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이 승진 후 첫 행보로 미국행을 택했다. 그룹이 처한 최대 현안인 미국 관세 폭탄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 조선DB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 조선DB
17일 현대차그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16일 전용기를 타고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 14일 수석부회장 자리에 오른 뒤에 갖는 사실상 첫 공식일정이다.

미국은 수입차 및 부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추진 중이다. 정 부회장은 이번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시키기 위한 설득 작업을 미국에서 직접 펼칠 예정이다. 월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 등 미국 고위층 인사와 면담도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18일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의 ‘방북 특별수행단’에는 정 부회장이 포함되지 않았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6일 특별수행단 명단을 발표하면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관세 예외를 인정받는 것과 관련해 핵심 당사자로 오래 전부터 (미국) 일정이 잡혀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방북 특별수행보다 미 관세 제외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7년 60만대의 차량을 미국에 수출했다. 만약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 되면, 올해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현대·기아차의 가격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각국을 대상으로 거센 통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관세 전쟁을 벌였고 일본에도 관세 선전 포고를 해 놓은 상황이다. 선거 막판 지지층 결집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한국에도 투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정 수석부회장이 한국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시키거나 경쟁국 대비 낮은 관세를 이끌어 낼 경우, 정 부회장의 그룹 내 리더십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국산차 관계자는 "(정 수석 부회장이) 미국에 선물 보따리 없이 트럼프 정부를 설득해 관세 문제를 풀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 그룹 안팎에서는 대형 SUV 및 픽업 트럭 생산라인을 미국에 두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관세 면담일정을 마치고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차 조지아 공장 등을 순방하며 임직원을 격려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한편, 남북정상회담의 방북특별수행단에는 김용환 부회장이 참여한다. 김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미국 관세 이슈와는 별도로 실세 부회장의 방북에도 그룹 내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