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정부 9.13 부동산 대책 후속으로 내놓은 규제 강화로 비대면 전세보증대출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케이뱅크가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 / 조선일보DB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 / 조선일보DB
17일 금융관련업계에 따르면, 10월 15일부터 정부 9.13 부동산 대책에 따른 비대면 전월세 보증금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시중의 모든 은행은 비대면 전월세보증금 대출이 중단됐다. 대출을 받기 위해선 한번은 은행에 가야만 한다.

이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 계획을 꾸준히 밝혀왔던 케이뱅크의 경우는 타격이 큰 모양새다. 9월 20일 국회가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실탄을 확보했지만, 상품 설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2분기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케이뱅크는 올해 초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를 위한 담보평가모델 개발에 착수한 뒤 개발이 마무리단계까지 온 상태였다. 현재는 출시 일정이 불투명하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출시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대출규제를 전산 시스템에 반영해야 하는데, 정부 규제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작업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정책에 따라 서울 전역과 세종시, 경기도 과천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고 이 지역에서는 일괄적으로 담보인정비율(DTV),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40%가 일괄 적용됐다.

정부는 또 두달 뒤인 10.24 가계부채종합대책에서 주택담보대출 2건 이상 보유한 대출자 DTI 계산법을 수정했다.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 전액을 반영하는 신DTI 규제를 도입했다.

여기에 정부는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데다가 금융위원회는 오는 18일 김용범 부위원장 주재로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열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기준과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이은 고강도 규제가 또 추가되는 셈이다.

DSR은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계산하며, 차주의 종합적인 부채상환 능력을 따지는 지표다. RTI는 부동산 임대업자의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는 주택에 1.25배, 상가 등 비주택에 1.5배를 적용하고 있다.

케이뱅크 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세세하게 알아야 할 정보가 너무 방대해졌다"며 "이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는데, 정부 규제와 정책이 계속 바뀌어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처럼 복잡한 규정이 얽힌 대출 상품을 상담원이 전화로만 진행하려면 더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케이뱅크 측 설명이다. 시중 은행은 점포로 방문하면 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그 특성이 어렵기 때문에 상담원이 은행 텔러 수준으로 완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출상품을 설명하고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선 인터넷 은행 직원이 일반 은행원 정도의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며 "상담원에게 주택담보대출 교육을 시켜야 할 부분이 아직 많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가 출시 계획을 번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케이뱅크는 앞서 2017년 9월 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100%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을 2017년 말까지 선보이겠다고 야심차게 밝혔다. 당시 케이뱅크는 근저당설정계약서와 주택담보대출 약정서를 홈페이지에 공지하기도 했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유일하게 비대면 전월세보증금 대출이 가능해 활짝 웃는 모양새다. 카카오뱅크 전월세대출 상품은 출시 6개월 만에 약정액 4000억원을 넘어서며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18년 9월 기준 전월세 대출금 잔액이 아직 4969억원이 남아 있어 앞으로도 고객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