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동남아·호주·인도 차량 공유업체 투자
도요타, 우버에 5500억원 투자
BMW·벤츠는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 설립

지난 9월 7일 인도 뉴델리 비자얀 바반 컨퍼런스 센터. 인도 정부가 주최한 ‘무브 글로벌 모빌리 서밋(MOVE Global Mobility Summit)에 전 세계 자동차 기업 최고경영자와 주요 정책 담당자, 석학 등 1200명이 모였다. 인도 마힌드라 그룹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의 첫 번째 기조 연설에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연단에 올랐다. 현대차는 13억 인구의 인도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 중이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 현대차는 더 이상 제조업체가 아닐 것"이라면서 "도시와 생활의 혁신을 이끄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자동차 리더들 앞에서 현대차의 업종을 ‘서비스’로 재정의한 것이다.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 다양한 서비스. / IT조선 DB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 다양한 서비스. / IT조선 DB
최근 현대차의 전략적 투자도 정 부회장의 ‘뉴델리 선언’과 맥을 같이 한다. 현대차는 동남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 호주 차량 공유업체 ‘카 넥스트 도어’, 인도 2위 차량 공유업체 ‘레브’, 한국과 미국의 모빌리티 서비스업체 ‘메쉬코리아’와 ‘미고’에도 투자했다. 정 부회장이 글로벌 모빌리티 서비스 벨트 구축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차뿐만 아니다.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미국의 GM, 유럽의 폭스바겐과 벤츠, BMW, 푸조, 볼보 등도 "‘MaaS(Mobility as a Service·서비스로서의 이동수단)’가 자동차의 미래"라고 외치고 있다.

도요타는 차량 호출 서비스 우버에 5500억원을 투자했다. 또 우버의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와 전략적 제휴도 맺고 연내 ‘모넷 테크놀로지(MONET Technologies)’도 설립한다.

모넷은 도요타가 구축한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MSPF’와 소프트뱅크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연동하는 일을 맡는다. 이를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도심 차량 정체의 근본 원인과 최적의 솔루션을 알 수 있게 된다.

최근 혼다는 GM의 자율주행차 부문 자회사 크루즈(Cruise Automation) 지분 5.7%를 28억 달러(3조1000억원)에 인수했다. 올 초 GM에서 분사된 크루즈는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 택시를 만드는 회사다. 크루즈는 201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로봇 택시 시범 운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의 기술에 눈독을 들인 소프트뱅크도 지난 5월 크루즈의 지분 19.6%를 인수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다임러)는 아예 ‘적과 동침’을 선언했다. 두 회사는 지분 50대 50의 모빌리티 서비스 전문 회사를 설립한다. 그동안 각각 제공해온 차량 공유와 승차 공유, 주차, 전기차 충전 등을 한 창구로 통합시켜 규모의 경제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폭스바겐그룹의 11번째 브랜드 ‘모이아’는 이동 경로가 맞는 사람이 함께 타는 합승 서비스의 이름이다. 모이아에서 콘셉트카 형태로 선보인 자율주행 스쿨 버스 ‘세드릭’도 화제를 모았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차량공유를 포함한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규모를 2015년 3조5000억달러(3970조원)에서 2030년 6조7000억달러(7600조원)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2017년 470억달러(52조8750억원)에서 2025년 2920억달러(328조5000억원), 2030년 4580억달러(515조2500억원)로 불어날 전망이다.

지난 4월 퇴임한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그룹 전 회장은 "2050년이면 세계 인구 70%가 도시에 살게 된다"면서 "공기질 악화, 혼잡한 도로, 낙후된 인프라를 해결할 방법은 이동수단을 첨단 기술과 융합해 서비스 형태로 새롭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