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양 남북 정상회담 특별 수행원으로 첫 방북길에 오르자, CNN 등 외신이 일제히 관심을 표했다. 이들 외신은 남북이 경제 협력을 할 경우 삼성 등 대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 예상했다. 다만, 북한이 국제 제재 대상국이라 남북 경협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CNN은 17일(현지시각) '삼성의 억만장자 수장은 왜 북한으로 향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평양으로 가는 대기업 총수 중 한 명"이라며 "남북이 경제 협력을 할 경우 삼성 등 한국 재벌은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18일 북한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우). / SBS 갈무리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18일 북한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우). / SBS 갈무리
청와대는 지난 16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특별 수행원에 4대 그룹 대표를 포함한다고 발표하면서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 또한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전체 특별수행단 중 3분의 1은 삼성, LG, SK, 현대차 등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한 경제계 인사 17명으로 꾸려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를 통해 우리나라와 북한・중국・러시아・몽골 등을 잇는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사업, 경기도와 강원도 접경 지역의 통일경제특구 사업 계획을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두 차례 가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비핵화 외에 남북 철도, 도로 착공과 관련한 남북 경협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CNN은 "한국을 아시아 대륙과 육로로 연결해 무역을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계획은 궁극적으로 삼성 등 한국의 여타 재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폰 제조업체 삼성은 건설, 조선, 엔지니어링 사업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이어 "삼성전자가 북한에 상점을 열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역시 "삼성은 제재 대상국인 북한에서 어떤 사업도 하고 있지 않다"며 "삼성은 건설, 에너지, 보험 등 다양한 산업 분야를 거느리고 있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한국산 스마트폰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나,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북한 암시장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북한 경제계 인사는 18일 리용남 경제담당 내각 부총리와 만난다. 이 때문에 북한이 대북 사업과 투자 유치 방안 등을 제안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경제인의 방북을 통해 북한에 통일경제특구 설치,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구상 등 경협 구상을 논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선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지리적 위치, 천연자원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요소라 말한다. 삼성증권은 지난 6월 미래의 잠재적 투자를 분석하기 위해 북한 연구팀을 구성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국제 대북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남북 경협을 추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이와 캐피털 마켓 애널리스트 SK 김은 CNN에 "이 부회장 등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는 북한에서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방북했다기보다, 정부의 요청이 있어 대표단에 참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 부회장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라는 점을 언급하며 "이 부회장의 방북은 삼성이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오너 일가가 방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청와대는 18일 문 대통령과 경제인들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한 남북 경제협력 논의와 관련해 "이번 만남에서는 현실적으로 당장 가능한 영역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타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