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우리 삶을 바꾼다. 영화에 등장한 안내·서빙·조리·해설 로봇이 우리나라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모터를 비롯한 구동계, 고효율 배터리, 자율 동작을 돕는 인공지능 등이 로봇을 현실로 이끌었다. 곳곳에서 움직이는 로봇의 활약상과 미래를 전망한다. [편집자주]

"어?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피자를 가져다주네?"

8월 초, 서울시 목동 소재 피자헛 목동 중앙점을 방문한 소비자들은 탄성을 질렀다. 테이블 곳곳을 누비며 피자와 음료를 배달하는 서빙 로봇 ‘딜리 플레이트(Dilly Plate)’를 만난 덕분이다. 체스 말처럼 생긴 딜리 플레이트는 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출신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미국 실리콘밸리 로봇 기술 기업 베어로보틱스(Bear Roborics)에 200만달러(21억원)를 투자, 2017년부터 배달 특화 로봇 딜리 플레이트를 개발하고 있다. 딜리 플레이트의 이름 자체가 ‘접시를 배달하는 부지런한 로봇(The diligent robots that deliver plates)’이라는 의미다.

5월, 우아한형제들은 충남 천안 소재 푸드코트에서 딜리 플레이트를 시범 운영했다. 퉁행 인원이 비교적 적은 실내, 제한된 공간에서의 운용 경험을 쌓기 위한 것이었다. 이곳에서 쌓은 노하우가 피자헛에서 일할 딜리 플레이트를 더 똑똑하게 만들었다.

피자헛에서 일하는 딜리 플레이트. / 우아한형제들 제공
피자헛에서 일하는 딜리 플레이트. / 우아한형제들 제공
피자헛에서 19일까지 시범 운용된 딜리 플레이트는 1.0버전에 해당한다. 초기 모델이지만, 실력은 만만찮다. 최대 22㎏ 중량의 음식을 나르고, 실내 환경을 2D 공간 데이터 수집 센서와 3D 카메라로 미리 조사해 가장 알맞은 배달 경로를 스스로 찾아낸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이 로봇이 ㎝ 단위로 정밀하게 주행한다고 강조한다.

딜리 플레이트는 사람과 거의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사람이나 장애물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멈추거나 피한다. 하지만, 장애물 회피 기능이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어서 배달 중 음식을 떨어뜨리는 등 몇차례 사고를 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사람처럼, 딜리 플레이트 역시 충전 후 8시간 주행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측은 딜리 플레이트가 하루 80~100회쯤 서빙 업무를 담당했고, 예상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주안점은 사람의 서빙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지, 기존 업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였고, 결론은 ‘가능하다’였다. 피자헛 역시 딜리 플레이트를 서빙 로봇으로 인정하며 만족했다고 한다.

이번 시범 운용 결과를 배우고 나면, 딜리 플레이트는 더 똑똑해진다. 한번에 쟁반 여러개를 다루고, 전원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충전 스테이션으로 귀환한다. 내장된 사운드 인터페이스로 대화형 서비스도 구축된다. 딜리 플레이트 여러대가 같은 매장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서빙하는 모습도 곧 볼 수 있게 된다.

우아한형제들은 음식점 외에 아파트 단지, 주상복합건물 등 한층 복잡한 곳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딜리플레이트를 개선한다. 궁극적으로는 현재 사람이 하는 배달 업무 전반을 수행 가능한 ‘자율주행 로봇’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딜리 렌탈 및 유지보수 서비스도 기대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한 관계자는 "딜리 플레이트를 꾸준히 개선, 요식업 종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로봇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