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전세계 e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0년 4조580억달러(4586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천문학적인 규모가 될 e커머스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해 기업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e커머스 시장 패권을 두고 경쟁 중인 구글과 아마존 로고. / 각 기업 제공
e커머스 시장 패권을 두고 경쟁 중인 구글과 아마존 로고. / 각 기업 제공
이 가운데 선두로 꼽히는 곳은 백화점이나 마트 등 전통 오프라인 유통 기업이 아닌 아마존과 IT 기업 구글입니다. 이들은 e커머스에 특화된 플랫폼을 만들고, 음성인식과 인공지능 등 ICT를 앞세워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는 모습입니다.

이들은 어떻게 시장 주도권을 잡았을까요?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그리고 이들 덕분에 확연하게 바뀔 e커머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 선발주자 아마존의 전략…"혁신 또 혁신"

① 상품 검색·주문·결제·배송 일원화

아마존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상품 검색·주문·결제·배송을 일원화한 ‘e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소비자는 ‘아마존 웹 사이트’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아마존 페이’를 비롯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로 손쉽게 주문할 수 있습니다. 주문한 제품은 배송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당일 혹은 익일 손쉽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모든 절차는 아마존 서비스 안에서 이뤄집니다. 온라인 주문 후 오프라인에서 받을 수 있고, 오프라인 제품을 온라인으로 환불할 수 있습니다. 일원화된 플랫폼 속에서 소비자는 더 편리하게, 더 빨리 쇼핑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 음성인식 인공지능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스피커 에코. / 아마존 홈페이지 갈무리
아마존 음성인식 인공지능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스피커 에코. / 아마존 홈페이지 갈무리
② 음성주문·인공지능·데이터 분석 ‘삼위일체'

이어 아마존은 e커머스에 ICT 기술을 적극 도입합니다. 그 일환이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 ‘알렉사’,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스피커 ‘에코’시리즈, 데이터를 분석·저장하고 제어할 ‘아마존웹서비스’입니다.

아마존 알렉사와 에코의 음성인식 기능은 ‘오늘 날씨 알려줘’, ‘뉴스 읽어줘’, ‘환율 알려줘’ 등 소비자의 목소리 명령을 인식합니다. 이어 기기에 탑재된 인공지능이 명령을 분석하고 답을 찾아 대답합니다.

서비스 초기에는 단순한 문답만 가능했지만, 현재 아마존 알렉사와 에코는 복잡한 명령은 물론 다양한 외국어 문답에도 대응합니다. 아마존웹서비스의 데이터 분석 능력, 그리고 풍부한 정보를 무선으로 다루고 공유하는 클라우드 덕분입니다.

이들 기술은 e커머스에 편의를 더합니다. 소비자는 사고 싶은 상품을 말로 검색합니다. 인공지능이 질문을 파악해 검색, 결과를 알려줍니다. 소비자와의 문답을 토대로 분석된 인기 상품, 계절별 인기 제품 등의 데이터는 클라우드로 공유돼 검색 결과를 더 정확히 만듭니다.

③ ICT의 결정체, 무인매장 ‘아마존 고’

음성인식과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머지 않아 ‘무인 매장’도 현실화될 것입니다. 사실, 이미 아마존은 북미에서 무인 매장 ‘아마존 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아마존 고 매장에 들어가 원하는 상품을 고르고, 계산이나 포장처럼 번거로운 절차 없이 그냥 가지고 나오면 됩니다.

아마존은 해당 지역에서 많이 팔리는 상품과 시간대, 방문자의 연령과 동선, 매대별 체류 시간 등 각종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아마존 고 매장 내 상품을 배열합니다. 이 역시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의 힘입니다. 모바일 결제 기술도 한 몫 거들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자동차 픽업 형태의 아마존 고 매장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④ 언제, 어디서나 쇼핑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 덕분에 아마존 알렉사와 에코는 쓸 수록 똑똑해지고,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나아가 소비자는 확장된 e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아마존은 최근 발표회를 열고 스마트 전기레인지와 플러그 등 가전 제품과 차량용 스마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이들 기기는 인공지능 알렉사의 운용 범위를 일상 공간 및 차량으로 확대합니다.

이제 출근길 차 안에서 스마트 냉장고 속 식재료 현황을 확인하고, 부족한 식재료를 음성으로 주문하는 시대가 옵니다. 퇴근길 차 안에서 목소리로 저녁 식사를 배달 주문하는 시대가 옵니다. 패스트푸드 드라이브스루(차 안에서 주문, 결제 후 음식을 받아보는 서비스)처럼, 차 안에서 자연스레 목소리로 쇼핑하고 모바일 결제로 자동 계산하는 시대가 옵니다.

◇ 후발주자 구글의 전략

① 많으면 달라진다…안드로이드 인프라

물류·유통에 ICT를 더해 시너지를 낸 아마존과 반대로, 구글은 스마트 기기·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검색 및 ICT 서비스를 육성했습니다. 기기와 사용자가 많으면 서비스를 시장에 쉽게 안착시킬 수 있고, 수많은 소비자 데이터도 추출할 수 있습니다.

구글이 겨냥한 것은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스마트폰과 모바일 브라우저로 쇼핑하는 모바일 세대입니다. 스마트 기기 운영 체제 ‘안드로이드’, 검색 엔진 ‘크롬’, 여기에서 추출한 데이터로 정확도를 높인 ‘구글 쇼핑 검색’이 구글 e커머스의 주축입니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3분기 기준, 전세계 스마트 기기 10대중 8대에 설치될 정도로 점유율이 높습니다. 그만큼 사용자도 많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 검색 결과, 쇼핑 선호도, 계절 혹은 시기별 인기 상품 등 풍부한 e커머스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추출한 e커머스 데이터로 쇼핑 검색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20대 사용자가 여름에 주로 찾는 인기 상품, 50대 여성이 선호하는 30만원대 인기 상품을 콕 짚어 제시하는 방식입니다.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는 쇼핑 편의를 기본으로, 원하는 상품을 정확히, 저렴한 가격에 찾을 수 있게 됩니다.

② 역시 음성주문·인공지능·데이터 분석 ‘삼위일체'

구글은 놀라운 음성인식률 자랑하는 인공지능 ‘구글 어시스턴트’를 내세워 경쟁사를 위협합니다. 아마존의 알렉사는 스마트 스피커를 포함한 일부 기기에 탑재되지만, 구글 어시스턴트는 안드로이드 선(기본)탑재 서비스라 전세계 수많은 스마트 기기에 즉시 설치됩니다.

구글 스마트스피커 홈 미니. / 구글 홈페이지 갈무리
구글 스마트스피커 홈 미니. / 구글 홈페이지 갈무리
구글 어시스턴트는 쓰기 쉽습니다. 버튼이나 아이콘을 눌러 목소리로 명령하고 결과를 들을 수 있으니까요. 구글 검색 기반이므로 정확도도 우수합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템플의 2018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글 어시스턴트는 아마존 알렉사, MS 코타나 등 경쟁 제품보다 정확한 검색 결과를 내놓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구글 어시스턴트만 켜면,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제품을 목소리로 찾고, 사고, 주문하고 받는 쇼핑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에 퍼진 구글 안드로이드 기기와 서비스는 소비자 쇼핑 정보를 분석, 인공지능을 더 똑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③ 전통 유통 전략 접목

구글은 개인 맞춤형 쇼핑 정보 추천 서비스 ‘구글 쇼핑 액션’, 통합 모바일 결제 서비스 ‘구글 페이’, 쇼핑 패턴 분석 ‘구글 애널리틱스' 외에도 구글 익스프레스라는 전통 유통 서비스에도 손을 댔습니다.

모바일, 웹 사이트에서 상품을 결제하면 다음날 아침, 심지어 일부 상품은 당일 배송하는 서비스입니다. 넓디 넓은 북미 대륙 75%를 커버하는 구글 익스프레스는 해외 사용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도 구글 익스프레스로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노력의 결과일까요? 구글은 아마존에 빼앗긴 북미 지역 쇼핑 검색 점유율을 상당 부분 되찾았습니다. 2017년 한해동안 쇼핑할 때 구글 검색을 사용한 미국 소비자의 비율은 36%입니다. 2016년 28%에서 8%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2016년 쇼핑 검색 점유율 50%를 독식했던 아마존은 구글 때문에 2017년 점유율이 44%로 줄어듭니다.

유럽은 어떨까요? 유럽에서 구글 쇼핑 검색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무려 9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그 탓에 유럽연합으로부터 독과점 명목으로 3조원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지만요. 모두 시장조사업체 서베이타의 2017년 조사 결과입니다.

◇ 어디서나 쇼핑하는 시대 열릴 듯

아마존 에코 쇼, 구글 홈 허브 등 최근 출시된 ‘디스플레이형 스마트스피커’는 e커머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입니다. 디스플레이형 스마트스피커를 사용하면, 소비자는 목소리로 명령하고 화면으로 답과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아마존 에코 쇼, 구글 홈 허브는 상품 검색 시 상품의 외관을, 상품 정보 검색 시 리뷰나 광고 영상을 함께 보여줍니다. 목소리로 검색 결과를 하나씩 듣는 것보다, 눈으로 검색 결과를 한번에 훑어내리는 것이 더 편리하겠지요?

‘인기 있는 신발 알려줘’라고 스마트스피커에 주문하면, 목소리로 리스트를 듣는데 수십분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형 스마트스피커에 주문하면 목록 수십개를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발을 살 때를 가정해볼까요? 스마트스피커로 주문하려면 ‘2번 리스트 15번째 구두 사이즈 275 브라운 컬러 주문해줘’라고 해야 합니다. 아마존 에코 쇼, 구글 홈 허브를 사용하면, 터치 서너번만으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청각에 이어 시각 정보가 더해지면 사용자의 쇼핑 편의는 더욱 좋아집니다.

화면을 탑재한 아마존 에코 쇼. / 아마존 홈페이지 갈무리
화면을 탑재한 아마존 에코 쇼. / 아마존 홈페이지 갈무리
자동차도 e커머스 통로로 사용됩니다. 아마존은 알렉사를 가전 제품 및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 탑재, e커머스의 이용 범위를 넓혔습니다.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1월 미국에서 열린 글로벌 IT 기술·기기 전시회 CES 2018에서 구글은 차량을 포함, 어시스턴트 플랫폼 제품군을 대폭 넓힌다고 발표했습니다.

구글 어시스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스마트스피커뿐 아니라 OLED TV, 자동차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LG전자, 샤오미, 소니, JBL, 현대자동차 등 내로라하는 가전 및 차량 제조사가 구글 어시스턴트 파트너로 합류했습니다.

7월에는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자동차 버전인 ‘안드로이드 오토’가 전세계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에서도 물론 어시스턴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안에서 퇴근하면서 실내 가전 제품을 미리 켜고, 사고 싶었던 상품을 목소리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운전 시 충분히 조심해야겠지만요.

소비자는 이제 실내에서 가전 제품으로, 일터에서 스마트 스피커로, 이동 시 차량으로,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e커머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