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지도를 쓸 수 없어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은 애플의 ‘카플레이'가 18일 스마트기기용 운영체제인 iOS의 ‘iOS 12’ 업데이트 후 티맵·카카오내비 등 한국 써드파티 내비게이션 앱을 지원한다.

앞서 카카오내비를 탑재하며 현지화한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가 국내에 상륙한 데 에 이어 카플레이도 국내 내비 앱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완성차 업계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선택권이 다양해질 전망이다.

애플 카플레이에서 카카오내비를 이용하는 모습. /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애플 카플레이에서 카카오내비를 이용하는 모습. /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애플 카플레이는 아이폰과 연동해 차량 내에서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이다. 카플레이를 이용하면 아이폰의 전화·메시지·음악·내비 등 기능을 차량에 최적화된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법규 문제로 애플 지도의 기능을 십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내비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내 카플레이 이용자는 아이폰을 탈옥(제조사가 제한한 기능을 강제로 해제하는 행위)해 편법으로 티맵과 같은 써드파티 내비 앱을 연동시켜 썼다. 구글은 한국 정부의 규제 영향으로 안드로이드 오토에서 구글 지도 이용이 어려워 한국에 최적화된 카카오내비를 탑재한 서비스를 7월 출시했다.

폐쇄적인 플랫폼 운영 업체로 유명한 애플도 구글의 행보에 영향을 받은 듯 결국 iOS 12부터 티맵·카카오내비 등과 같은 써드파티 내비 앱에 문호를 개방했다. 애플은 6월 자사 정책과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개발한 모든 써드파티 내비 앱을 카플레이에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애플의 정책 변화에 국내 내비 앱 업계도 즉각 대응에 돌입했다. 한국에서 사용자가 가장 많은 티맵·카카오내비가 iOS 12 정식 배포 시점에 맞춰 즉시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판올림을 진행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4일 애플이 iOS12 정식 배포를 앞둔 최종 베타(GM) 버전을 배포하자마자 이를 지원하는 버전의 카카오내비를 앱스토어에서 배포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8일부터는 iOS 12 업데이트를 완료한 아이폰에서 카플레이 실행 시 카카오내비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애플 카플레이가 적용된 차량이 국내에 50만대쯤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SK텔레콤도 최근까지 카플레이 기능을 반영한 티맵 6.4 버전을 iOS12 GM 버전에서 테스트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iOS 12를 배포하는 18일 정식 버전을 출시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SK텔레콤은 르노 삼성·쌍용·재규어 랜드로버·포드 링컨 등 다양한 제조사와 내비게이션 사업 분야에서 협력했지만, 그동안 애플 카플레이나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 같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에 최적화된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가 스마트카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IT 업체는 스마트카라는 미래 핵심 하드웨어에 자사 소프트웨어를 탑재시키기 위해 다른 한편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다만, 아무리 애플 카플레이가 티맵이나 카카오내비를 지원한다 한들 완성차 업계가 자사 자동차에 카플레이를 채택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종 업계간 합종연횡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