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金) 거래 사업에 진출한 정보기술(IT) 기업이 블록체인을 사업에 접목할 지 관심이 쏠린다. 가상화 솔루션 기업 퓨전 데이터는 최대 주주가 바뀌면서, 중견 시스템통합(SI) 기업 아이티센은 거래소 한 곳을 인수하면서 금 거래 시장에 뛰어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퓨전 데이터는 일단 블록체인 사업에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이고 아이티센은 블록체인 사업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여러 대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이다. 여러 대 컴퓨터가 기록을 검증해 해킹을 어렵게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금 거래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골드 바. / 한국금거래소 제공
골드 바. / 한국금거래소 제공
◇ 최대주주 변경된 퓨전데이타의 행보

퓨전데이타는 금 거래 및 해외자원 개발 등 새로운 사업을 시도한다고 19일 밝혔다. 또 사업목적을 변경하는 주주총회를 오는 11월 7일 개최할 예정이다.

퓨전데이타가 금 거래에 나선 이유는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것이다. 퓨전데이타는 지난 9월 19일 삼성금거래소홀딩스 외 3인에게 주식 및 경영권 양도 계약을 체결했다. 잔금지급이 완료되면 삼성금거래소홀딩스는 퓨전데이타 최대주주가 된다.

퓨전데이타는 오픈소스 기반 가상화 솔루션 개발 업체다. 국내 금융, 공공 등 국내 망분리 시장에서 두각을 보였다. 이후 하이퍼컨버지드인프라(HCI) 솔루션과 네트워크 백업 솔루션, 올인원 미니 PC 등을 선보였다. 2017년 말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주요 라이선스 솔루션 파트너(LSP)였던 '테크데이타글로벌'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올해 초는 종속회사인 '클라우드퓨전'을 설립하고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프렌즈를 개설해 블록체인 관련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퓨전데이타는 블록체인 및 ICO, ICO 관련 컨설팅, 가상화폐 채굴 및 거래소업을 당분간 접는다고 밝혔다. 퓨전데이타는 공시를 통해 정관을 변경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업, 가상화폐 채굴업, 가상화폐 관련 개발 및 자문업,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ICO 및 ICO관련 컨설팅 및 서비스 등을 모두 정관에서 삭제했다.

대신 금·은 보석류 제조 및 판매업, 보석류 세공 및 장신구 일체 판매업, 금·은 귀금속 및 희소금속을 재활용하는 리싸이클링(Recycling)사업, 비철금속 가공 및 판매업, 동 제련·정련 및 합금 제조업, 해외자원 투자 및 개발 사업 등을 추가했다.

퓨전데이타 한 관계자는 "신규 사업을 추가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최소화하고자 한다"며 "당분간 퓨전데이타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을 준비한 퓨전데이타가 새로운 대주주 지원을 받아 블록체인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관련업계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일각에서는 퓨전데이타의 종속회사인 클라우드퓨전과 비트프렌즈가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사업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금거래소 인수한 아이티센 행보

아이티센은 지난 9월 국내 최대 금거래소인 한국금거래소쓰리엠을 인수를 마무리하고 금 거래 사업에 진출했다. 아이티센은 종속회사인 케이지이홀딩스 유한회사를 통해 760억원의 자금을 내고 한국금거래소쓰리엠을 인수했다.

아이티센은 2005년 설립한 시스템통합(SI) 회사다. 2017년 기준 공공 SI 시장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서비스 기업 소프트센과 클라우드 SW에 특화된 서비스 기업인 굿센, 핀테크 보안 기술 기업 시큐센 등과 비상장사인 금융SI 및 IT서비스 기업 에스엔티씨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또 네트워크통합(NI) 기업인 콤텍시스템도 8월 인수했다.

아이티센은 금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아이티센이 주목한 것은 연간 거래 규모 7조원에 육박하는금 장외 거래 시장이다. 장외 거래 시장은 ‘뒷금’이라고 불릴 정도로 문제가 많다. 금 가공 과정에서 발생한 잔여물을 모아 거래하거나 중고품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서류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거나 종이 형태 거래증 위조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도 벤치 마킹 중이다. 영국귀금속협회(London Bullion Market Association)는 금 생산자를 추적하고 테러단체에 돈이 흘러가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분쟁광물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키네시스, TMTG(The Midas Touch Gold), 디직스다오, 골드박사 등 최근 잇따라 등장한 암호화폐(가상화폐) 기업은 모두 금 거래와 연관됐다. 이들은 대부분 블록체인을 활용해 금 거래의 수수료는 최소화하고 위·변조 방지 기술 특성을 활용한 투명성을 높이는 시도를 한다.

아이티센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반 금거래 플랫폼 서비스와 관련해 오는 31일 투자설명회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