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글로벌 최대 규모 금융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CEV에서 더이상 활동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컨소시엄 내에서 실용성 문제와 금융기관 간 이견으로 진척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 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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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2016년부터 참여한 R3CEV 활동을 중단했다. 두 은행은 재계약 시점인 지난 4월과 8월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R3CEV 컨소시엄 활동을 하는 국내 은행은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3곳만 남았다.

R3CEV는 세계 최초 통합은행 컨소시엄 프로젝트로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협력하고 있다. 바클래이, 골드만삭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뱅크, 모건스탠리 등을 포함한 70개 이상의 금융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2017년 5월 기준 15개국 이상 40개 기관에서 1억700만달러(1208억원)를 투자받았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이 2016년부터 참여했으며 2017년 말에는 농협이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국내 은행들이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이유는 블록체인과 관련된 기술 표준이나 동향 등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R3CEV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세계 유수 금융 기업들. / R3 제공
R3CEV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세계 유수 금융 기업들. / R3 제공
현재까지 은행 청산시스템과 중개과정, 전산처리 과정은 너무나 복잡하고 비용집약적이었다. 이를 혁신하기 위해 전세계 금융망을 하나로 통합하는 거대 프로젝트가 컨소시엄에서 발제됐다.

프로젝트는 몇 번의 파일럿 테스트 이후 상당히 구체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영감을 받아 ‘CORDA’라는 이름의 완전히 새로운 전용 아키텍처가 설계됐다. CORDA는 비트코인에서 처음 도입됐고, 이더리움에 의해 응용성이 높아진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향후 금융기관이 다루는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하고 거래하며 마감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 /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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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주요 은행이 잇따라 탈퇴한 것은 실효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미 컨소시엄 내에서는 실용성 문제와 각 금융기관 간 이견으로 진척이 더뎠다. 독자적인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나서는 사례도 나온다.

미국 대형은행 JP모건의 경우 블록체인 지급결제 활용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하고 있다. 합의가 더딘 R3CEV 컨소시엄보다는 주도적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JP모건은 세계 주요 금융기업들과 협력 확대도 이끌었다. JP모건의 프로젝트에 세계 75개 이상 은행이 합류한데다 스페인과 프랑스에선 최대 금융 기관이 힘을 보탰다.

또 국내 은행권 입장에서는 실효성에 비해 컨소시엄 참여 비용이 부담스러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R3CEV에 참여하기 위해선 연 25만달러(3억원)에 달하는 회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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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기업은행은 2017년 8월 같은 이유로 컨소시엄 탈퇴를 결정하기도 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도 각각 6월과 9월 계약을 재연장했지만 참여 범위 축소를 두고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8월 이후로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반해 R3CEV에서 논의되는 것들이 너무 느린 등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 수록 각 금융사나 기관마다 추구하는 방향이나 이념이 달랐다"며 "비용대비 실효성에서 얻는 것이 적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컨소시엄은 탈퇴했지만 블록체인 연구개발은 꾸준히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블록체인 담당 부서를 구축하고 자체 R&D(연구개발) 인력으로 블록체인 연구에 나선다는 목표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 기반 디지털 자산금융 시스템 GLN(GLobal Loyalty Network) 전략에 집중한다. GLN 전략은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에서 글로벌 지급결제가 가능한 금융 시스템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8월 오픈한 빅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전략을 추진한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지급결제와 전자화폐, 해외송금, 인증 등 사업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가상화폐 리플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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