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㊶일본 미소녀 캐릭터의 기준 만든 만화가 '타카하시 루미코'

입력 2018.10.13 06:00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2018년 시작과 함께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일본 만화업계에서는 타카하시 루미코(高橋留美子)의 1980년대 만화 작품이 지금의 인기 미소녀 캐릭터의 기준을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타카하시는 ‘시끌별녀석들’, ‘메존일각’, ‘란마½’ 등 1980년대를 대표하는 러브코미디 트리오를 만든 여성 만화가다.

만화·애니메이션 마니아 사이서 통용되는 ‘모에(萌え: 만화나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대한 사랑이나 호감을 말하는 일본어 표현)’의 기본 요소는 시끌별녀석들의 ‘라무’, 젊은미망인 ‘쿄우코’, 성(性) 트랜스포메이션 캐릭터 ‘란마’ 등에 고루 녹아있다는 것이다.

시끌별녀석들 여주인공 ‘라무’의 경우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비키니 의상과 완벽에 가까운 외모, 화를 내지만 실제로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일명 ‘츤데레’적인 성격을 가졌다. 메존일각의 쿄우코도 라무와 마찬가지로 완벽에 가까운 미모와 여성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츤데레 측면을 갖춘 미소녀 캐릭터로 그려졌다.

란마의 경우 주인공의 ‘성전환 능력’과 여성 상태에서의 완벽한 미모를 강조하지만, 본래 남자 캐릭터인 만큼 보이시한 매력을 겸비했다. 란마 만화의 경우 워낙 많은 미소녀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큼 다채로운 모에 요소를 각 캐릭터에 골고루 배분했다.

퀵타임 등 현지 매체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타카하시 루미코의 개그 만화풍과 미소녀 캐릭터는 1972년작 만화 ‘부끄러운 학원(ハレンチ学園)’의 영향을 받았다. ‘마징가Z’로 유명한 만화가 나가이고의 출세작이기도 한 이 만화는 개그 만화지만 과격한 성(性)적 표현으로 1970년대 당시 사회 현상을 일으킨 바 있다.

호피무늬 비키니를 입고 하늘을 날며 번개를 쏘는 도깨비족 미소녀 ‘라무’와 절세미녀를 옆에 두고도 바람을 피우는 주인공 아타루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 ‘시끌별녀석들(うる星やつら)’은 1980년대 ‘러브코미디’ 대표 만화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시끌별녀석들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일본 만화업계에 따르면 시끌별녀석들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던 1980년대 10~20대 독자와 시청자를 중심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이후 등장하는 만화 작품과 팝컬처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시끌별녀석들의 인기는 일본을 넘어 미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적인 팝컬처 축제 코믹콘에서는 지금도 만화 여주인공 라무의 코스프레를 간간히 볼 수 있을 정도다.

‘젊은 미망인’ 여주인공 오토나시 쿄우코와 사회초년생 청년 유우사쿠와 러브스토리를 그린 1980년작 만화 ‘메존일각’(めぞん一刻)은 리드미컬한 이야기 흐름과 코미디 요소로 1980년대를 대표하는 연애만화로 평가받는다.

1987년 등장한 만화 ‘란마½’은 몸에 물을 끼얹으면 남자에서 여자로 변한다는 당시로서는 참신했던 소재로 당시 소년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일본 만화 업계는 만화 속에 담긴 풍부한 격투신과 수 많은 캐릭터, 다채로운 이야깃 거리가 란마½이 1980년대 명작 만화 대열에 오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1980년대 러브코미디 대표 만화가 ‘타카하시 루미코’

타카하시의 만화가 인생은 1978년 데뷔작 ‘제멋대로인 녀석들(勝手なやつら)’로 시작된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타카하시는 만화잡지 ‘소년 선데이’에 만화 원고를 보내 그해 출판사 쇼가쿠칸(小学館)이 주최한 ‘신인코믹대상’ 소년걸작부문에 당선되면서 프로 만화가로 데뷔한다.

타카하시 루미코의 데뷔작 ‘제멋대로인 녀석들’. / 야후재팬 갈무리
일본 출판업계에 따르면 타카하시가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때부터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소년 선데이와 가로 등 만화잡지에 자신의 작품을 실으며 편집자들에게 스스로를 알리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2학년때에는 40장 분량의 만화 원고를 ‘소년 매거진’에 투고했지만, 낙선을 경험하며 만화가의 길을 포기할 뻔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타카하시는 SF와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 만든 데뷔작을 바탕으로 미래 자신의 대표작이 되는 ‘시끌별녀석들’을 1978년 선보인다.

1980년대 '러브코미디' 만화 작품의 대명사인 시끌별녀석들은 바람둥이 남자 고등학생 ‘모로보시 아타루’와 우주에서 온 도깨비족 미소녀 ‘라무’의 사랑 이야기를 요절복통 코미디로 엮어낸 작품이다.

시끌별녀석들은 애니메이션·게임·연극 등 다채로운 형식의 콘텐츠로 만들어졌다. TV 애니메이션의 경우 1981년부터 1986년까지 무려 218화 분량으로 나왔고,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무려 6개나 만들어졌다.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오시이 마모루(押井守) 감독도 1983년작 극장판 '시끌별녀석들 온리 유'로 감독 데뷔했다.

아타루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한 라무의 여정은 만화 마지막 편에서도 강렬하게 그려진다. 라무는 아타루에게 "평생을 걸고서라도 좋아한다고 말하게 할 거야"라는 말로 만화를 마무리해, 끝없이 이어질 두 사람의 사랑싸움을 암시했다.

타카하시는 1980년 시끌별녀석들과 함께 새 만화 ‘메존일각’ 연재를 시작한다.

메존일각 여주인공 ‘오토나시 쿄우코’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만화 여주인공 쿄우코는 고등학생 시절 테니스 강사로 온 소이치로에 반해 양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하지만, 결혼 생활 반년만에 남편을 잃고 만다. 그녀는 시아버지의 추천으로 낡은 목재 아파트의 관리인으로 일하며 자신의 마음을 정리해 가고, 그녀가 관리하던 아파트에 살게된 백수 청년 유우사쿠는 그녀의 매력에 빠져든다.

메존일각 여주인공 쿄우코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한창 인기를 끌던 1980년대 당시 많은 남성팬을 확보하면서 현지 애니메이션 잡지 인기 여성 캐릭터 랭킹 상위권을 지켰다.

1987년 타카하시는 ‘어린이가 읽어도 재미있는 만화 작품’을 목표로 코미디 요소가 강한 ‘란마½’을 선보인다.

란마½ 일러스트. / 라쿠텐 갈무리
란마 연재가 끝나가던 1987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국내 팬을 확보한 만화 ‘이누야샤(犬夜叉)’를 공개한다. 여주인공 카고메가 요괴가 판치던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 만화는 개그 요소를 담고 있지만 성인을 타깃으로 진지한 내용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만화는 2001년 쇼가쿠칸만화상을 수상했으며, 만화 단행본은 2016년 기준 4000만부가 판매됐다.

이누야샤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연재된 만화 ‘경계의 린네(境界のRINNE)’는 이누야샤의 배틀 요소를 남기면서도 자신의 만화 특색인 ‘개그’를 더 진하게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한편, 출판사 쇼가쿠칸은 2017년 3월 만화가 타카하시의 만화 작품 단행본이 전 세계에서 2억부 판매됐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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