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실패, 사업 부진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던 샤프가 최근 부활의 날개짓을 한다. 디스플레이를 이어 8K,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이 주축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샤프는 19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IoT 전시회 ‘CEATEC Japan 2018’에 참가해 ‘8K·AIoT(AI+IoT)’ 기술과 관련 제품을 선보인다.

◇ 입출력에 음향 장비, 저장 도구에 이르기까지 ‘8K 올인원’ 시스템 구축

샤프 ‘8K 월드’는 영상 입출력기기와 액세서리, 편집 시스템을 포함한 솔루션이다. 주력 제품은 아쿠오스 브랜드 중 ‘아쿠오스 8K TV’다.

이 제품의 해상도는 풀HD(1920 x 1080)의 4배(화면 면적은 16배)인 7680 x 4320이다. 시야각은 176º로 넓어 양 측면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저해상도 영상을 8K 해상도로 키우는 업스케일링, 이 과정에서 생기는 화면 노이즈를 없애는 노이즈감소 기능도 갖췄다.

샤프 아쿠오스 8K TV. / 샤프 제공
샤프 아쿠오스 8K TV. / 샤프 제공
60·70·80인치로 판매되는 이 제품은 4K·8K 튜너(전파 수신 장치) 탑재형 TV다. 8K 해상도에서 HDR(High Dynamic Range, 밝은 곳은 더 밝게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표현하는 기술)를 지원하는 점도 돋보인다. 샤프는 아쿠오스 8K TV를 11월 17일부터 판매, 12월 1일부터 송출 예정인 일본 NHK의 BS 8K 방송에 대응할 계획이다.

샤프는 또 2019년 2월 8K TV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22.2채널 사운드바 오디오 시스템 ‘아쿠오스 오디오’를 출시한다. 바닥과 벽, 천장 곳곳에 소리 포인트를 전달해 22.2채널을 구현한다. 이 제품을 HDMI 케이블로 TV와 연결하면 돌비 애트모스 입체 음향을 들을 수 있다. 내장 앰프 용량이 450W로 크고, 스마트 기기와 블루투스 연결해 무선 스피커처럼 응용할 수도 있다.

샤프 아쿠오스 8K HDD. / 샤프 제공
샤프 아쿠오스 8K HDD. / 샤프 제공
8K 방송은 해상도가 높은 만큼 용량도 크다. 샤프는 8K TV 방송을 녹화할 저장 시스템 ‘아쿠오스 8K HDD’를 준비해 8K TV와 함께 판매한다. 본체에 탑재된 8TB 하드 디스크와 USB 3.0 전송 규격을 활용해 8K 방송을 최대 170시간쯤(4K 방송은 520시간쯤)의 방송을 실시간으로 녹화·저장한다.

8K 위성 방송을 TV 혹은 디스플레이로 수신하려면 ‘아쿠오스 8K 튜너’를 사용하면 된다. 이 튜너를 사용하면 12월 1일부터 상영될 일본 위성 8K 시범 방송을 볼 수 있다. 샤프 아쿠오스 오디오 및 8K HDD와의 호환성도 갖췄다.

◇ 아쿠오스 솔루션 활용한 8K 교육·비즈니스·의료 솔루션도 소개

샤프 8K 월드는 기기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다. 샤프는 앞서 2017년 11월 세계 최초 업무용 8K 캠코더 8C-B60A를 출시했다. 이 캠코더는 슈퍼 35 규격 3300만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 8K 해상도 영상을 초당 60p로 촬영한다.

이어 샤프는 전시회장에서 8C-B60A와 저장 장치 SSD 팩, 뷰 파인더와 조명 등을 포함한 8K 영상 제작 솔루션을 선보였다.

샤프 8C-B60A로 만들어진 8K 영상은 편집 워크스테이션에서 후처리돼 각종 콘텐츠로 만들어진다. 8K 콘텐츠는 5G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클라우드 저장되며, 8K TV와 모니터 등 각종 재생 기기로 무선 전송된다.

샤프 8K 솔루션을 의료 현장에 접목한 모습. / 샤프 제공
샤프 8K 솔루션을 의료 현장에 접목한 모습. / 샤프 제공
샤프는 8K 솔루션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도 공개했다. 특정 지역이나 행사를 8K 고해상도로 촬영해 클라우드 콘텐츠로 배포하는 ‘영상 전송 솔루션’, 고해상도 디지털 사이니지에 정기적으로 8K 광고 영상을 송출하는 ‘디지털 간판’, 8K CG 모델링 이미지를 스마트폰에 실시간 전송해 설계나 교육에 응용하는 ‘실시간 렌더링’ 등이다.

샤프는 8K 솔루션을 교육, 의학 부문에도 적용한다. 곤충이나 식물의 외관을 4억 화소 초고해상도로 촬영한 후 8K 디스플레이로 전송하는 ‘체험형 도감’, 예술 작품을 고해상도로 촬영하고 설명을 오버레이(투명 겹침 화면)로 추가하는 ‘터치 박물관’ 등이 사례다.

수술용 내시경에 8K 카메라를 장착, 환부를 실시간 확인하고 수술을 보조하는 의료용 솔루션도 발표됐다. 나아가 샤프는 8K 관련 장비를 활용한 실시간 보안 감시 시스템, 시설물 검사와 유지보수 사업도 준비한다고 밝혔다.

◇ AI + IoT = ‘AIoT 월드’…한단계 발전한 스마트홈 시스템 구축

‘AIoT 월드’는 음성인식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결합, 활용 범위를 넓힌 기술이다. 전자레인지와 냄비, TV 등 실내 가전은 물론 현관·창문, 자물쇠 등 실내 전기 장치를 모두 연결해 음성인식 인공지능으로 제어하는 개념이다.

샤프는 냉장고, 전자레인지, 냄비에 음성인식 인공지능과 IoT 기술을 적용했다. ‘코코로 키친’이 대표적이다. 이 기능을 갖춘 샤프 클러스터 냉장고에 ‘삼겹살 구이 해줘’라고 목소리 명령하면, 재료와 요리 레시피를 소비자에게 알려준다. 이용자가 재료를 냄비에 담고 샤프 헤르시오 오븐에 다시 한번 ‘삼겹살 구이 해줘’라고 명령하면, 제품은 가장 알맞은 온도와 시간을 스스로 설정해 동작한다.

이어 샤프는 11월 17일부터 ‘코코로 캘린더’ 서비스를 시작한다. 스마트폰 달력 앱에 기록된 개인과 가족의 스케줄을 모아 아쿠오스 TV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일본 내 1만7000개 업체의 이벤트, 지역 행사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샤프 아쿠오스 TV 리모콘의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 목소리로 일정을 확인하고 추가할 수 있다.

샤프 AIoT 예상도. / 샤프 제공
샤프 AIoT 예상도. / 샤프 제공
샤프는 향후 코코로 AIoT 기술의 범위를 TV와 세탁기,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등 가전 제품 전반으로 넓힌다. 음성인식 기능을 갖춘 이들 제품을 서로 연결, 동작 효율을 높이고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샤프는 AIoT를 건물 외부에 설치된 태양광 축전지, 실내 도어락과 창문 스위치, 자동차 차고 셔터 등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샤프는 2010년 이후 경영난에 봉착했다. 2012년 샤프의 순손실 규모는 4500억엔(4조5283억원)에 달했고, 신용등급은 정크본드(신용등급이 매우 낮은 채권)수준으로 떨어졌다. 2015년 샤프는 은행권에 긴급 융자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하고, 자본금을 대폭 축소하는 감자를 행하기도 했다.

2016년 대만 폭스콘에 인수된 샤프는 절치부심에 나섰다. 고강도 구조조정과 주력 분야인 LCD 위주 생산시설 정비에 힘입어 2017년 702억엔(724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4년만에 맛본 흑자다.

샤프는 8K·AIoT 월드 솔루션을 양대 축으로 삼고 흑자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샤프 한 관계자는 "아쿠오스 브랜드로 세계 8K 시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