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2017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미국에서 지출한 로비활동 자금이 118만5000달러(13억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철강 반덤핑 관세 부과 등 수입규제 강화로 포스코의 대미 수출이 사실상 중단되자 대규모 자금을 들여 로비에 나선 것이다.

14일 미국 로비자금 지출 정보를 공개하는 비영리기구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포스코는 통상 현안 해결을 위한 로비자금으로 2017년 77만5000달러(8억7000만원), 2018년 상반기 41만달러(4억6000만원)를 사용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 포스코 제공
최정우 포스코 회장. /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 118만5000달러는 포스코의 미국 자회사인 포스코 아메리카와 포스코가 고용한 미국 대형 로펌 ‘아놀드 & 포터 케이 숄러·그린버그 트라우리그’ 각각이 지출한 비용을 합한 금액이다.

포스코는 2003년 이후 14년 만인 2017년 로비활동을 재개했다. 2017년 초 워싱턴 DC에 포스코 아메리카 산하 통상 사무소를 열고 로비스트 두 명을 고용했다. 2003년 포스코와 US스틸의 미국 합작법인인 USS-포스코는 로비를 위해 10만달러(1억1200만원)를 사용한 전례가 있다.

포스코가 쓴 로비자금 규모는 같은 기간(2017~2018년 상반기) 삼성전자가 지출한 571만달러(64억원) 대비 5분의 1수준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로비자금이 2016년 18억3700만원에서 2017년 39억2000만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고, 포스코 매출(60조원)이 삼성전자 매출(240조원) 대비 4분의 1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 역시 거액을 로비에 투입한 셈이다.

북미시장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대비 포스코의 로비자금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북미시장 매출은 2017년 81조196억원으로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34%를 차지한다. 반면 포스코의 2017년 매출 중 수출액은 86.8%며, 이 가운데 북미 지역 수출 금액은 1조9470억원이다. 포스코 전체 매출 중 8.8% 수준에 불과하다.

7월 27일 포스코 수장을 맡은 최정우 회장은 취임 당시는 물론 철강업계 주요 행사에서 통상 문제 해결에 대한 의견을 계속 피력하고 있다. 향후 포스코의 대미 로비자금 지출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는 최 회장 취임 이후 구체적인 대미 통상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또 효율적인 로비활동을 위해 미 통상 관련 정보를 정부와 수시로 교류하는 중이다.

최진혁 산업통상자원부 철강화학과장은 "포스코의 대미 로비활동은 자체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다"며 "미 대사관 상무관과 포스코 측은 현지에서 입수한 통상 정보를 수시로 주고 받으며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