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업계와 학계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암호화폐 공개(ICO) 관련 스캠 문제와 관련해 건전한 거래소공개(IEO) 문화와 생태계 조성을 위해 자율 거래소공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개했다.

 왼쪽부터 정승채 블록체인팩토리 최고보안책임자(CSO),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 신윤관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사무처장이 가이드라인 발표 후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유진상 기자
왼쪽부터 정승채 블록체인팩토리 최고보안책임자(CSO),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 신윤관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사무처장이 가이드라인 발표 후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유진상 기자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와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KBIPA),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KBSA) 등 3개 단체는 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미래융합기술관에서 ‘IEO 가이드라인 발표’ 행사를 가졌다.

신근영 KBSA 회장은 "IEO 가이드라인 목적은 현재 ICO 시장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데 있다"며 이번 IEO 가이드라인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ICO란 블록체인 기업들이 일종의 사업계획서인 백서를 공개하고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IEO는 증권사가 상장하는 기업 주관사 역할을 하는 것처럼 암호화폐 발행 기업이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소가 기업을 한단계 걸러낸 다음 상장 직전 토큰을 공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규제 공백을 노린 ICO 스캠(사기), 다단계, 유사수신 등이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고려대학교암호화폐연구소와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는 지난 2년 가까이 일정한 기준 없이 진행돼 온 ICO가 엔젤투자의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각종 사기성 프로젝트 남발 등 블록체인 산업 발달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IEO는 거래소가 토큰 판매 주체가 되고 토큰을 선별해 상장한다. ICO보다 투자자 보호 장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거래소도 스캠을 완벽하게 거를 수는 없다.

신 회장은 "IEO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올바른 암호자산 거래 문화를 만들기 위한 첫 발걸음을 걷고자 한다"면서 160여개 항목으로 구성된 체크리스트를 제시했다. 체크리스트는 기술, 컴플라이언스, 보안, 구매자 보호, 사업성 총 5개 카테고리로 구성됐다. 각 항목의 응답에 따라 포인트를 스코어링한다. 총점은 1000점이다. 협회 측은 거래소가 이 체크리스트를 통해 기업을 체크한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체크리스트의 기술 평가 비중이 50%에 달한다. 실제 제품을 출시할 기술력이 있는지가 여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MVP가 없으면 300점이 깎인다. MVP(Minimem Visible Product)는 최소한 기능이 구현되는 시제품을 말한다. 토큰 판매 권장 한도도 설정했다. 체크리스트에 따라 700점 이하를 획득하면 15억원 이하 규모 토큰만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MVP가 없을 경우 300점이 깎이기 때문에 사실상 MVP 구현을 해야만 15억원 이상의 토큰을 판매할 수 있는 셈이다.

신 회장은 "15억을 기준으로 한 이유는 금융위원회가 내년 1월부터 크라우드펀딩으로 15억까지 조달하도록 자본시장법과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MVP를 못 만들면 15억 미만 자금만 모아 조직을 갖추는 데 쓰면된다"며 "세일 권장 한도를 규정하면서 고민을 한 결과 이 정도 수준이 가장 적절하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 연구센터장은 "가이드라인이 너무 엄격하면 실제로 시장에서 받아들여 지지 않을 것이고 너무 느슨하면 있으나마나하다"며 "가이드라인은 3개월 단위로 피드백을 받아서 계속 수정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