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에 ‘카메라' 경쟁이 뜨겁다. 지난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기준으로 떠오른 듀얼(2) 카메라를 넘어 하반기 이후 트리플(3), 쿼드러플(4)로 이어지는 멀티 카메라 스마트폰이 속속 등장할 기세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기술 발전으로 카메라 개수 늘리기 경쟁이 한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마트폰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신경망 엔진을 품으며 사진 촬영 시 실시간으로 고도의 연산을 처리해 최적의 사진을 담는다. 싱글 카메라로도 멀티 카메라 효과를 낼 수 있다.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화웨이 P20 프로. / 화웨이 제공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화웨이 P20 프로. / 화웨이 제공
LG전자는 10월 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 V40 씽큐' 공개 행사를 개최한다. LG전자가 발송한 행사 초대장에 담긴 10초 분량의 애니메이션은 하나의 피사체를 표준, 초광각, 망원 세 개의 화각과 아웃포커스(피사체와 다른 심도의 배경을 흐리게 처리하는 것)로 촬영하는 모습을 담았다. V40 씽큐의 트리플 카메라를 염두에 둔 애니메이션이다. 국내 출시 스마트폰 중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제품은 V40 씽큐가 처음이다. 해외에서는 중국 화웨이가 먼저 트리플 카메라 스마트폰 ‘P20 프로'를 선보인 바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프리미엄 라인업인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에 듀얼 카메라를 탑재했지만, 중가 스마트폰인 갤럭시A 신제품에 쿼드러플 카메라를 탑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10월 11일 말레이시아에서 개최하는 갤럭시A 신제품 발표회 초대장에서 ‘4× fun(4배의 재미)’라는 문구로 4개의 카메라 탑재를 암시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일부 전략 중가폰에 프리미엄폰보다 먼저 혁신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번 밝혔다.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카메라 개수가 늘어날수록 얻는 효과는 명확하다. 카메라별로 각기 다른 화각을 활용해 촬영 환경별로 원하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고, 저조도에서도 비교적 선명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심도의 사진을 이용해 아웃포커스 효과를 내거나 평면적인 사진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증강현실(AR) 등 신기술과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도 기대해볼 수 있다. 스마트폰 성능 상향평준화로 이렇다할 차별화 포인트 제시가 힘든 제조사 입장에서는 카메라 기능 보강이 그나마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인 셈이다.

반면, 2016년 아이폰7 플러스에 처음 듀얼 카메라를 적용한 애플의 경우 최근 발표한 신제품 아이폰XS 시리즈에서도 여전히 듀얼 카메라에 머물러 있다. 애플이 2019년 아이폰에 트리플 카메라를 채택할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아직은 전망일 뿐이다. 심지어 함께 선보인 보급형 신제품 아이폰XR은 단 하나의 카메라만 탑재했다. 하지만, 애플은 신제품 발표회에서 아이폰XR으로 기존 듀얼 카메라 모델에서만 지원했던 아웃포커스 기능인 ‘인물 사진 모드’를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촬영한 사진의 심도를 바꿀 수 있는 기능도 소개했다.

비결은 신제품 아이폰의 새 두뇌인 A12 바이오닉 칩에서 찾아볼 수 있다. A12 바이오닉은 7나노 미세공정을 기반으로 69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약했다. 6코어 CPU와 4코어 GPU, 여기에 8코어 신경망 엔진을 탑재했다. 애플은 지난해 10나노 기반 A11 바이오닉에서 처음으로 신경망 엔진을 적용했는데, 이 신경망 엔진은 초당 6000억회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었다. A12 바이오닉의 신경망 엔진은 무려 초당 5조회의 연산을 처리한다. 이를 바탕으로 머신러닝(기계학습) 성능을 기존 대비 최대 9배 높였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애플 관계자가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A12 바이오닉 신경망 엔진이 머신러닝으로 사진을 분석하는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 애플 신제품 발표 생중계 갈무리
애플 관계자가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A12 바이오닉 신경망 엔진이 머신러닝으로 사진을 분석하는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 애플 신제품 발표 생중계 갈무리
A12 바이오닉과 애플이 새로 설계한 이미지 신호 처리기(ISP)가 동작하는 방식은 이렇다. 인물 사진 모드에서 사용자가 셔터를 누르기 전 신경망 엔진이 실시간으로 카메라 센서가 보낸 데이터를 초당 1조회 연산으로 분석해 인물 얼굴을 감지한다. 이후 얼굴 랜드마킹 기술을 이용해 인물 사진 조명 효과를 피사체에 더한다. ISP의 심도 엔진은 신경망 엔진의 분리 데이터를 이용해 피사체와 배경을 분리해낸다. 이렇게 촬영한 사진은 심도 정보까지 담고 있어 사후 보정 시 심도를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게 된다.

다만, 신경망 엔진과 머신러닝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하드웨어 성능을 보완할 수는 있어도 근본적으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애플도 결국 경쟁사와의 스펙 경쟁을 위해서는 카메라 수를 늘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폴더블 스마트폰과 같이 새로운 폼팩터의 제품이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AI와 멀티 카메라로 대변되는 폰카 경쟁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