성이 변경될 수 있는 가전제품과 달리, PC 하드웨어 규격은 전 세계 공통이다. 일부 제품(유무선 공유기 등)을 제외하면 직구 제품과 국내 정식 출시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 차이가 전혀 없는 것도 해외 직구에 거리낌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가전제품과 달리 해외에서 직구한 PC 부품은 국내에 정식 지사나 공식 서비스센터가 있어도 정식으로 AS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품에 이상이 생겨도 해외 판매자나 해당 국가의 지역 서비스 센터와 직접 상담해야 하고, 직접 RMA(Return Merchandise Authorization)를 신청해 지정 서비스 처로 보내야 한다. 그 때문에 한 번 서비스를 받으려면 짧게는 1주일~10일에서 길게는 3주에 이르는 긴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국내 가격과 해외 가격의 차이가 클 때 해외 직구도 늘어난다. 그래픽카드도 해외 직구를 많이 하는 제품 중 하다. / IT조선 DB
그런데도 소비자들이 PC 부품 직구에 나서는 이유는 AS를 포기할 만큼 가격 측면의 메리트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CPU나 메모리 모듈 등은 초기 불량만 없으면 사용 중에 고장 날 확률이 낮아 AS나 RMA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어서 직구 품목으로 인기가 높다.

최근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인텔 8세대 코어 i5-8600K 프로세서의 경우, 7월 기준 27만원대던 제품이 요즘 40만원대까지 급등했다. 반면, 미국 아마존의 경우 전 세계적인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50달러(약 28만원, 세금 및 배송비 제외)로 오르기 전 국내 가격과 비슷하다. 배송비와 부가세까지 고려해도 약 30만원 초반대면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발생하는 차액만으로도 더 큰 용량의 SSD를 선택하거나 메모리를 추가로 늘릴 수 있다.

가끔은 해외 대비 이해할 만한 가격으로 출시되더라도 종종 해외 직구를 추진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 수입 유통사의 AS가 영 시원치 않아 차라리 해외 RMA가 나은 경우다.

국내 유통 시장에 대한 불신도 직구 열풍의 이유 중 하나다. 해외 직구의 대표 상품인 TV처럼 같은 제품임에도 해외보다 국내 정식 출시 가격이 유난히 비싼 경우가 많다 보니 더욱 그런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다, 재고 부족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가격이 실시간으로 폭등하고, 공급이 정상화된 후에는 예전 가격대로 회복이 느리게 진행되는 상황을 여러번 겪으면서 국내 PC 유통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전 그래픽카드 대란과, 이번 CPU 공급 부족 상황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처음 국내에 가격 비교 사이트가 등장할 때만 해도 각 업체의 판매 가격이 어느 정도 투명하게 공개되고 가격 경쟁 요인이 있었지만, 요즘은 물량을 확보한 중간 유통상이나 대형 대리점들이 판매 가격을 수시로 바꾸면서 일반 판매점에 공급하는 상황이다"며 "정상적인 가격으로 내놓으면 공급처에 찍혀 물건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장사를 계속하려면 불합리한 가격으로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C 부품 해외직구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믿을 수 없는 국내 가격’이란 것은 한 번쯤 짚어볼 문제다. 해외 직구에 맛을 들인 소비자들은 이미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직구의 장점과 노하우, 해외 RMA 경험 등을 공유하고 있어 당분간 ‘직구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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