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글로벌 최대 규모 금융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CEV에서 더이상 활동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컨소시엄 내에서 실용성 문제와 금융기관 간 이견으로 진척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R3CEV는 세계 최초 통합은행 컨소시엄 프로젝트로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협력하고 있다. 바클래이, 골드만삭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뱅크, 모건스탠리 등을 포함한 70개 이상의 금융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2017년 5월 기준 15개국 이상 40개 기관에서 1억700만달러(1208억원)를 투자받았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이 2016년부터 참여했으며 2017년 말에는 농협이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국내 은행들이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이유는 블록체인과 관련된 기술 표준이나 동향 등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프로젝트는 몇 번의 파일럿 테스트 이후 상당히 구체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영감을 받아 ‘CORDA’라는 이름의 완전히 새로운 전용 아키텍처가 설계됐다. CORDA는 비트코인에서 처음 도입됐고, 이더리움에 의해 응용성이 높아진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향후 금융기관이 다루는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하고 거래하며 마감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미국 대형은행 JP모건의 경우 블록체인 지급결제 활용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하고 있다. 합의가 더딘 R3CEV 컨소시엄보다는 주도적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JP모건은 세계 주요 금융기업들과 협력 확대도 이끌었다. JP모건의 프로젝트에 세계 75개 이상 은행이 합류한데다 스페인과 프랑스에선 최대 금융 기관이 힘을 보탰다.
또 국내 은행권 입장에서는 실효성에 비해 컨소시엄 참여 비용이 부담스러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R3CEV에 참여하기 위해선 연 25만달러(3억원)에 달하는 회비를 내야 한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8월 이후로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반해 R3CEV에서 논의되는 것들이 너무 느린 등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 수록 각 금융사나 기관마다 추구하는 방향이나 이념이 달랐다"며 "비용대비 실효성에서 얻는 것이 적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컨소시엄은 탈퇴했지만 블록체인 연구개발은 꾸준히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블록체인 담당 부서를 구축하고 자체 R&D(연구개발) 인력으로 블록체인 연구에 나선다는 목표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 기반 디지털 자산금융 시스템 GLN(GLobal Loyalty Network) 전략에 집중한다. GLN 전략은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에서 글로벌 지급결제가 가능한 금융 시스템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8월 오픈한 빅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전략을 추진한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지급결제와 전자화폐, 해외송금, 인증 등 사업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가상화폐 리플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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