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금융연구원에서 ‘ICO의 이해와 규제(가칭)’라는 보고서를 쓰고 있다. ICO와 관련해 재미있는 정보를 선별해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ICO를 이해하는데, 혹은 진행하는데 도움을 줄 정보들이다.

(1) 2017년, 블록체인을 이용한 ICO의 자금조달 규모는 같은해 벤처 캐피털이 조달한 자금조달 규모보다 더 크다.

(2) 이더리움 ICO는 오늘날 ICO의 시발점으로 알려져있다. 이더리움 ICO 이후 플랫폼 기술이 일반화된 덕분에, 다른 여러 기업이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열렸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사뭇 다른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코인을 채굴하고 사용자에게 돈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반면, 이더리움은 네트워크를 활용, 다양한 프로젝트를 개발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3) 이더리움 플랫폼을 이용하면 자체 토큰 및 암호화폐를 간편하게 발행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ICO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발행된 토큰을 기반으로 한다. 이더리움 내부에서 생성된 토큰을 ‘ERC-20 토큰’이라고 부른다. 어거(Augur), 골렘(Golem), 멜론포트(Melonport) 등이 대표적이다.

(4) 탈중앙화자율조직,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s)은 무엇일까? CEO나 이사회 없이, 조직원들의 다수결 의사결정으로 운영되는 조직 혹은 기업이다.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경영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수익도 분배한다. DAO에는 누구나 익명으로 가입, 조직원이 될 수 있다

(5) 2016년 출범한 최초의 DAO ‘The DAO’는 이더리움 플랫폼 상에서 1억5000만달러(1682억원) 이상의 자산을 유치했다. 그러나, The DAO 앱이 구동하는 스마트 컨트랙트의 보안 결함으로 해킹당했고 유치금 일부를 도난 당했다. 결국 실패한 ICO 사례가 됐다.

(6) The DAO의 사례로 이더리움은 하드포크(이전 버전과 호환 불가능한 분리)를 통해 새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생성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이더리움 이용자 대부분은 기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파생된 새로운 이더리움 체인으로 이동했다. 이 새로운 이더리움 체인이 오늘날 ‘이더리움’이다. 반면, 하드포크를 반대한 소수의 이용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자본이 손실되더라도 기존 네트워크를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남긴 기존 체인이 현재의 ‘이더리움 클래식’이다. 하드포크 때문에 이더리움을 살 경우, 이더리움인지 이더리움 클래식인지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7) ICO는 스타트업의 전유물은 아니다. 충분히 성장한 회사가 추가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ICO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이미 투자받은 경력이 있는 기업이 ICO를 진행하는 것을 ‘리버스 ICO(reverse ICO)’라고 부른다.

(8) ICO의 자본조달 방식은 ‘동적 펀딩(Dynamic funding)’과 ‘정적 펀딩(Static funding)’으로 나뉜다. 동적 펀딩에서 토큰은 미리 정해진 가치로 발행되지 않는다. 토큰의 수요가 높을수록 판매 가격도 늘어나는 원리다. 정적 펀딩은 개발자들이 구체적인 모금 목적과 토큰의 가치를 미리 정해놓고 진행하는 구조다. 따라서 토큰의 가치나 판매 가격은 ICO가 진행되는동안 변하지 않는다.

ICO가 성공, 토큰이 매각되면 그 기업은 새로운 토큰을 생성할 수 있다. 하지만, 생성 횟수를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토큰을 무제한 발행할 수는 있겠지만, 득보다 실이 많다. 토큰의 가치를 지키기 어렵고, 투자자들의 신뢰도 얻을 수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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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대체투자입니다. 현재는 중소기업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우베멘토의 리서치 자문과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하여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