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약 업계에 인공지능(AI) 붐이 이는 가운데, 국내 AI 기반 신약 개발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의 실제 투자 유치 전략과 투자 배경, 향후 제약 바이오산업 전망을 들어보는 자리가 열렸다.

조선미디어그룹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매체 IT조선은 18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AI 신약 개발과 투자 전략을 주제로 ‘헬스케어 AI·빅데이터 리더스 포럼’을 개최했다.

 18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AI 신약개발과 미래투자를 주제로 ‘헬스케어 AI·빅데이터 리더스 포럼’이 열렸다. / IT조선
18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AI 신약개발과 미래투자를 주제로 ‘헬스케어 AI·빅데이터 리더스 포럼’이 열렸다. / IT조선
이 자리에는 병원, 제약, 헬스케어 스타트업, 연구, 정부 관계자 약 30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와 구영권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이 발표자로 나와 투자 노하우와 전략, 상장, 기술 이전 등에 관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의 궁금증을 풀었다.

유전체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신약 개발사인 신테카바이오는 지난 5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와 KDB산업은행, 한국채권투자자문, 알토스벤처스, 요즈마그룹코리아 등으로부터 1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앞서 시드 투자에서 29억원, 시리즈A에서 60억원을 확보했다.

◇ 신테카바이오 경쟁력은 "슈퍼컴 활용한 유전자 분석"

신테카바이오는 2009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유전자 검사 전용 슈퍼컴퓨팅 기술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 / IT조선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 / IT조선
창업 초기에는 유전체 분석 전문 기업이었지만, 4년 전 김태순 대표가 합류한 뒤 이 회사는 유전체 빅데이터 기반 A I기술을 활용, 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했다. 유전체 정보와 신약 후보 물질 사이의 관계를 발견해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연구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신테카바이오의 대표적인 제품은 질병과 관련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고 분석하는 ‘CDR스캔'이다. 이 제품은 환자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 약물을 추천하거나 의약품 구조 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준다.

김 대표는 "신약을 개발하는데 평균 12년이 걸리는 것을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짰다"고 설명했다. 신약개발에 AI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이유다. 그는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약 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며 "신테카바이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슈퍼컴퓨터로 유전체를 분석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수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면 누구는 약이 잘 듣지만 누구는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유전적인 차이다"라며 "이를 사전에 분류해 약이 잘 맞을 환자를 선별한다면 적은 수의 임상시험으로도 임상시험을 성공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정밀의학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테카바이오는 지난 3월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새 도전에도 나섰다.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 위에 신테카바이오 PMAP(유전체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올리고 있다. 의료 데이터를 외부 시설에 저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보안이 중요한 헬스케어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수요가 커지고 있다. 또 아마존과 구글은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순 대표는 "병원은 대표적으로 보안에 취약한 곳 중 하나인데, 클라우드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구영권 부사장 "정밀의료 비즈니스 모델을 보고 투자했다"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부사장. / IT조선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부사장. / IT조선
신테카바이오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구영권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은 이 회사의 매력을 인실리코(In Silico) 기반 신약 개발이 아닌 유전체 분석 기반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라는 점을 들었다. 인실리코는 모의실험 또는 가상실험을 뜻하는 생명정보학 용어다. 정밀의료는 환자마다 다른 유전체 정보, 환경적 요인, 생활 습관 등을 분자 수준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치료방법을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를 뜻한다.

구영권 부사장은 "기본적으로 국내외를 비롯해 AI 기반 신약 개발 회사는 인실리코 모델에 집중돼 있다"며 "하지만 신테카바이오는 유전체 분석이라는 정밀의료 기술을 기반으로 데이터베이스와 알고리즘에만 집중하고 있는 점이 투자자로서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병원과의 협업을 통해 병원 유전체 정보를 개발해 신약 개발 속도를 낸다는 부분도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구 부사장은 "앞으로 어떤 바이오 헬스 산업도 글로벌 시장 전략 없이는 투자받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차별 요소를 가져갈 수 있는지가 성장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창업자들은 늘 글로벌화를 고민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구영권 부사장은 정체된 국내 제약 업계에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과 제약산업의 융합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의료 기술이 근거 중심에서 AI를 바탕으로 한 정밀 의료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인용한 컨설팅업체 맥킨지 자료에 따르면, 제약 의료 산업은 AI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과 융합해 산업전체 생산의 약 15%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 부사장은 마지막으로 "AI, 디지털이 도입돼며 속도와 스케일 면에서 변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부분적인 디지털 기술과 융합만으로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제약사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해당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과 적극적인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