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탑재된 멀티 카메라는 사진을 선명하고 밝게 만들어 줍니다. 배경흐림, 해상력 증폭 등 특수 촬영 효과도 구현합니다. 카메라 개수가 많을수록 촬영 효과를 더 많이 넣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듀얼(2개)을 넘어 트리플(3개)멀티 카메라를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화웨이 트리플 카메라 스마트폰 P20프로는 고화질·다기능을 갖춰 업계의 이목을 모았습니다. 10월 4일 발표 예정인 LG전자 스마트폰 V40에도 트리플 카메라가 탑재될 전망입니다. IT 외신과 증권가는 스마트폰 시장 맹주 애플도 트리플 카메라를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애플 아이폰XS(왼쪽)와 XS맥스. /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애플 아이폰XS(왼쪽)와 XS맥스. /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애플은 신제품 중 아이폰XR에 싱글 카메라를, XS와 XS맥스(이하 XS시리즈)에 듀얼 카메라를 각각 적용했습니다. 카메라 개수를 늘리는 대신 이미지 센서와 AP 등 하드웨어, 배경흐림과 HDR 등 소프트웨어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사용자의 반응은 호평 일색입니다. 카메라가 이번 아이폰의 혁신적 요소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카메라 수를 비롯해 하드웨어 성능 향상에만 몰두하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대목입니다.

◇ 애플 아이폰XS·XS맥스의 듀얼 카메라, 이 점이 좋아졌다

애플 아이폰XS시리즈의 듀얼 카메라, 이전 모델인 아이폰X에 비해 어떤 점이 얼마나 좋아졌을까요?

먼저 ‘이미지 센서 화소 크기’가 1.22㎛에서 1.4㎛로 더 커졌습니다. 화소 크기가 클수록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이면 색상 표현력과 해상력이 늘어납니다. 이미지 센서 판독 속도도 2배 빨라졌습니다. 덕분에 영상 촬영 시 흔들림 보정 기능이 강화됐습니다.

여기에 초당 5조개의 연산을 수행하는 옥타(8)코어 AP ‘A12 바이오닉’이 더해집니다. 참고로, 전 모델인 A11 AP는 듀얼(2)코어에 초당 6천억개의 연산을 수행했습니다. 연산 속도가 빨라진 덕분에 아이폰XS시리즈는 더 많은 사진 관련 작업을 단시간에 해냅니다.

애플 아이폰XS시리즈의 스마트 HDR 예제 사진. /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애플 아이폰XS시리즈의 스마트 HDR 예제 사진. /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고화질 이미지 센서와 고속 연산 AP 덕분에‘스마트 HDR(High Dynamic Range)’과 ‘인물 사진 모드’가 가능해졌습니다. HDR의 원리는 사진을 연속촬영(일반적으로 3매)해서 하나로 합치는 것입니다. 이 때 화면 속에 있는 피사체가 움직이면 그 궤적이 고스란히 사진에 반영됩니다. 즉, 움직이는 어린이나 반려동물은 HDR로 촬영하기 어렵습니다.

애플 아이폰XS시리즈의 ‘스마트 HDR’은 고속 연산 기술을 응용해 연속촬영(4매) 간격을 0에 가까울 정도로 단축합니다. 피사체의 궤적이 사진에 채 찍히기 전 연속촬영 및 합성을 마치므로 한결 자연스러운 HDR 사진을 만들어줍니다.

스마트 HDR은 일반 HDR보다 사진을 한장 더 촬영합니다. 사진을 한장 더 찍어 피사체의 디테일을 살리고 밝기를 더 정확히 측정해 반영합니다. 이 역시 순식간에 거의 셔터를 누르자마자 완료됩니다.

애플 아이폰XS시리즈의 인물 사진 모드 설명 사진. /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애플 아이폰XS시리즈의 인물 사진 모드 설명 사진. /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아이폰XS시리즈의 인물 사진 모드는 사진 촬영 후 배경흐림 정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카메라가 인물을 감지하면, A12 바이오닉 AP와 이미지 신호 프로세서가 곧바로 인물 얼굴과 배경 정보를 분리합니다.

이어 고속 연산 기능과 듀얼 카메라 유닛을 활용해 다양한 배경흐림 정보를 취득합니다. 이 때 조리개 F1.4~F16에 해당하는 배경흐림 정보가 생깁니다. 조리개별 배경흐림 정보가 있다면, 사진 촬영 전은 물론 촬영 후에도 배경흐림 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애플 아이폰XS시리즈에 탑재된 고화질 이미지 센서와 고속 연산 AP는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구현합니다. 애플은 여기에 ▲밝고 선명한 HDR 디스플레이 ▲영상 촬영용 스테레오 마이크 ▲고효율 압축 포맷 HEIF 등도 도입합니다.

◇ 사용성에 초점 맞춰야 진정한 혁신 평가 받아

애플이 선보인 ‘스마트 HDR’과 ‘인물 사진 모드’는 완전히 새로운 기능이 아닙니다. 구글 표준 스마트폰 픽셀2시리즈(픽셀2·픽셀2XL)에 탑재된 ‘HDR+’는 전용 이미지 신호 프로세서(비주얼 코어)를 활용, 처리 속도를 단축하고 화질을 더 좋게 만드는 기술이었습니다. 애플의 스마트 HDR과 아주 많이 닮았습니다.

2017년 출시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은 ‘라이브 포커스’ 기능을 지원합니다. 후면 듀얼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할 때 배경흐림을 실시간으로 확인·조절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아이폰XS시리즈의 배경흐림 조절 기능의 원조인 셈입니다.

하지만, 구글 픽셀2시리즈의 HDR+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의 라이브 포커스 기능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사용성이 떨어지거나, 기술 완성도가 낮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의 라이브 포커스 사진 예제. 가운데 인형 머리와 오른쪽 선글라스 다리 부분이 어색하다. / 차주경 기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의 라이브 포커스 사진 예제. 가운데 인형 머리와 오른쪽 선글라스 다리 부분이 어색하다. / 차주경 기자
구글의 HDR+는 사용상 제약이 심해 일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기마다 효과가 천차만별입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의 라이브 포커스 기능은 신기하기는 하지만, 피사체와 배경을 잘 분리하지 못해 어색한 사진을 만드는 일이 잦습니다.

최근 스마트폰 제조사는 경쟁적으로 멀티 카메라를 개발·도입합니다. 전·후면 카메라 개수가 3개를 넘어 4개, 5개에 달하는 제품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들 멀티 카메라 스마트폰에 대한 사용자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폰아레나를 비롯한 IT 외신이 멀티 카메라 스마트폰 소식을 다루면 전세계 네티즌이 기사 댓글을 활용해 의견을 나눕니다. 다수의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에 대해 일견 ‘신기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이내 ‘식상하다’, ‘스마트폰을 더 크고 비싸게만 만든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옵니다. 카메라 기능보다 내실을 다져 호평을 이끌어낸 아이폰XS시리즈에 대한 반응을 고려할 때 사뭇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다다익선이라고 하지만 무엇이든 많다고만 해서 능사는 아닙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개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드러진 개성이나 장점 없이 개수만 늘린 트리플 혹은 쿼드(4) 카메라 스마트폰보다, 제대로 만든 듀얼 카메라 스마트폰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은 이번 사례는 주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