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블루홀 이사회 의장인 장병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과 다음 창업자 이재웅 쏘카 대표가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특별 수행원으로 방북했다. 이는 2000년,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경제계 방북 인사가 대기업 총수와 경제협단체 수장 일색이었던 것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4대 그룹 총수 등을 중심으로 남북 경협을 논의하고자 하는 큰 틀의 기조는 이번 정부도 마찬가지지만, IT 업계를 대변하는 두 인사가 특별 수행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병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이재웅 쏘카 대표. / 조선일보DB
장병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이재웅 쏘카 대표. / 조선일보DB
장병규 위원장은 인터넷 업체 네오위즈 이사 출신으로, 스타트업 전문 투자 벤처캐피털인 본엔젠스벤처파트너스 대표를 역임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게임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블루홀 창업자로 세간의 큰 주목을 받으면서 2017년 10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이재웅 대표는 국내 첫 포털 사이트 다음을 창업한 벤처 1세대다. 2008년 다음 대표에서 물러난 후 소셜 벤처 엑셀러레이터 소풍 대표로 재직했고, 2016년에는 투자사 옐로우독을 창업하기도 했다. 최근 카 셰어링 업체 쏘카 대표로 업계에 복귀하면서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IT 업계는 통상 경제계 방북 인사가 대기업 총수 중심으로 사회간접자본(SOC) 등 인프라에 치중된 남북 경협 논의에 집중했다면, 이번 장 위원장과 이 대표의 방북은 실질적인 성과 여부를 떠나 상징성이 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북한이 우리의 4차 산업혁명과 비슷한 맥락의 ‘새 세기 산업혁명'이라는 지식경제강국 굴기를 선언한 만큼 이번 기회가 남북 IT 협력의 초석이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취임 후 IT 강국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고, 실제 평양 은정과 원산 지역에는 첨단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가 구축되고 있다.

이 대표는 남북정상회담 특별 수행원 명단 발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평양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나보고 오겠다. 다녀와서 평화 이후 남북의 미래에 대해 소셜 벤처 생태계, 혁신 기업 생태계, IT·모빌리티 생태계에 있는 분들과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현 상황에서 IT 분야 남북 협력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두 IT 업계 리더의 방북이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은 전략물자 반입 금지조항과 미국 수출관리규정에 따라 웬만한 IT 기기는 보안상의 이유로 반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북 경협을 위해서는 대북제재 완화가 시급하고, 이를 위해서는 북미간 비핵화 논의를 긍정적으로 중재하는 게 우선이다. IT 분야 협력은 사실상 그 다음 단계인 만큼 이번 방북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