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생색내기·억지 참여 '코리아세일페스타' 이대로는 안된다

입력 2018.10.10 06:00

미국의 대규모 할인 행사 ‘블랙 프라이데이’를 본뜬 ‘코리아세일페스타 2018’이 7일 막을 내렸다. 2016년부터 시작된 후 올해로 세 번째 열린 행사지만, 갈수록 호평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살 것도 볼 것도 없다’, ‘재고상품이나 비인기 상품만 구색 맞추기 격으로 출품된다’, ‘할인율이 낮아 오히려 온라인 최저가보다 비싸다’며 코리아세일페스타 주최 측에 대한 질타가 이어진다. 올해 행사는 세 번째 열렸지만, 발전은커녕 되려 퇴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판은 필연이다. 소비자의 기대와 구매 심리, 쇼핑 유행, 인기 상품 등은 해마다 바뀐다. 하지만, 코리아세일페스타의 주제와 성격, 참여 기업, 제품 등은 큰 변화 없이 삼 년째 그대로다.

사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첫 단추부터 어긋나게 꿰진 행사다. 해외 행사의 본질이 아닌 겉모습만 가져온 점,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아니라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점, 행사 성격이 할인인지 이벤트인지 모호하다는 점 등이 주된 이유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유통사 스스로 재고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행사다. 그렇기에 수천곳 이상의 참가 사가 수만개 이상의 상품을 대폭 할인해 판매한다. 할인율도 정가의 50% 수준을 넘어 90%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자연스레 소비자의 발걸음이 몰리고, 입소문이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 유통사는 운영 구조상 재고 상품이 적고 할인율도 더 늘리기 어렵다. 성격이 겹치는 시즌·상시 할인 행사도 자주 열린다. 유통사 입장에서는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할 이유가 없으나, 정부 주도 행사라 어떤 형태로든 참여해야 한다. 손해를 보며 제품을 팔 수 없으니 일부 상품군만 소폭 할인 판매를 한다. 행사장을 찾은 소비자가 실망 끝에 발걸음을 돌리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한류문화축제, 면세점 할인, 호텔 예약 혜택 등 외국인 여행객을 위한 혜택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작 외국인 쇼핑 명소인 명동은 행사 기간 내 조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사 기간(10일)이 지난해(34일)보다 훨씬 짧았고, 그나마도 화장품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은 할인 혜택이 거의 없었던 이유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제품 판매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짐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소비자는 만족할 만큼 제품을 싸게 살 수 없고, 판매자는 외국인 특수도 누리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에 들어가는 예산은 수십억원(2018년 기준 34억5000만원)에 달한다.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를 아예 없애자는 말은 아니다. 이 행사는 국내 소비와 내수활성화에 작게나마 기여(2016년 기준 민간소비매출 0.27%, GDP 0.13% 증가)했다. 기왕지사 행사를 하려면 블랙 프라이데이처럼 효과적인 할인 행사로 다듬어야 본래의 행사 시작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우선 할인율을 늘릴 수 있도록 유통가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품목을 한정할 필요도, 반드시 신상품을 팔 필요도 없다. 소비자를 유혹할 만한 상품을 유통가 스스로 골라 온라인 최저가 이상의 과감한 할인율을 적용해야 한다. 할인 없는 할인행사라는 오명부터 벗어야 한다.

일시와 진행 기간도 정해야 한다. 이번처럼 들쭉날쭉, 그것도 턱없이 짧은 기간 열린다면 국내 소비자에게도 외국인 여행객에게도 혼란만 줄 뿐이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매년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중국 광군제는 매년 11월 11일에 어김없이 열린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외국인이 자주 찾는 쇼핑 명소, 면세점 위주로 적극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제품 할인폭 및 종류를 대폭 넓혀야 한다. 모든 외국인이 화장품 혹은 식료품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행사처럼 일부 상품만 다뤄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행사마다 제기된 소비자 지적을 분석하고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할인율이 낮고 홍보도 부족하다는 지적은 첫 행사부터 제기됐으나, 3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개선되지 않은 모습이다.

옛말에 귤화위지(橘化爲枳) 즉, 강남의 귤이 회수를 건너 강북에서는 탱자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탱자도 잘만 다듬으면 귤보다 맛이 좋은 경우도 있다. 코리아세일페스타가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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