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파괴] ⑪중세유럽 왕족의 '근친상간' 묘사한 동화 이야기 '쥐가죽 공주'

입력 2018.09.15 06:00

월트디즈니는 비극적이거나 성관계나 폭력적인 내용으로 그려진 원작 동화를 손주부터 할아버지까지 온가족이 즐겨보는 명작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키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원작이 비극으로 이야기를 끝맺음 되거나 성(性)적 혹은 폭력적인 묘사로 어린이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작품이라 할지라도 디즈니의 손길을 거치면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작품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영감을 준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와 독일의 그림 형제가 만든 동화책은 살인·폭력·성관계·근친상간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어린이에게 보여주기 힘든 내용을 담은 이야기가 다수 존재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잔인하거나 성 묘사가 강한 이야기는 삭제되거나 수정됐지만 기록을 통해 현재까지 본래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편집자 주]

1812년 초판이 나온 그림동화는 성서 만큼 전 세계 사람들에게 폭넓게 읽힌 책 중 하나다. 1857년 일곱번째 수정본 기준으로 총 200편의 이야기가 담겼으며, 160개 언어로 번역됐다.

그림동화는 애초 어린이를 위해 나온 것이지만, 초판의 일부 이야기는 잔인하면서도 성(性)적인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자인 그림 형제는 총 일곱 번에 걸쳐 그림동화 리뉴얼 버전을 내놓았고, 내용도 지속적으로 순화했다. 34편의 이야기는 책 리뉴얼 과정에서 삭제됐다.

‘당나귀 가죽’ 관련 일러스트. / 위키피디아 갈무리
이번 주 소개하는 그림동화의 ‘쥐가죽 공주(Prinzessin Maeusehaut)’와 ‘1000개의 가죽(Allerleirauh), 샤를 페로의 ‘당나귀 가죽’의 이야기 주제는 당시에도 민감했던 ‘근친상간’이다. 종교계는 금기시 했지만 중세 유럽의 많은 하노버왕가 등 왕족은 근친상간에 익숙했다.

이 중 쥐가죽 공주는 샤를 페로 동화의 ‘당나귀 가죽’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삭제됐고, 직접적인 근친상간이 묘사된 ‘1000개 가죽’ 이야기는 내용이 보강되며 살아남았다. 최근에는 TV 드라마로도 제작뙜다.

◇ 딸과 결혼하려 했던 아버지 이야기 담은 ‘쥐가죽 공주’

‘쥐가죽 공주’ 이야기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고 관련 자료 역시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옛날옛적 어느나라 왕비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세 딸을 가진 왕은 죽은 왕비를 대신해 아내 역할을 할 딸을 고르는데, 그 기준은 딸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여부다.

첫째 딸은 왕국 만큼이나 아버지를 사랑한다 말했고, 둘째는 세상의 모든 보석만큼 그를 사랑한다 고백했다. 문제는 셋째 딸이었다. 셋째는 ‘소금’ 만큼 아버지를 사랑한다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왕은 분노한다. 병사를 시켜 셋째 딸을 죽이라고 명령하기에 이른다.

구스타프 드레의 ‘당나귀 가죽’ 관련 일러스트. / 위키피디아 갈무리
셋째 공주에게도 충복이었던 병사는 공주에게 도망갈 것을 권했고, 공주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감출 수 있는 ‘쥐가죽’을 뒤집어 쓰고 남자 행세를 하며 이웃나라 왕의 시종으로 살아간다.

어느 날 이웃나라 왕은 자신이 신고 있던 구두를 남자 시종 행세를 하는 공주의 머리에 던지며 어느 나라 출신인지 묻는다. 시종은 왕에게 "사람 머리에 구두를 던지지 않는 나라에서 왔습니다"라고 말했고, 시종의 품격에 놀란 왕은 자신의 하인을 시켜 남자 시종을 염탐하라고 지시를 내린다.

왕의 하인은 시종의 방에서 공주가 끼던 반지를 발견하고 왕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왕은 시종이 반지를 어딘가에서 훔쳤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를 불러내 추궁을 한다. 이 시종은 왕의 추궁에 더 이상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쥐가죽을 벗어 금발머리에 아름다운 외모를 갖춘 공주의 모습을 왕 앞에서 드러낸다.

왕은 남자 시종 행세를 했던 공주의 아름다움에 단번에 마음을 뺐긴다. 사랑에 빠진 왕은 공주에게 청혼을 했고, 공주는 왕의 구혼을 받아들였다. 여왕이 된 공주는 결혼식에 자신을 죽이려 했던 아버지를 초대해 소금으로 간을 맞추지 않은 맛 없는 음식을 대접한다. 여왕의 아버지는 화려한 결혼식에 비해 음식 맛이 형편 없다는 것에 화가 났고 이에 대해 불평했다.

그 때 새 여왕이 아버지에게 다가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죽임을 당할 뻔했던 과거의 일을 설명한다. 여왕은 자신이 언급한 소금이 세상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밝힌다. 아버지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여왕이 된 딸에게 용서를 구하고 딸은 아버지의 용서를 받아들인다.

◇ 근친상간 묘사한 그림 형제의 ‘1000개의 가죽’과 페로의 ‘당나귀 가죽’

그림동화 초판에 실렸던 ‘쥐가죽 공주’가 삭제된 까닭은 그림형제보다 앞서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가 ‘당나귀 가죽(Peau d'Âne)’이란 이름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먼저 소개했고, 그림동화에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1000개의 가죽(Allerleirauh)’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삭제된 쥐가죽 공주의 경우 아버지와 잠자리를 같이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공주가 도망을 간다고 나오지만, ‘1000개의 가죽’ 결말에서는 딸이 아버지와 결혼을 한다.

2012년작 드라마로 만들어진 ‘1000개의 가죽’. / IMDb 갈무리
쥐가죽 공주의 원판이라 할 수 있는 ‘당나귀 가죽’은 1697년 ‘교훈이 담긴 옛날 이야기 또는 콩트(Histoires ou contes du temps passé. Avec de moralités Contes de ma mère l'Oye.)’라는 책을 통해 소개됐다.

이야기에는 쥐가죽이 아닌 당나귀 가죽을 덥어쓰고 아버지의 구혼을 피해 이웃나라로 도망가는 공주가 등장하며, 잠깐 드러난 공주의 외모에 넋을 잃은 이웃나라 왕자가 청혼을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공주를 사랑했던 왕은 딸에 대한 욕정을 가라앉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한다.

반면, ‘1000개의 가죽’에서는 공주가 근친혼을 피하기 위해 1000가지 종류의 동물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아버지로부터 도망치지만, 아버지가 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성의 무도회에 참여하는 등 모순된 모습을 보인다.

가죽옷을 입고 숲으로 나간 공주는 동물로 착각한 사냥꾼에게 잡혀 다시 성으로 돌아온다. 성에서 자신의 모습을 감춘채 주방에게 일을 하는 공주는 어느 날 성에서 열린 무도회에 아버지가 준 황금 드레스를 입고 참석하고, 아버지에게 모습을 드러내기 전 무도회장을 떠난다.

두 번째 무도회에 달의 드레스를 입고 참석한 공주는 왕의 눈에 들고, 공주는 곧바로 아버지인 왕의 눈을 피해 자리를 뜬다. 공주는 가죽옷을 입은 지저분한 모습으로 주방일을 하지만, 아버지가 먹을 스프에 아버지에게서 받은 반지를 고의로 빠뜨리는 등 관심을 받으려 한다. 스프에서 반지를 발견한 왕은 가죽옷을 입은 주방일꾼을 부르지만, 공주는 결국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드라마 ‘1000개의 가죽’ 한장면. / IMDb 갈무리
공주는 세 번째 무도회에서 별의 드레스를 입고 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별 드레스를 입은 금발의 여성이 자신이 사랑하는 딸 공주라는 것을 직감한 왕은 그녀의 뒤를 쫒지만 공주는 왕의 눈을 피해 도망간다.

공주는 이번에는 왕이 먹을 스프에 황금 실타래를 넣는다. 왕은 딸이 자신의 곁에 있다고 확신하고 스프를 만든 주방일꾼을 불러 가죽 옷을 벗긴다. 그러자 금발의 아름다운 미모를 한 공주가 나오고, 아버지는 딸에게 구혼하고 결혼에 골인한다.

1000개의 가죽 이야기는 최근 독일에서 TV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문학계에서는 그림 형제의 쥐가죽 공주와 1000개의 가죽, 샤를 페로의 당나귀 가죽 이야기 등이 왕의 근친상간에 대한 갈망을 그렸고, 이야기에 등장하는 신하 등 제3자을 입을 빌어 근친혼을 비판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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