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이후 두둑해진 주머니로 조립PC를 새로 장만하려다 깜짝 놀라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일부 PC 부품 가격이 껑충 뛰어서 동일한 구성의 PC 가격이 두세 달 전보다 최대 20만원 이상 비싸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의 가격 인상은 추석을 전후로 반짝 오른 가격이 아니라 업계의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겹치면서 발생한 중장기적인 상황이라 단기간 내 정상화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무작정 비싼 가격에 지갑을 여는 것보다는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 할 상황이다.

일부 핵심 부품의 가격이 껑충 뛰어서 추석 이후 조립PC 구매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 최용석 기자
일부 핵심 부품의 가격이 껑충 뛰어서 추석 이후 조립PC 구매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 최용석 기자
추석 이후 조립PC를 새로 구매하거나 업그레이드를 고려하는 이들을 위해 핵심 부품별 시장 상황과 구매 팁을 정리해 봤다.

◇ PC 가격 상승의 1차 원인 CPU, 기다릴 수 없다면 대안은

조립PC의 가격이 갑자기 오른 것은 다름 아닌 PC의 핵심 부품 ‘CPU’의 공급 부족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조립 PC용으로 인기 있는 인텔의 8세대 코어 i5, i7 프로세서 제품군의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정상일 때와 비교해서 가격이 10만원~20만원 가량 올라 PC를 새로 장만하려 했거나 업그레이드하려던 이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공급 부족 현상은 메인보드용 칩셋 시장으로도 번져서 인텔 CPU용 메인보드 중 인기 제품들 역시 가격이 덩달아 오르는 추세다.

인텔 CPU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인해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AMD의 ‘라이젠’ 프로세서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 IT조선 DB
인텔 CPU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인해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AMD의 ‘라이젠’ 프로세서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 IT조선 DB
일부 소비자들은 해외로 눈을 돌려 ‘직구(직접 구매)’를 시도하지만, 그나마도 물량이 없어 대다수 해외 쇼핑몰도 예약 및 주문 대기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적어도 10월 초가 되면 조금씩 물량 공급이 재개될 전망이지만, 이미 밀려있는 대기수요로 인해 제때 적당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당장 PC가 필요한데 급등한 가격이 걸림돌이라면 대안은 있다. 바로 인텔의 오랜 라이벌 AMD가 선보인 ‘라이젠(RYZEN)’ 프로세서다. 대부분의 PC 작업에서 인텔 제품과 동급이거나 살짝 못 미치는 성능이지만 국내 가격이 오히려 해외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 역전 현상까지 일어나 인텔 제품을 대신할 선택지로 떠오른 상태다.

하지만 워낙 낮은 국내 브랜드 인지도로 인해 AMD와 ‘라이젠’ 프로세서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알아도 신뢰할 수 없다는 보수적인 소비자들도 상당수다. 꼭 인텔 CPU를 써야겠다면 눈물을 머금고 가격 불문하고 구매하거나, 어느 정도 물량 공급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되는 10월 중순 이후로 PC 구매 계획을 미루는 것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 꾸준히 떨어지는 메모리 가격…지금이 업그레이드 기회

CPU는 제품이 없어 아우성치는 상황이지만, 반대로 메모리 반도체 제품들의 가격은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CPU 공급 부족으로 PC 및 서버의 공급량도 감소하면서 메모리 및 관련 제품들이 오히려 남아도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PC용 DDR RAM 모듈은 물론, 같은 메모리 반도체 제품인 SSD의 가격도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메모리 관련 제품들은 가격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어 업그레이드하기 좋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DDR4 메모리 모듈 제품. / 삼성전자 제공
메모리 관련 제품들은 가격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어 업그레이드하기 좋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DDR4 메모리 모듈 제품. / 삼성전자 제공
거침없이 오르던 메모리 반도체 제품 가격이 조금씩 내려가면서 PC를 완전히 새로 사는 것 보다 기존의 쓸만한 PC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오히려 나은 상황이 됐다. 4년~5년 이상 오래된 구형 PC가 아니라면 메모리를 늘려주고 고성능 SSD로 교체하는 것으로 PC의 체감 성능이 눈에 띄게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모리는 용량이 클수록 더 많은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해도 PC의 성능 저하가 덜하고, 사진 또는 영상 편집처럼 메모리를 많이 쓰는 전문적인 작업도 더욱 쾌적하게 수행할 수 있다. 요즘은 최신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의 요구로 PC 성능을 쾌적하게 즐기려면 4GB 메모리는 한참 부족하고, 8GB 메모리도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좀 더 저렴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 수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메모리 가격이 올해 말까지 천천히 인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기다리는 시간에 비해 가격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CPU처럼 가격이 오를 때는 순식간에 오르는 것이 PC 시장인 만큼, 적당한 가격일 때 메모리나 SSD 등을 충분히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 혼돈의 그래픽카드 시장, ‘무조건 신제품’보다 용도에 맞춘 선택 추천

그래픽카드 시장도 CPU 시장 못지않게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엔비디아가 2년 반 만에 새로운 ‘지포스 RTX 20시리즈’를 출시했지만, 예상을 훨씬 웃도는 비싼 가격에 다소 못 미치는 성능 향상 폭으로 ‘최신 모델’의 매력이 오히려 떨어지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신 그래픽카드 한 장의 가격이 100만원대를 훌쩍 넘어 거의 200만원대에 육박하고, 그나마도 초기 물량이 충분치 않아 발표 당시보다 오히려 조금씩 오르는 중이다.

고사양 게임이 아니라면 기존 ‘지포스 GTX 1060’으로도 충분하다. 이엠텍의 ‘HV 화이트 몬스터’ 1060 시리즈. / 이엠텍 제공
고사양 게임이 아니라면 기존 ‘지포스 GTX 1060’으로도 충분하다. 이엠텍의 ‘HV 화이트 몬스터’ 1060 시리즈. / 이엠텍 제공
일단 ‘신상’인 지포스 RTX 20시리즈는 3년 넘게 PC 구매나 업그레이드를 미뤄왔던 구형 PC 사용자나 무조건 ‘최고 성능’을 고집하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추천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신제품의 가격이 너무 비싸게 출시되면서 기존 ‘지포스 GTX 10시리즈’의 하이엔드 라인업인 1070 Ti 및 1080 Ti 가 가격 대비 성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제품으로도 대다수 최신 게임을 괜찮은 화질로 쾌적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고사양 게임을 즐기지 않고 4K UHD(3840x2160) 모니터나 주사율 144㎐ 이상의 고사양 게이밍 모니터를 쓰지 않는다면 가격이 정상화된 ‘지포스 GTX 1060’ 시리즈로도 2년 이상 충분히 버틸 수 있다.

◇ 중고 제품 구매, 신중하고 꼼꼼히 따져야

한편, 저렴한 가격을 이유로 중고 부품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충분히 조심해야 한다. 평균 시세 대비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돈만 가로채고 잠적하는 이들이 요즘 중고 시장에서 극성인 데다, 그래픽카드의 경우 암호화폐(가상화폐) 채굴장에서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혹사당해 상태를 장담하기 어려운 ‘채굴용 제품’ 들이 대량으로 중고 시장에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채굴용으로 사용된 그래픽카드의 경우 겉모양으로는 전문가도 채굴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중고 구매를 꺼리게 만든다.

채굴용도로 사용된 그래픽카드는 겉으로는 채굴 여부를 알 수 없어 중고 구매 시 주의가 필요하다. / 최용석 기자
채굴용도로 사용된 그래픽카드는 겉으로는 채굴 여부를 알 수 없어 중고 구매 시 주의가 필요하다. / 최용석 기자
중고 제품을 구매하겠다면 판매자의 활동 이력을 최대한 확인하고, 정보 공유 사이트 등을 이용해 사기 전적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또한 될 수 있는 대로 물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직거래를 이용하거나, 제품 확인 후 대금을 전달하는 애스크로 서비스를 꼭 이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어떤 제품이 됐던 AS 기간이 충분히 남아있어 제품에 문제가 생겨도 정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소모품적인 특성이 있는 SSD나 HDD 등은 가능하면 중고보다는 신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낫다.

그나마 괜찮은 물건이 다수 거래되고 어느 정도 통제되는 하드웨어 커뮤니티의 중고 장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거의 모든 커뮤니티 장터가 일정 수준 이상의 가입 기간과 활동 이력을 요구해 초보 구매자들은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