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채굴용 그래픽카드 '써도 괜찮을까?'

입력 2018.10.30 17:05

가상화폐(암호화폐) 채굴 열풍이 사그라지면서 채굴용으로 사용됐던 그래픽카드 물량이 중고 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 채산성 악화로 채굴사업에서 손을 뗀 사업자들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채굴에 사용된 그래픽카드의 ‘떨이’ 처분에 나선 것이다.

중고로 쏟아져나오는 그래픽카드의 면면은 다양하다. 메인스트림급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GTX 1050/1050Ti부터 대부분의 PC 게임을 즐기는데 충분한 지포스 GTX 1060시리즈는 물론, 고가의 하이엔드급 제품인 지포스 GTX 1070, 1070 Ti 물량도 종종 보인다.

헐값이나 다름없는 중고 채굴용 그래픽카드의 가격은 게임 등으로 인해 PC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은데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과연 채굴용으로 썼던 그래픽카드를 써도 괜찮을까.

가상화폐 채굴용도로 사용됐던 그래픽카드 제품들이 중고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져나오고 있다. / 최용석 기자
일단 채굴용으로 썼던 그래픽카드라 해서 개인용 PC에 장착하고 게임 등을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다. 채굴용으로 사용된 그래픽카드 대다수가 일반 소비자용으로 판매된 제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중고 채굴용 그래픽카드에 대한 시선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겉으로는 멀쩡하고, 작동이 잘 되며 게임 등도 잘 돌아가더라도 속은 이미 곪을 대로 곪아서 언제 고장이 날지 알 수 없어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채굴 용도로 사용된 그래픽카드의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군용이나 산업용, 데이터센터용이 아닌 일반 소비자용으로 제조되는 그래픽카드는 일반인들의 생활 및 사용 패턴을 고려해 하루 몇 시간 동안만 잠깐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됐다.

반면, 채굴 현장에서 사용하는 그래픽카드는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가동된다. 심지어 채굴 효율을 더욱 높이기 위해 강제로 오버클럭을 적용해 100% 이상의 성능으로 더욱 무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채굴 현장에서 1년간 사용하면 실질적으로 정상적인 사용 환경에서 3년 이상 사용한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 중고 자동차로 예를 들면 출고된지 고작 1년밖에 안 됐지만 주행거리는 200만㎞가 넘는 차인 셈이다. 그만큼 연식보다 실질적인 수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중고 채굴 그래픽카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다양하다. 별다른 이유도 없는데 게임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버벅거릴 수 있으며, 게임 도중에 갑자기 윈도 화면으로 튕길 수도 있다. 아예 예고치 않은 블루스크린이 뜨면서 PC가 먹통이 되는 경우도 있다.

채굴 현장의 가혹한 사용환경으로 인해 부품들의 땜납이 노후화되어 접촉 불량 현상이 생기는 ‘냉납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화면에 이상한 무늬나 패턴이 생기거나, 색상이 이상하게 표시되는 것, 그래픽이 수시로 깨지는 것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채굴용도로 사용된 그래픽카드의 안정성은 보장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복불복’이나 다름없다.(사진은 특정 제조사 및 제품과 관계 없음) / 최용석 기자
중고 채굴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는 이들은 "정식 AS 기간이 남은 제품으로 사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채굴 용도로 납품된 제품이 아닌, 일반 판매용 제품을 가져다가 채굴 용도로 사용했던 제품이라면 정상적인 AS와 사후지원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한 후 AS 처리에 걸리는 시간과 스트레스를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다.

간혹 일반 제품인데 채굴용으로 사용된 것이 확인되는 경우는 AS기간이 남아있어도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다수 제조 및 유통사들이 채굴용도에 사용된 그래픽카드는 길어야 1년, 보통 6개월 내외로만 AS를 지원하는 것을 규정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중고 판매자는 채굴용 제품을 버젓이 정상적인 개인 사용 제품처럼 속여서 팔기도 하므로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심지어 제품 상자까지 구해다가 일반 제품인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상자가 있다 해도 믿을 수 없다. 중고 거래 시 구매 영수증을 확인하거나, 제품 시리얼 번호로 제조/유통사에 직접 확인하는 방법도 있지만, 어느 쪽이나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간다.

결국 채굴용으로 사용했던 중고 그래픽카드는 상태를 확인하기 힘든 ‘복불복’이나 다름없는 제품인 셈이다. 그나마 정상(?)적인 제품을 구했다 하더라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도 중고 채굴 그래픽카드를 사겠다면 그래픽카드로 인한 모든 리스크를 사용자가 떠안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때에 따라 AS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싼 맛에 잠깐 쓰다 버릴 제품’이라 생각하는 것이 낫다. 만약 PC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이 없거나, 한번 사서 오래 쓸 생각이라면 채굴용으로 썼던 제품보다는 그냥 새 제품을 사는 것이 백배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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