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멀티 카메라’ 시대가 열렸다. LG전자가 후면 카메라 두개인 ‘듀얼(2) 카메라’ 시대를 열자, 애플을 비롯한 스마트폰 업계가 뒤를 따랐다. 이어 중국 화웨이는 후면 카메라 세개인 ‘트리플(3) 카메라’로 맞불을 놨다.

LG전자 V40씽큐(왼쪽)와 삼성전자 갤럭시A9(2018). / 제조사 제공
LG전자 V40씽큐(왼쪽)와 삼성전자 갤럭시A9(2018). / 제조사 제공
삼성전자는 후면 카메라 네개로 구성된 ‘쿼드(4)카메라’ 스마트폰 갤럭시A9(2018)을 세계 최초로 개발·출시했다. LG전자는 전면 카메라 두개, 후면 카메라 세개인 ‘펜타(5) 카메라’ 스마트폰 V40씽큐를 출시했다.

카메라 개수가 많으면 그만큼 촬영 편의 기능도 늘어난다. 사진 화질도 좋아진다. 스마트폰 업계는 카메라 성능과 편의 기능 홍보전에 나섰다. 스마트폰 멀티 카메라의 성능을 결정하는 용어, 이들이 만드는 촬영 편의 기능을 살펴본다.

◇ 화각과 조리개, 사진에 어떤 영향 줄까

스마트폰 카메라로 어떤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우선 ‘화각(초점 거리)’와 ‘조리개’를 알아야 한다. 화각은 ‘사진이 찍히는 범위’, 조리개는 ‘빛을 받아들이는 양’을 나타낸다.

화각이 넓으면(숫자가 크면) 그만큼 넓은 시야를 담는다. 따라서 넓다는 의미의 ‘광각’이라고 부른다. 화각이 좁으면(숫자가 작으면) 시야는 좁아지지만, 대신 멀리 있는 물체를 확대하는 ‘망원’ 효과가 난다. ‘망원경’의 그 망원이다.

화각 비교 사진. 왼쪽이 화각 70º, 오른쪽이 화각 40º다. / 차주경 기자
화각 비교 사진. 왼쪽이 화각 70º, 오른쪽이 화각 40º다. / 차주경 기자
화각을 ‘초점 거리’로 환산하기도 한다. 초점 거리 숫자가 작으면 화각이 넓고, 숫자가 크면 화각이 좁다. 일반적으로 초점 거리 50㎜를 기준으로 이보다 숫자가 작으면 광각, 크면 망원이라 부른다.

스마트폰은 대부분 화각 70~80º 렌즈를 사용한다. 초점 거리로 따지면 27㎜쯤의 광각이다. 풍경 사진을 찍기 좋은 화각이다. LG전자 V40씽큐의 초광각 카메라는 화각 107º, 초점 거리 16㎜쯤이다. 화웨이 P20프로는 초점 거리 80㎜인 망원 카메라를 탑재했다. 화각으로 따지면 28º쯤이다.

‘화소(해상도)’도 알아두면 좋다. 사진은 수백만~수천만개의 점으로 구성된다. 이 점의 개수가 화소다. 2000만 화소는 2000만개의 점으로, 4000만 화소는 4000만개의 점으로 사진을 만든다는 의미다.

해상도는 사진의 크기다. 가로와 세로 각각의 점의 개수다. 따라서 해상도를 곱하면 화소를 알 수 있다. 사진 크기가 4000 x 3000이라면, 화소수는 이를 곱한 1200만이다. 화소가 높다고 해서 화질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이미지 센서 크기, 렌즈 화질에 따라 화질은 달라진다.

스마트폰 제조사 가운데 이미지 센서의 ‘화소 크기’를 강조하는 곳도 있다. 화소 크기가 크면 빛을 효과적으로 모을 수 있다. 빛을 효과적으로 모으면 사진을 더 뚜렷하게 표현한다. 화소 크기는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일컫는다. 물론, 숫자가 클 수록 좋다.

F2.2 조리개 렌즈를 탑재한 스마트폰의 배경흐림 사진. / 차주경 기자
F2.2 조리개 렌즈를 탑재한 스마트폰의 배경흐림 사진. / 차주경 기자
조리개는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부품’이다. 숫자가 작을 수록 구경이 크다. 구경이 클 수록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이면 ‘사진을 밝게’찍기 쉽다. ‘셔터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으니 ‘흔들림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조리개는 배경흐림에도 영향을 준다. 구경이 크면, 숫자가 작으면 그만큼 ‘배경이 흐려’진다.

대개 F2.8을 조리개의 표준으로 본다. 이보다 숫자가 적으면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흔들림을 줄인다. 삼성전자 갤럭시A9(2018)의 메인 카메라는 F1.7 조리개를 탑재했다. 평균보다 밝은 셈이다. LG전자 V40씽큐의 메인 카메라 조리개는 더욱 밝은 F1.5다. 따라서 일반 스마트폰보다 덜 흔들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 멀티 카메라로 만드는 신기한 기능들

카메라를 여러 대 사용하면 다양한 편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먼저 ‘스텝 줌’ 효과다.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는 화면을 소프트웨어로 확대, 화질이 떨어지는 디지털 줌만 지원했다. PC나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강제로 확대하면 사진이 흐리게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듀얼 카메라는 초점 거리를 두개, 트리플 카메라는 세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단계별 줌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단, 이를 진정한 의미의 광학 줌으로는 보기 어렵다.

27~80㎜ 광학 줌 렌즈는 그 사이 초점 거리(30㎜, 50㎜, 70㎜ 등)를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27~80㎜ 스텝 줌 렌즈는 27㎜ 또는 80㎜ 두가지 초점 거리만 사용할 수 있다. 그 사이 초점 거리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화면 확대식 디지털 줌이기에 화질이 매우 떨어진다.

피사체는 컬러로, 배경은 흑백으로 촬영하는 듀얼 카메라 스마트폰 모토롤라 X4 예제 사진. / 모토롤라 홈페이지 갈무리
피사체는 컬러로, 배경은 흑백으로 촬영하는 듀얼 카메라 스마트폰 모토롤라 X4 예제 사진. / 모토롤라 홈페이지 갈무리
카메라가 두대 있으면 ‘배경흐림’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 카메라 한대는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또다른 카메라 한대는 초점을 일부러 빗나가게 해 흐릿한 사진을 찍는다. 흐릿한 사진 위에 피사체가 선명하게 나온 사진을 합성하면 손쉽게 배경흐림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이 방법을 응용하면 피사체의 윤곽만 따로 저장할 수 있다. 피사체의 윤곽을 따로 저장한 후 배경 색상을 바꾸거나 흑백 처리하면 사뭇 독특한 느낌을 구사할 수 있다. 모토롤라 X4 스마트폰이 이 기능을 지원한다.

화웨이 P20프로 예제 사진. / 화웨이 홈페이지 갈무리
화웨이 P20프로 예제 사진. / 화웨이 홈페이지 갈무리
몇몇 멀티 카메라 스마트폰은 카메라 일부를 ‘특수 카메라’로 대체한다. 이 경우 줌 범위가 좁은 경우도 있다. 특수 카메라는 어떤 역할을 할까.

화웨이 P20프로의 ‘흑백 카메라’는 사진의 ‘선명도’를 높인다. 흑백 사진을 찍어 피사체의 윤곽 정보를 얻고, 이 윤곽 정보를 컬러 사진에 입혀 선명도를 높이는 원리다. 흑백 사진은 빛을 여러 단계로 세밀하게 담는다. 이 빛 정보를 컬러 사진에 적용하면 사진의 색상을 한결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중국 스마트폰의 멀티 카메라가 대부분 이 흑백 카메라를 탑재했다.

삼성전자 갤럭시A9(2018)의 ‘심도 카메라’는 카메라와 피사체 혹은 카메라와 배경과의 거리를 계산할 때 쓰인다. 다양한 거리 정보를 저장해두면 배경흐림 효과를 한결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다. 심지어 이미 촬영한 사진의 배경흐림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