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자산 규모 카카오뱅크 9.6조원 vs 케이뱅크 1.8조원
케이뱅크, 다양한 상품 만들고도 소비자 유인 실패
"핀테크 기업은 간편성이 생명"

인터넷전문은행 후발 주자인 카카오뱅크가 선발주자인 케이뱅크와 비교해 이용액 규모에서 5배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간편한 상품구조와 메신저 플랫폼, 직관성 등이 높은 이용률로 연결된 결과다. 결국 편의성 차이가 두 은행의 운명을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가 내놓은 ‘핀테크 산업의 국내외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보다 먼저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총여신과 총수신, 총자산 규모에서 카카오뱅크와 5배 이상 격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 총여신은 6조8060억원, 총수신 8조3645억원, 총자산은 9조6597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케이뱅크 총여신 규모는 1조1307억원, 총수신 1조5721억원, 총자산은 1조8000억원에 그쳤다.

 2018년 6월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자산 규모 비교. / 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 보고서 갈무리
2018년 6월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자산 규모 비교. / 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 보고서 갈무리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는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경험(UI·UX, User Interface·User eXperience),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상품구조로 단숨에 케이뱅크를 따돌렸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가장 큰 차이는 PC뱅킹 여부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서비스만 집중한 반면 케이뱅크는 PC와 모바일 모두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카오뱅크는 소비자가 PC를 증명서 제출, 발급 등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사용하도록 했다. 카카오 메신저에서 강점을 갖고 있던 카카오뱅크는 철저하게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택하면서 선택과 집중했다.

카카오는 모바일 전략은 계좌 개설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케이뱅크는 영상통화나 타행계좌를 이용해 보인인증을 했지만 카카오뱅크는 휴대폰 본인인증, 신분증 인증, 계좌이체 방식을 적용했다. 로그인 방식도 카카오뱅크는 패턴그리기를, 케이뱅크는 6자리 숫자 입력하기를 택했다.

예금 상품도 쉽고 간단한 단일 상품형만 출시해 소비자 이용이 최대한 간편하도록 했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기존 은행 상품처럼 다양한 대출 금리나 예금 금리 상품을 제시했다.

카카오는 메신저 서비스에서 이미 UX·UI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카카오뱅크 사업에서도 UX·UI에 올인한 이유다. 소비자는 회원가입부터 계좌개설, 대출 등에서 간편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기존 시중 은행이 로그인 후 첫 화면에 많은 탭과 메뉴를 배치한 것과 달리, 카카오뱅크는 비밀번호 패턴 입력 즉시 홈 화면에서 바로 보유계좌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계좌번호를 모르더라도 카카오 메신저의 친구목록에서 수취인 ID만 선택하면 이체가 가능한 것은 카카오 메신저와의 시너지를 잘 살렸다고 평가받는 부분이다.


강맹수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카카오뱅크는 공인인증서나 별도 프로그램 없이 예금과 대출, 송금이 가능하고 상품구조 역시 단순해 성장세가 빨랐다"며 "반면 케이뱅크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다양한 상품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편리성에서 인터넷은행 수요자 필요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일수록 핀테크 혁신은 가격보다 편의성 향상이 더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