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주 MBC와 인터뷰 중 우려할 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도 재정거래를 대행, 100%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하는 싱가포르 기반 다단계 업체에 대한 이야기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에 ‘블록체인 특구’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수많은 업체가 제주도를 향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얼마 전 블록체인 관련 학회에서도 ‘해외 유명 운용사 이름을 걸고 제주도에 진출, 원희룡 지사와 만난 의심스러운 인물’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제주도 블록체인 특구 설치의 가부 혹은 당위성에 대한 논의는 별개로 하더라도, 현재 제주도의 상황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특히 가계의 경제 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확률이 높은 ‘중장년 여성층’이 블록체인 관련 다단계 업체의 인터넷 카페에 많이 가입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가운데, 자칫 가계 자금이 다단계 사기에 흘러들어갈 우려가 있다. 우리 경제에 실질적 위협으로까지 다가올 수 있다는 의미다.

블록체인 관련 다단계 업체의 홍보 패턴은 정형화됐다. 일단 ‘블록체인을 이용한다’는 점을 부각하며 ‘현재가 아닌 미래’에 집중한다.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방법이다. 이미 2015년부터 블록체인 업계에는 ‘미래를 생각해 보세요’라는 종교가 만연한 상태다.

블록체인 관련 다단계 업체는 자신의 사업에 ‘투자’하는 행위가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행위’라며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렇게 투자자들의 마음의 짐을 덜고, 다음에는 직접적인 욕망을 자극한다.

이번 제주 MBC에서 다룬 블록체인 관련 다단계 업체의 경우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제주도 재정거래를 이용해 100%, 무조건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 그 어디에도 ‘무조건 수익이 나는 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 부모가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수익) 자식을 키우며 돈을 쓰는(투자) 행위 정도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경우에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무조건 수익’이라고 동의할지 의문이기는 하다.

재정거래는 ‘같은 자산이 서로 다른 두 시장에서 다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경우 저렴한 시장(A시장이라고 하자)에서 구매해 다른 시장(B시장이라고 하자)에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재정거래를 통해 A시장의 가격이 오르면 B시장의 가격이 떨어져 두 시장의 가격이 수렴하는 효과가 있다.

재정거래에서 수익을 얻으려면 몇가지 조건이 성립해야 한다. 먼저 A시장에서 자산을 매수해 B시장에 매도하는 동안 ‘두 시장의 가격차이’가 유지돼야 한다. 가상통화 시장의 변동성, 심지어 몇초마다 바뀌는 가격을 생각하면 이미 첫번째 조건부터 의심해야 할 일이다.

또 다른 조건은 A시장에서 자산을 매수할 때, 그리고 B시장에 매도할 때 지불하는 ‘수수료보다 거래 수익’이 더 높아야 한다. 가상통화 시장의 거래수수료는 매우 높다. 유명한 코인이 아닌 작은 코인의 수수료는 더욱 높다. 과연 거래 수익이 수수료보다 클 수 있을까.

A시장과 B시장의 유동성이 충분해서 ‘매수 혹은 매도할 자산을 원하는 가격에, 충분한 수량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가상통화 거래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원할 때 원하는 수량을 원활히 거래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다시 강조하지만, 무조건 수익이 나는 투자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비즈니스모델도 잘 따져보면 허술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독자들이 투자 전 꼭 위 사항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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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대체투자입니다. 현재는 중소기업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우베멘토의 리서치 자문과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하여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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