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유통 전문기업 손오공과 콘텐츠 제작사 초이락컨탠츠팩토리간 밀월 관계에 금이 생겼다.

터닝메카드 최신작인 ‘요괴메카드’ 장난감에 새겨지는 유통업체 로고가 변경됐다. 기존 유통업체였던 ‘손오공’의 로고 대신 ‘초이락컨텐츠팩토리’의 로고가 새겨졌다. 소비자인 어린이 사이에서는 해당 제품이 짝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로고 변동은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유통업체간 관계 변화에 따른 일로 확인됐다. 터닝메카드 애니메이션을 만든 초이락컨텐츠팩토리(이하 초이락)가 장난감 유통에 직접 나서며 손오공이 빠진 것이다.

유통 업계에서는 요괴메카드 장난감 관련 로고 변동이 최신규 회장발 손오공과의 관계 정리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오공이 미국 마텔의 자회사가 된 만큼 양사 간 홀로서기가 가속화된다.

최신규 초이락 회장. / 조선일보 DB
최신규 초이락 회장. / 조선일보 DB
18일 장난감 업계 한 관계자는 "터닝메카드 시리즈를 유통하는 업체가 손오공에서 초이락으로 바뀐 것은 최신규 초이락 회장의 손오공 지분 매각에 따른 이미 예견된 일이다"라며 "오랫동안 터닝메카드를 유통해 온 손오공 대신 최 회장이 몸담은 초이락이 제품을 유통함에 따라 앞으로 두 회사간 관계 정리 속도가 가속화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손오공에 따르면 현재 메카드·헬로카봇·소피루비 등 장난감은 초이락이 이마트에 직접 유통하고, 손오공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지에 판매하고 있다.

◇ 초이락, 손오공 단순 유통 기업으로 전락시켜…장난감 이벤트도 직접 열어

장난감 업계는 애니메이션 콘텐츠 회사와 땔래야 땔 수 없는 밀월관계를 맺는다. 애니메이션은 캐릭터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장난감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초이락은 손오공을 창업한 최신규 회장이 세운 콘텐츠 전문 기업이다. 이 회사는 애니메이션 제작은 물론 장난감 기획·제작도 병행한다. 기존에는 초이락이 터닝메카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손오공이 관련 제품 유통을 담당했다.

터닝메카드 시리즈는 2015년 한국 장난감 업계를 뒤흔들었던다는 평가를 받는 히트 상품이자 인기 애니메이션 콘텐츠다. 손오공은 터닝메카드와 변신로봇 헬로카봇 덕분에 2015년과 2016년 1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 영업이익은 103억원에 달한다.

초이락도 2016년 941억원에서 2017년 1783억원으로 매출이 빠르게 성장해 1200억원대 손오공 매출을 추월했다. 손오공은 2017년 초이락으로부터 연간 매출의 45.9%에 해당하는 479억원쯤의 장난감을 매입하는 등 유통 채널 역할을 했다.

손오공 대신 초이락 로고가 부착된 요괴메카드 장난감 모습. / 초이락 제공
손오공 대신 초이락 로고가 부착된 요괴메카드 장난감 모습. / 초이락 제공
하지만 두 회사 간 관계는 최근 빠르게 악화됐다. 최 회장은 2016년 자신이 보유한 손오공 지분 11.99%(140억원)를 미국 장난감 전문 기업 마텔에 매각하면서 부터의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은 손오공을 단순 유통회사로 전락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그마저도 초이락이 담당하며 손오공 지우기에 나선 듯한 인상을 준다.

초이락은 기존 손오공이 주최하던 터닝메카드 대회 등 대형 이벤트 대신 2018년부터 ‘브라보키즈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콘텐츠·장난감 이벤트를 시작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15일 열린 이 이벤트에는 1만5000명의 인파가 몰렸다. 매년 2만명쯤이 몰리던 터닝메카드 장난감 축제를 고스란히 가져왔다는 것이다.

초이락 한 관계자는 "손오공은 별개 회사다"라고 말했다.

손오공도 새로운 활로 찾기에 나선 모양새를 보인다. 최근 중국업체 링동의 팽이 장난감 ‘자이로카’를 수입하고, 마텔이 만든 장난감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초이락 장난감 비중을 낮추고 있다.

손오공 측에 양사간 관계에 대해 문의했지만, 회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내부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