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공백 탓에 ICO 우회로 기승 '악순환'

입력 2018.10.23 06:00 | 수정 2018.10.23 07:57

금융 당국의 대책없는 암호화폐공개(ICO) 금지 탓에 ICO 우회 기법이 기승을 부리고 당국의 관리 감독 부담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ICO를 규제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 맞서 ICO와 유사한 방법을 만들어 사업 자금 확보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22일 "정부 ICO 금지 입장은 전혀 변화가 없다"며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겠다"고 펄쩍 뛰고 있다.

비트코인 이미지. / 조선일보DB
◆ ICO 우회 방법 속속 등장

암호화폐 거래소 지닉스는 지난 9월 '세계 최초 펀드형 토큰'이라고 홍보하며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 ZXG를 이용한 'ZXG 크립토 펀드 1호'를 판매했다.

지닉스는 투자자한테 ZXG를 판매하고 받은 이더리움을 펀드 운용에 쓴다. 펀드 운용사는 중국 벤처캐피탈 제네시스다. 이 회사는 케이맨 제도를 거점으로 ICO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지닉스는 펀드 운용 만기 시점에 투자자가 보유한 ZXG양에 비례해 수익을 배분한다.

지닉스 ‘ZXG 크립토 펀드 1호’는 공모 2분 만에 목표액 1000이더리움을 모두 모았다. 지닉스는 72시간 동안 추가로 투자를 받았고, 추첨을 통해 투자자를 선택했다. 지닉스는 오는 11월, 2만 이더리움을 목표로 한 펀드 2호를 준비 중이다.

크라우드 펀딩 회사인 크라우디는 사실상 ICO를 중개하고 나섰다. 일반 투자자가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후원하면, 해당 업체가 발행한 신규 가상화폐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거래를 중개한다.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직상장하는 거래소공개(IEO)도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IEO는 증권사가 상장하는 기업의 주관사 역할을 하는 것처럼 암호화폐 발행 기업이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금을 모으는 것이 특징이다.


비트코인 이미지. / 조선일보DB
◆ 금융 당국 "우회로까지 막겠다"

사정이 이렇자,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 부담은 갈수록 늘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가상화폐 거래소 지닉스가 내놓은 자체 가상화폐 ZXG를 이용한 펀드 상품을 비인가 펀드 운용행위 또는 유사수신행위인지 살펴보는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도 "재산적 가치에 투자하면 펀드에 해당할 수 있으며 가상화폐 취급 업소가 펀드를 취급할 경우 무인가 영업행위, 유사수신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측면에서 위법소지가 있어 제재 여부 검토 대상"이라며 "(문제가 있으면)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금융당국은 가상화폐를 매개로 한 크라우드 펀딩과 IEO에 대해서도 정부 기조에 반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알파벳 한 글자가 바뀌었다고 ICO와 IEO 본질이 다른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닉스 관계자는 "가상화폐 자체가 증권으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고 지닉스는 법정 화폐를 받지 않은 거래소이기 때문에 증권형 펀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률 자문을 거쳐서 진행한 부분으로, 금융당국 조사 결과 유사수신행위라고 결론 지을 경우 그에 맞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산업을 살리려면 엔젤 투자자가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ICO는 물론 거래소공개(IEO) 등 자금과 초기 사용자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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