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비대면 전세자금 대출이 멈췄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변경된 대출정보를 금융 시스템에 적용해야 하지만 개발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카카오뱅크만 중단없이 전월세보증금 대출이 된다.

 . /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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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정부 9.13 부동산 대책에 따라 전세 보증 요건이 강화됐다. 이에 따라 부부합산 소득 1억원 초과 또는 2주택자는 주택금융공사 등이 보증하는 전세자금대출이 금지된다.

그 동안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은 주택금융공사 보증서를 기반으로 한 비대면 전세자금대출을 시행했으나, 대상 요건이 변하면서 대출해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KB국민·우리·NH농협·IBK기업은행을 비롯한 시중 은행들의 비대면 전세자금대출이 중단됐다. 일부 은행은 신청이 가능하더라도 대출 집행 전 최소한 한번은 은행 영업점에 방문해야 한다. 비대면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

KB은행 한 관계자는 "9.13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대출 관련 시스템을 우선 순위에 따라 개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전세보증대출 요건 변화와 상관없이 비대면 전월세대출을 중단없이 계속 운영한다.

카카오뱅크는 국세청, 건강보험관리공단 등을 통한 스크래핑(데이터 자동추출) 방식으로 보인 확인을 하는 반면 시중 은행은 해당 서류를 사진으로 전송하는 방식을 쓴다. 또 카카오뱅크는 주택금융공사 보증 상품만 판매하지만 시중은행은 주택금융공사와 SGI서울보증 상품도 취급한다.

카카오뱅크 한 관계자는 "배우자 소득은 비대면 본인 확인과 배우자 동의를 통해 국세청 및 건강보험관리공단을 통해 스크래핑 방식으로 확인한다"며 "주택 소유 여부 및 다주택 보유 현황은 국토교통부의 '주택소유확인시스템'을 활용해 직접 확인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시중은행이 문제로 삼는 배우자 동의 활용과 진위 여부는 카카오뱅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시중은행은 대책마련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비대면 전세보증대출을 위해 무주택자이거나, 아직 부부합산소득여건이 없는 서울보증 전세대출만 비대면으로 취급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무주택 관련 조회전산을 개발 중으로 10월 중 오픈한다. 조속히 시스템을 개발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 역시 최대한 빨리 시스템을 준비하고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월세보증 대출 우선순위가 다른 시스템 개발에 밀려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대면 전세보증 대출 누적액 규모가 크지 않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도입 대응이나 총량한도 규제 등에 보다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비대면 전세보증대출 누적액은 수백억원에 그친 반면 카카오뱅크 전월세보증금 대출 잔액은 5000억원으로 규모로 알려졌다.

은행 한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대출 규제가 강해지면서 은행들이 시스템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전월세 대출 비대면 시스템 개발이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케이뱅크는 아파트 담보대출에 힘을 집중하면서 비대면 전월세보증금대출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