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첨단 항공기를 지속 도입 중인 대한항공이 보잉 중심 기종 단일화에 속도를 낸다. 현재 보유 중인 기종의 제조사를 단순화해 비용 절감은 물론 운용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2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19일 제주 KAL호텔에서 열린 제62차 AAPA 사장단 회의 후 가진 미디어 브리핑에서 "현재 대한항공이 가진 많은 기종을 하나로 통합하면 유지 보수 및 조종사 양성 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며 "B777X는 현재 B777 항공기를 대체할 수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9일 제주 KAL호텔에서 열린 제62차 AAPA 사장단 회의 개막식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대한항공 제공
19일 제주 KAL호텔에서 열린 제62차 AAPA 사장단 회의 개막식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대한항공 제공
B777X 시리즈는 경쟁 기종보다 낮은 연료 소비 및 운영 비용으로 차세대 장거리 항공기로 꼽힌다. 라인업은 B777-8과 B777-9 등 2개다.

B777-8은 350~375명의 승객을 태우고 1만6110㎞를 비행할 수 있다. B777-8 가격은 4300억원, B777-9는 4600억원쯤이다.

대한항공이 2018년 2분기 기준 보유한 항공기(화물기 포함)는 총 164대다. 3분기 중 도입했거나 4분기 도입 예정인 항공기를 포함하면 172대가 되는데, 이중 보잉 항공기는 133대로 77%를 차지한다. 반면 에어버스 항공기는 39대로 23%쯤에 불과하다.

조원태 사장은 또 "B787 항공기의 추가 도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10대 도입을 확정한 B787-9의 추가 주문 옵션(10대)을 실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항공업계는 추가 주문할 B787-9이 기존 보유한 에어버스 A330 시리즈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한항공 항공기 도입 계획(2018년 2분기 기준). /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항공기 도입 계획(2018년 2분기 기준). / 대한항공 제공
조 사장은 이 자리에서 B777X와 함께 A350 항공기 도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기종 단일화를 강조한 만큼 에어버스 항공기 도입은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에어버스 항공기 주요 부품 공급사인점을 고려하면 조원태 사장의 발언은 에어버스에 대한 립서비스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2009년부터 독자 재개발한 날개 구조물인 A320 네오 샤크렛을 1800대 이상 에어버스에 납품했다. A330 네오의 날개 구조물 역시 2016년에 개발을 마치고 공급 중이다. A350 항공기 카고 도어 제작 사업도 2008년부터 맡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기종 단일화 측면에서 향후 에어버스 항공기 도입을 최대한 배제해야 하는 입장에 직면했다. 실제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에어버스 A321 네오 기종을 최대 50대 도입하기로 계약한 2015년 이후 에어버스와 신규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보잉과 에어버스 중 보유 항공기 비중을 어떻게 둘지 구체적인 방침을 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지향하는 노선에 따라 항공기 도입을 전략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