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와 ATM 버리고 편의점과 제휴하는 은행들

입력 2018.10.11 07:10

은행 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비대면 거래 증가로 ATM 이용고객수가 감소하면서 수익이 감소한데다 유지·관리비는 많이 든다는 이유로 은행들이 점포와 ATM 기기를 앞다퉈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은행들은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의점과 제휴를 확대 전략을 택했다. 특히 은행은 고객 불만을 줄이고 만족도는 높이기 위해 수수료를 자사 ATM과 동일하게 책정하거나 무료로 전환하고 있다.

./ 조선일보DB
10일 고용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 측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은행별 점포, 무인자동화기기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8년 6월 말 현재 은행 점포는 6768개다. 이는 2013년 말 7652개였던 것과 비교해 884개(감소율 11.6%) 줄어든 것이다.

CD·ATM과 같은 무인자동화기기는 같은 기간 4만3831개다. 2013년 말 5만5513개였던 것과 비교해 1만1682개(감소율 21%)가 사라졌다.

◇ 5년간 점포 884개소, ATM 기기 1만1682대 사라져

17개 국내은행 중 점포를 가장 많이 줄인 곳은 하나은행이다. 이 기간 동안 하나은행은 215개(감소율 21.9%)를 줄여 현재 765개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152개, -12.6%), 씨티(-147개, -77%), SC제일(-133개, -32.9%), 우리(-109개, -11%), 신한은행(-72개, -7.6%) 순이다.

고용진 의원은 "6개 은행이 줄인 점포 규모는 총 808개로 감소한 전체 점포 883개의 91.5%를 차지한다"며 "사실상 이들이 점포축소를 주도한 셈이다"라고 밝혔다.

CD·ATM 같은 무인자동화기기 경우는 국민은행이 가장 많이 처분했다. 국민은행은 5년간 1만1958에서 9353개로 2605개(감소율 21.8%)를 없앴다. 이어 신한(1833개, 21.1%)과 우리(1600개, 19.2%), 하나(1413개, 25.5%), 농협(1236개, 16%)이 뒤따른다. 상위 4위에 오른 은행 4곳이 없앤 무인자동화기기 수는 7451개로 전체 1만1682개 중 63.9%를 차지한다.

고용진 의원은 "은행권에서는 효율화와 수익성이라는 이름으로 점포와 무인자동화기기 축소를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온라인거래에 취약한 노인을 비롯한 금융취약계층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고려해 포용적 금융을 실현해 나가야한다"고 밝혔다.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늘어나는 적자 규모

은행들이 점포와 CD, ATM 등을 줄이는 이유는 인건비와 운영비용 때문이다. 최근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면서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의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데, 굳이 운영비용이 많이 드는 점포와 ATM기기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학영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게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6월까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 상품 판매건수는 1169만개다. 이 중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을 활용한 비대면 판매건수는 719만4861건으로 전체 61.1%를 차지한다. 창구에서 판매한 상품은 449만9677건으로 38.9%에 그쳤다.

특히 4대 은행 거래고객수는 6월 말 기준 9827만7000명으로 이 중 인터넷뱅킹 이용 고객 수는 6725만4000명(69%)이었다. 미이용 고객수는 3102만3000명으로 31%를 차지한다.

또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은행 창구에서 이뤄진 거래 비중은 전체 10%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나머지 90%는 비대면 거래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현금 사용량이 줄어들면서 ATM이나 점포 이용률이 줄어들고 있다"며 "ATM 1대를 유지하기 위해선 1년에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한 점포에 4~5대의 ATM을 두고 운영하는데, 은행 영업시간 이후에는 외주업체에 맡겨 관리한다"며 "ATM에서 벌어들이는 수수료 이익에 비해 운영비용이 더 들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은행 ATM 1대당 적자는 연간 160만원쯤이다.

◇ 이제 편의점과 맞손…모두가 ‘윈윈’

은행들은 점포와 ATM 기기를 줄이는 대신 편의점과 제휴해 편의점 ATM을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편의점 ATM은 기기 한 대로 은행이 공동 사용할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운영 적자를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ATM기기나 점포를 없앨 경우 어르신 등 디지털·금융 취약계층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그 해결책이 되는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ATM은 적·흑자 개념으로 따져서 운영하는 건 아니다"라며 "편의점과 제휴하는 것은 전국에 깔려 있는 편의점을 이용할 경우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GS25(8500여대)와 세븐일레븐, 신한은행은 GS25, 우리은행도 GS25와 지난해 말부터 제휴를 맺고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ATM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편의점 내 상품을 이용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 혜택을 강화한다. 국민, 신한, 우리은행 고객은 GS25에서 수수료 면제가 가능하다. 국민과 씨티은행은 세븐일레븐에서 수수료 면제를 받는다. 다만 모든 시간에 수수료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는 이용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편의점은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늘어 고객 모집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다가 복합생활 서비스 제공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신한은행 한 관계자는 "24시간 영업을 하는 편의점은 접근성이 좋아 오프라인 고객 접점에 유리하다"며 "고객과 편의점, 은행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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