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병의 수송과 전투에 반드시 필요한 장갑차는 궤도식 장갑차와 차륜형 장갑차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개념적으로 본다면 궤도식 장갑차는 험지 주행 능력이 좋고 방어력에서 우위에 있는 경우가 많고, 차륜형 장갑차는 가볍고 속도가 빨라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본다면 2차대전 이후 장갑차는 궤도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어느 정도의 방어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체가 다소 무거워지게 되고 그에 따라서 궤도식으로 만드는 것이 안정된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8륜 장갑차 BTR-80. 스트라이커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나름 가장 유명한 장륜 장갑차였다. / 위키피디아 갈무리
러시아의 8륜 장갑차 BTR-80. 스트라이커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나름 가장 유명한 장륜 장갑차였다. / 위키피디아 갈무리
이런 특징은 이전 칼럼에서 소개한 각국의 보병전투차들이 모두 궤도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차륜형 장갑차는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구소련의 BTR 시리즈나 미 해병대의 LAV 장갑차 시리즈 말고는 이렇다 하게 돋보이는 차량은 없었다.

◇ 스트라이커 여단의 탄생

냉전 종식 후 미군은 소련이라는 엄청난 적은 없어졌지만, 세계 각국에서 소규모 분쟁들이 엄청나게 늘어남에 따라 군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숲에서 무서운 호랑이가 없어지자 여우 같은 작은 동물들이 여기저기 나타나면서 말썽을 부리는 격이라 ‘세계의 경찰’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1999년 6월 미육군 참모총장에 일본계 미국인인 에릭 신세키 대장이 취임하였는데, 그는 미국의 세계의 경찰로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세계 어디나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도록 군을 개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군의 스트라이커 장갑차. 미군뿐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장륜장갑차의 시대를 연 장갑차이다. / 미육군 제공
미군의 스트라이커 장갑차. 미군뿐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장륜장갑차의 시대를 연 장갑차이다. / 미육군 제공
전체적으로 경량화하면서도 기존 전투력은 대부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전차와 보병전투차는 너무 무거워 신속한 전개가 어렵고, 소프트 스킨 차량(장갑화되지 않는 일반 자동차를 의미)을 장비한 보병들로 구성된 경량부대는 방어력이 너무 취약하고 중화기가 없으므로 두 가지 부대의 중간적인 부대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이런 부대를 ‘잠정군 여단 전투단’(Interim-Force Brigade Combat Team·IBCT)라고 명명하였다.

실전에서는 방어력 문제로 이처럼 철망같은 장갑을 덛대게 된다. 슬랫 아머(Slat Armor)라 불리는 이 장갑은 RPG 같은 휴대용 대전차병기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 미육군 제공
실전에서는 방어력 문제로 이처럼 철망같은 장갑을 덛대게 된다. 슬랫 아머(Slat Armor)라 불리는 이 장갑은 RPG 같은 휴대용 대전차병기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 미육군 제공
IBCT를 위해 미군은 신형 장갑차 선정사업을 개시했는데, 신속 기동에 적합하도록 차륜형 장갑차를 도입하기로 하고, 여러 회사의 장갑차들을 검토한 끝에 스위스 모바크사의 피라니아 8×8 장갑차를 기반으로 한 LAV III을 채택하고, 이 장갑차를 각 임무에 맞게 여러가지 파생형으로 설계하기로 하였다.

이 장갑차는 2002년 2월 27일 명명식 행사에서 과거 명예훈장을 받은 군인의 이름을 따서 ‘스트라이커’(Stryker) 장갑차로 명명하였다.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장비한 신속 전개 부대는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Stryker Brigade Combat Team·SBCT)라 명명되었고 6개의 SBCT가 창설되어 총 2112대를 도입하게 된다.

이후 SBCT는 더욱 확대되어 현재는 총 9개의 SBCT가 편성되었으며, 장비하는 스트라이커 장갑차도 총 4466대에 이르게 된다. SBCT는 전 세계 어디라도 96시간 안에 전개가 가능하며,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지금까지 임무에 맞게 총 12개의 형식이 개발되었다.

◇ 스트라이커 장갑차의 성능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총 12가지의 형식이 개발되었는데, 기본이 되는 것은 역시 병력수송 타입인 ‘M1126 ICV’이다. 여기서 ICV는 보병전투차를 뜻하는 ‘Infantry Combat Vehicle’의 약자가 아니라 병력수송차를 뜻하는 ‘Infantry Carrier Vehicle’의 약자다.

최근 차내에서 사격할 수 있는 리모트 웨펀 시스템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미군의 M1A2에 장비된 리모트 웨펀 시스템으로 12.7㎜ 기관총을 장비하고 있다. / 미육군 제공
최근 차내에서 사격할 수 있는 리모트 웨펀 시스템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미군의 M1A2에 장비된 리모트 웨펀 시스템으로 12.7㎜ 기관총을 장비하고 있다. / 미육군 제공
운전병과 포수 이외에 1개 분대 9명이 완전무장으로 탑승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60㎞, 항속거리는 530㎞이다. 타이어는 자체 복원력이 있어 펑크가 나더라도 어느 정도의 거리는 이상 없이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전투중량이 17.2톤으로 경량이므로 전술 수송기인 ‘C-130’으로도 수송이 가능하다.

차체 전면은 14.5㎜ 탄의 직격에 견딜 수 있고, 측면과 후방은 7.62㎜ 탄을 방어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지뢰나 급조 폭발물에서 발생하는 폭풍을 밖으로 흘러보낼 수 있도록 차체 하부를 V자 형태로 만든 차량이 보급되고 있다.

차내장비는 전면 디지털화되어 차량과 지휘소 사이에 실시간 정보교환이 가능하고, 차외에는 ‘RWS’(Remote Weapon System)이라 불리우는 리모콘 작동식 총탑이 있어 차내에서 사격할 수 있다.

이 RWS에는 40㎜ 유탄발사 기관총, 12.7㎜ 중기관총, 7.62㎜ 중기관총 등을 선택하여 장착할 수 있다.

RWS는 승무원이 밖으로 몸을 내밀지 않고 사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스트라이커 장갑차에서 최초로 도입된 이후 여러 회사에서 개발되어 보급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데, 미 육군의 ‘험비’나 ‘M1A2 에이브람스’ 전차 등에도 장비되었고, 세계 각국에서도 여러가지 형태가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방위산업 전시회 같은 곳에 가보아도 국내 방산 업체에서 개발한 RWS가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스트라이커의 부족한 전투력을 보완하기 위해 보병전투차 같은 30㎜ 기관포탑을 장비한 스트라이커 드래군. / 미육군 제공
스트라이커의 부족한 전투력을 보완하기 위해 보병전투차 같은 30㎜ 기관포탑을 장비한 스트라이커 드래군. / 미육군 제공
스트라이커 장갑차의 다른 파생형으로는 105㎜ 포를 장비한 기동포 시스템(MGS), 지휘차량, 의무차량, 공병차량, 박격포 장비차량, 대전차 미사일 장비차량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스트라이커의 부족한 공격력을 보완하기 위해 보병전투차처럼 30㎜ 기관포 포탑을 장비하는 ‘M1296 드래군’(Dragoon)도 도입되었다.

◇ 차륜형 장갑차의 시대가 열리는가

미군의 장비는 미군 자체의 장비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진 군 체계의 표본으로서 세계 각국에 본보기를 보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대로템에서 개발한 한국형 차륜 장갑차. / 현대로템 제공
현대로템에서 개발한 한국형 차륜 장갑차. / 현대로템 제공
미군이 스트라이커를 도입한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앞다투어 차륜형 장갑차의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제는 궤도식 장갑차를 밀어낼 기세다. 독일의 ‘복서’(Boxer), 캐나다의 ‘LAV III’, 프랑스의 ‘VBCI’, 일본의 ‘96식’ 장갑차, 러시아의 ‘BTR-80’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현대로템에서 차륜형 장갑차를 개발해 군에 납품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 기동포 시스템과 전차

차륜형 장갑차의 각종 파생형 가운데 적의 주력전차와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중요한 차량이 ‘기동포 시스템’(Mobile Gun System·MGS)이다. 기동포 시스템은 미군의 ‘M1128 MGS’처럼 스트라이커 장갑차의 차체에 오버헤드 건 마운트 형식으로 105㎜ 포를 장비한, 글자 그대로 기동포 시스템인 것도 있고, 아예 전차를 대신할 수 있도록 장갑 포탑에 주포를 장비한 것도 있다.

스트라이커 시리즈는 거의 대부분 플라모델로 판매 중이다. 사진은 공병차량 형식으로, 앞에 지뢰제거장비를 달고 있다. / AFV클럽 갈무리
스트라이커 시리즈는 거의 대부분 플라모델로 판매 중이다. 사진은 공병차량 형식으로, 앞에 지뢰제거장비를 달고 있다. / AFV클럽 갈무리
후자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이탈리아의 ‘첸타우로’ 장갑차, 프랑스의 ‘AMX-10RC’, 일본의 ‘16식’ 기동전투차 같은 것들이 있다.

이탈리아의 첸타우로 기동전투차의 프라모델 박스아트. 거의 전차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 트럼페터 갈무리
이탈리아의 첸타우로 기동전투차의 프라모델 박스아트. 거의 전차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 트럼페터 갈무리
이전 칼럼에서 여러 차례 전차가 찬밥신세가 되고 있다는 말을 했지만 앞으로도 전차를 대체할 수 있는 기동포 시스템의 보급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동포 시스템의 취지는 결국 날로 강력해지는 대전차 화기 때문에 생존성 면에서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는 전차의 문제점을 기동력으로 해결하기 위한 부분이 큰 것으로 보인다.

M1128 스트라이커 기동포 시스템. 스트라이커 차체에 105㎜ 포를 탑재하고 있다. / 미육군 제공
M1128 스트라이커 기동포 시스템. 스트라이커 차체에 105㎜ 포를 탑재하고 있다. / 미육군 제공
하지만 약간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이제까지의 전쟁역사에 있어서 기동력에 의해 방어력의 부족을 커버한다는 시도는 실패한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미 2차대전 후반에 등장한 휴대용 보병용 대전차화기와 대전후 등장한 대전차 미사일의 위협으로 전차무용론이 제기되었고 독일의 ‘레오파트 1’이나 프랑스의 ‘AMX-30’처럼 방어력의 부족을 기동력으로 해결하려는 전차들이 등장했지만 결코 성공적이지 못했다.

일본 육상자위대의 16식 기동전투차 프라모델. 역시 전차와 비슷한 용도로 사용된다. / 타미야 제공
일본 육상자위대의 16식 기동전투차 프라모델. 역시 전차와 비슷한 용도로 사용된다. / 타미야 제공
태평양 전쟁이나 베트남 전쟁에서 전차가 필요 없다고 생각되었던 정글에서 전차는 든든한 장갑으로 병사들을 보호해 주었고, 중동전쟁에서도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좋았던 영국제 전차들이 병사들의 신뢰를 얻었다. 가깝게는 최근 벌어진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차를 다 내버린 서유럽 국가들이 공포에 떨며 부랴부랴 미국에 도움을 청한 일도 있다.

비록 전차가 절대적인 생존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강한 정도로도 방어에는 엄청난 도움이 된다. 앞으로 기동포와 전차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