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광학 업계에서 화제로 떠오른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가 연일 투자자로부터 뭇매를 맞는다. 배송 일정이 수차례 연기된 데 이어 완성품 품질이 수준 미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관사가 파산해 투자자가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린 사례도 보고됐다. 크라우드펀딩 투자 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늑장 배송, 수준 이하 완성도에 투자자 분노 일으킨 ‘야시카 Y35’

일본 카메라 브랜드 야시카(Yashica)는 2003년 광학 사업을 중단하고 2008년 홍콩 젭센 그룹에 상표권을 매각했다. 2017년 야시카는 베스트셀러 필름 카메라 ‘일렉트로35’의 외관을 본뜬 디지털 카메라 ‘Y35’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킥스타터에서 크라우드펀딩 모금을 시작했다.

야시카 크라우드펀딩 소개 화면. / 킥스타터 갈무리
야시카 크라우드펀딩 소개 화면. / 킥스타터 갈무리
킥스타터에서 진행된 야시카 Y35 크라우드펀딩에는 7000명쯤의 투자자와 128만달러(13억9000만원)쯤의 투자금이 모였다. 이어 야시카는 인디고고에서 추가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해 150만달러(17억원)쯤의 추가 투자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야시카측이 공개한 기계 성능이 스마트폰 카메라 수준으로 낮았고, 배송일도 4월에서 9월로 연기되는 등 불협화음이 일어났다.( IT 조선 2017년 11월 29일 11시 38분 ‘야시카, 클래식 디카 'Y35' 크라우드펀딩 목표액 초과...성능 논란 여전’ 기사 참고) 우여곡절 끝에 야시카 Y35 완성품은 10월 전세계 투자자에게 배송됐다.

하지만 제품 배송 이후 논란은 더욱 커졌다. 야시카 Y35의 기기 완성도와 사진 화질이 매우 떨어진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기기 마감 불량은 물론 기판 이상으로 촬영이 불가능한 사례, 촬영 중 돌연 고장나는 사례가 속출했다. 동봉된 USB 케이블이 동작하지 않거나, 일부 물품이 누락돼 배송된 사례도 다수 보고됐다.

 덧글 대부분이 불만, 환불 요구 게시물이다. / 킥스타터 갈무리
덧글 대부분이 불만, 환불 요구 게시물이다. / 킥스타터 갈무리
야시카 크라우드펀딩 게시물에는 환불을 요구하는 투자자의 덧글 수백개가 달렸다. 디피리뷰, 포토진 등 광학 기기 전문 외신의 제품 평가도 나쁘다.

하지만 야시카측은 투자자들의 제품 품질 불만과 환불 관련 문의에 묵묵부답이다.

◇ 제작사 파산, 공중분해된 투자금…아연실색한 ‘메이어옵틱’ 투자자

독일 광학 기기 제조사 메이어옵틱(Meyer Optik)은 2016년 ‘트리오플랜(TrioPlan)’ 50㎜ F2.9 교환식 렌즈를 다시 개발·생산하기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다. 1960년대 만들어진 트리오플랜 렌즈는 배경흐림 묘사 능력이 탁월해 당대 사진가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메이어옵틱의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는 올드 카메라 마니아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메이어옵틱은 렌즈 고유의 특징인 배경흐림 효과를 강화하고, 화질은 35㎜ 디지털 카메라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 모금액은 당초 예상액의 7배인 36만달러(4억800만원)에 달했다.

메이어옵틱 트리오플랜 렌즈 예제 사진. / 메이어옵틱 홈페이지 갈무리
메이어옵틱 트리오플랜 렌즈 예제 사진. / 메이어옵틱 홈페이지 갈무리
메이어옵틱은 비오타, 예나 등 독일 칼 자이스 브랜드 인기 렌즈를 다시 생산하겠다며 또다른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공개한 후 모금에 나섰다. 킥스타터, 인디고고 등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공개된 메이어옵틱의 프로젝트는 총 5건에 모금액은 총 100만달러(1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메이어옵틱은 7월 돌연 파산을 신청한다. 사유는 자본잠식과 대표의 교통사고 부상 때문이다. 이어 이들은 채무 불이행 절차를 밟겠다고 일방적으로 고지했다. 3500명에 달하는 크라우드펀딩 투자자 대부분은 투자금을 일절 돌려받지 못한다. 메이어옵틱의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 참가 가격은 599~1049달러(67만~118만원)다.

◇ 아이디어 현실화 기회 Vs 기술·자금 흐름 미검증 유의해야

야시카, 메이어옵틱 이전에도 광학기기 크라우드펀딩 실패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발표돼 무려 3400만달러(384억원) 모금액을 모은 자율비행 셀피 드론 ‘릴리(Lily)’가 대표적인 예다. 프로젝트 주관사 릴리는 모금 후 제품 출시를 계속 미루다 2017년 기술적인 문제로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인디고고에서 125만달러(14억원)를 모금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출시 연기 후 제조사 파산으로 마무리된 1억화소 가상현실 카메라 ‘파노노(Panono)’ 프로젝트도 마찬가지 예다.

아이디어를 갖춘 스타트업에게 크라우드펀딩은 매력적인 자금 조달 경로다. 일반 투자를 유치하는 것보다 손쉽고, 아이디어만 인정받으면 대규모 자금을 모을 수 있어서다.

크라우드펀딩은 투자자에게 기발한 제품을 출시 이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혜택도 준다. 하지만, 생산·설계 기술 부족으로 인한 품질 불량이나 자금난으로 인한 제조사 파산 사례도 빈번하다. 피해는 대부분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라도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며 "선행 투자자들의 피드백, 제조사 규모 및 자금 흐름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