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가운데, 순안공항에서부터 문 대통령 내외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까지 ‘그림자 수행'을 펼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화제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내내 손에서 핸드백과 스마트폰을 놓지 않았다. 수행 중 이선에서 바쁘게 이동하며 행사 일정과 동선을 확인하는 듯 틈틈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도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여정 부부장이 수행 중 이선에서 이동하면서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다. / 평양 정상회담 생중계 갈무리
김여정 부부장이 수행 중 이선에서 이동하면서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다. / 평양 정상회담 생중계 갈무리
북한 실정을 고려하면, 그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은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우리나라 제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 회사인 애플의 아이폰을 쓰는 것도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중계 카메라에 짧게 등장한 장면만으로 구체적인 어떤 모델인지 유추하기 어렵지만, 중국 제조사의 스마트폰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 규모보다는 작지만 북한에도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돼 있다. 북한에서 스마트폰을 부르는 명칭은 ‘지능형 손전화기'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370만명이다. 지금은 600만명 정도가 휴대전화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6130만명임을 고려하면 10분의 1 수준이지만, 북한 인구가 2000만명쯤 되는 것을 고려하면 30%쯤이 스마트폰을 쓴다.

북한에서 유명한 3대 스마트폰으로는 ‘아리랑', ‘평양타치', ‘진달래' 등 3종이 꼽힌다. 이 중 북한 젊은층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아리랑으로 알려졌다. 터치 인터페이스와 카메라 등 외관은 일반 스마트폰과 같다. 전화나 문자, 연락처, 계산기는 물론 검색, 뉴스, 게임 등 앱도 구색을 갖췄다.

다만, 북한에서는 월드 와이드 웹(WWW) 개념의 인터넷을 쓸 수 없기 때문에 검색이라고는 해도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다. 북한 이동통신망은 자동으로 북한이 자체 구축하고 운영하는 인트라넷 ‘광명망'으로 연결된다. 인트라넷은 철저하게 허용된 이용자만 접속할 수 있는 폐쇄망이기 때문에 북한이 제공하는 범위를 벗어나는 정보는 검색할 수 없다. 앱도 광명망 내에서 검색해 내려받아 설치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케이블을 연결해 직접 설치해야 한다.

김 부부장의 스마트폰이 아리랑이나 평양타치, 진달래 같은 제품이 아니라 중화권 제품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원활한 인터넷 접속 지원 여부 때문이다. 김 부부장의 지위를 고려할 때 인터넷 접속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중 우리나라와 미국 제품을 제외하면 범위는 중화권 제품으로 압축된다.

가장 유력한 브랜드는 대만 HTC다. 앞서 6월 김정은 위원장이 금수산 기념궁전 회담장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했을 때 김 위원장을 수행하던 김 부부장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이 HTC 제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김 부부장이 손에 쥔 스마트폰 후면 상단 일부가 노출됐고, 카메라와 플래시 위치, 모양 등을 유추한 결과 HTC 제품으로 확인됐다.

김여정 부부장이 문 대통령 내외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미리 도착해 주변을 살피고 있다. / 평양 정상회담 생중계 갈무리
김여정 부부장이 문 대통령 내외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미리 도착해 주변을 살피고 있다. / 평양 정상회담 생중계 갈무리
다만, 이번에 포착된 김 부부장의 앞서와는 달리 스마트폰은 케이스가 씌워져 있어 정확한 모델을 확인하기 힘들다. 노출된 카메라 왼쪽에 플래시가 위치한 것으로 미뤄 6월에 쓰던 스마트폰과는 다른 제품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플래시가 카메라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집무실에서 아이맥,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을 다수 쓰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으나, 스마트폰 만큼은 HTC 제품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부장도 최근까지 HTC 스마트폰을 쓴 만큼 김 위원장 가족이 전반적으로 HTC 스마트폰을 선호한다는 추정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