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 이어 이번 회에서는 수호이 전투기의 ‘전투폭격기형’을 소개해 보기로 하자.

제공전투기인 ‘Su-27’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투폭격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Su-30’과 ‘Su-34’ 두 종류다. Su-30은 수출용으로 만들어진 기체로 서브 타입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Su-34는 사실상 러시아군 전용 기체로 러시아 공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 전투폭격기 Su-30

Su-30은 Su-27의 복좌형 기체인 ‘Su-27PU’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투폭격기다. 즉, Su-27PU에 공중 급유 프로브 설치, 통신 및 항법장치의 개량, 다른 전투기를 지휘할 수 있는 데이터 링크의 도입, 대지 공격 소프트웨어 등 여러 가지 개수를 하여 Su-30이라 이름 붙였다.

러시아 공군의 Su-30. Su-30은 세계 각국에 수출 기체로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 내셔널 인터레스트 갈무리
러시아 공군의 Su-30. Su-30은 세계 각국에 수출 기체로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 내셔널 인터레스트 갈무리
처음에는 이 기체를 러시아 공군용으로 개발하였지만 정작 러시아 공군에서 채택할 기미가 없자 Su-30MK라는 이름으로 수출 판촉에 나서게 된다.

이 기체가 처음으로 선보인 것은 1993년의 파리 에어쇼였으며, 지난 회에서 언급했던 1998년 서울 에어쇼에서도 Su-37과 함께 선보인 일이 있다.

1993년 당시에는 Su-27의 복좌형을 그냥 Su-30이라고 이름 붙여 전시했다는 논란(실제로 조종석 접근을 통제했다고 한다)이 있었고 1998년에 서울 에어쇼에 선보인 기체가 제대로 된 전투폭격기였다.

대형 기체답게 두 차례 공중급유를 받으면 무려 10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고, 각종 정밀 유도 공대지 병기와 레이더 유도 공대공 미사일 등을 모두 장비할 수 있다.

최대병기 탑재량은 데이터상 8톤으로 서방측 기체와 거의 차이가 없지만, 대형 기체이므로 실전에서의 병기 탑재량은 서방 기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거의 대부분의 현대 전투기들은 데이터상 병기 탑재력이 6~8톤 정도인데, 실전에서는 항속거리 등의 문제 때문에 대부분 2~4톤 정도밖에 싣지 못한다.)

이밖에 수출국가의 상황에 따라 옵션으로 서방측의 전자장비를 사용할 수도 있도록 되어 있어 실제로 말레이시아 공군형과 알제리 공군형은 일부 전자장비가 서방측 장비로 되어 있다.

인도 공군의 Su-30. 인도는 세계 최대의 Su-30 사용국가로서 290대까지 장비할 계획이다. / 더 힌두 갈무리
인도 공군의 Su-30. 인도는 세계 최대의 Su-30 사용국가로서 290대까지 장비할 계획이다. / 더 힌두 갈무리
Su-30의 첫 수출국가는 인도였다. 인도 공군은 Su-30 40대를 도입하기로 하고 1999년부터 기체를 인도 받았는데, 첫 인도분 10대는 제대로 된 전투폭격기가 아닌 Su-27의 복좌 훈련기인 Su-27UB의 중고기체를 그대로 납품하여 러시아의 사기극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은 모두 수습되었고 인도 공군은 직도입과 라이센스 생산을 포함해 최종적으로 Su-30을 290대까지 장비할 예정이다.

명칭상으로는 인도를 뜻하는 "I"를 붙여 Su-30MKI라 불리지만, 동체 전방 보조익(카나드)의 장비 여부와 추력 변향 노즐 장비 여부 등에 따라 네 가지 타입의 기체가 섞여있다.

중국 메이커인 트럼페터의 32분의 1스케일 Su-30MKK 키트의 박스 사진. 워낙 대형 기체라 32분의 1 스케일 모형도 길이가 무려 69.8㎝나 된다. / 트럼페터 갈무리
중국 메이커인 트럼페터의 32분의 1스케일 Su-30MKK 키트의 박스 사진. 워낙 대형 기체라 32분의 1 스케일 모형도 길이가 무려 69.8㎝나 된다. / 트럼페터 갈무리
Su-30의 두 번째 대량 도입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공군과 해군에서 59대를 도입했으며 이들 기체는 Su-30MKK(뒤의 K는 러시아어로 중국을 나타내는 머릿글자라고 한다)로 불리우는데, 중국 군은 이 기체를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개량한 기체를 J-16이라는 명칭으로 생산 중이다. 현재 30여대가 장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최종 발주 수량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밖에도 Su-30은 여러 국가에 수출되어 알제리에 36대, 인도네시아에 11대, 말레이시아에 18대, 우간다에 6대, 베네수엘라에 24대, 베트남에 36대 등 수출 기체로서 나름 성공을 거두었다.

정작 본가인 러시아에서는 채용되지 않고 있다가 2012년에 이르러 러시아 공군은 추력 변향 노즐을 장비하고 레이더 장비 등 전자장비 개량, 신형 사출좌석 등 각종 개량을 한 ‘Su-30SM’을 60대 발주했다. 현재 러시아 공군에 납품 중이며, Su-30 각형식을 합해 67대를 장비할 예정이다.

◇ 전투폭격기 Su-34

미 공군이 스텔스 전투기인 ‘F-22’를 제공전투기 ‘F-15C’의 역할을 이어받게 한데 비해, 전투폭격기형인 ‘F-15E 스트라이크 이글’(한국 공군의 F-15K와 같은 기체이다)은 F-22의 역할과는 별도로 21세기에도 중요한 폭격 전력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처럼 Su-34도 21세기 러시아 공군의 중요한 폭격전력으로 위치하고 있다.

미 공군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이 데이터상 병기 탑재력이 11톤이나 되고, 실전에서도 5~7톤 내외를 실을 수 있는데, Su-34 또한 이에 크게 뒤지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즉, 데이터상의 최대병기 탑재량은 Su-30과 같은 8톤이지만 최대 이륙 중량이 Su-30은 38.8톤인데 비해 Su-34는 무려 45.1톤이나 된다.

러시아 공군의 Su-34. 오리 주둥이 같은 앞부분과 뭉툭하고 긴 테일붐으로 한 눈에 구분된다. / 밀리터리 투데이 갈무리
러시아 공군의 Su-34. 오리 주둥이 같은 앞부분과 뭉툭하고 긴 테일붐으로 한 눈에 구분된다. / 밀리터리 투데이 갈무리
Su-34는 대형 기체인 다른 Su-27 시리즈보다도 약간 더 큰 기체를 갖고 있고 외관도 기수가 마치 오리 주둥이 같은 형태를 하고 있어 한눈에 구분된다. 좌석도 복좌형이지만 일반적인 복좌형 전투기와는 달리 승무원이 앞뒤가 아닌 좌우로 앉도록 되어 있다. 탑승도 캐노피를 열고 타는 것이 아니라 기수의 아래 쪽에서 사다리로 안으로 올라가도록 되어 있다.

Su-34는 단순한 전투폭격형이 아니라 장거리 침투 공격용으로 만들어진 기체이며 기존의 Su-24 가변익 전투폭격기의 후계 기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러시아의 초음속 폭격기인 ‘Tu-22M 백파이어’를 대신할 것이라고 한다.

에어쇼에 전시된 Su-34. 이 기체는 1990년대 후반부터 여러 에어쇼에서 선을 보였지만 정작 러시아 공군에서 정식 채용한 것은 2009년이 되어서였다. / 디펜스월드 제공
에어쇼에 전시된 Su-34. 이 기체는 1990년대 후반부터 여러 에어쇼에서 선을 보였지만 정작 러시아 공군에서 정식 채용한 것은 2009년이 되어서였다. / 디펜스월드 제공
Tu-22M 백파이어는 냉전 당시 서방측 최대의 위협으로 간주되던 폭격기였지만 이제 기체가 구식화되어 그 역할을 생존성이 높은 Su-34에게 넘기는 것으로 생각된다.

장거리 침투기체임을 고려하여 조종석 뒤쪽에 전자레인지가 있어 간단한 취사도 할 수 있다고 하며, 화장실까지 있다는 설도 있었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플랭커 시리즈 중에서는 유일하게 외부 연료 탱크도 장착할 수 있다.

러시아 공군은 과거 기술적 한계로 서방과 대등한 공격기를 갖지 못하였으나 ‘Su-27 플랭커’ 개발로 본격적인 공격기 개발에 착수, 1990년에 첫 시제기가 비행하였고 1994년 2대의 시제기가 정식으로 Su-34의 명칭을 부여받게 된다.

러시아군은 부족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이 기체만은 완성시키기 위해 글자 그대로 ‘처절한 노력’을 했다고 한다.

1996년말까지 5대의 시제기가 만들어져 1998년 초기 작전능력을 획득하려 했지만 역시 돈이 없어 좌절되었고, 양산형 32대의 발주가 정식으로 나온 것이 2008년이었다.

이어 2012년에 2차 생산분으로 92대가 발주되어 총 장비대수는 124대가 될 예정이지만 현재 몇대가 실전부대에 배치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폭격임무중인 Su-34. 이 기체는 최근 대 IS작전에 처음으로 실전투입되었다. / 디펜스토크 갈무리
폭격임무중인 Su-34. 이 기체는 최근 대 IS작전에 처음으로 실전투입되었다. / 디펜스토크 갈무리
러시아군은 Su-34를 대 IS 폭격 작전에 투입함으로써 Su-34의 첫 실전 참가가 되었다. 대 IS 작전 중인 Su-34는 인터넷 사진이나 유튜브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외 수출은 알제리에 12대가 수출된 것이 전부이며, 베트남에서 1대가 포착되었다는 설이 있었지만 확인된 사항은 아니다.

◇ 스텔스 전투기 Su-57

수호이 전투기의 전투폭격기형은 아니지만,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스텔스 전투기에 있어서도 수호이 설계국은 미공군의 F-22에 맞서기 위해 꾸준히 개발을 계속하여 ‘Su-57’이라 이름 붙여진 스텔스 전투기를 탄생시켰다.

러시아 공군의 차기 스텔스 전투기 Su-57. 2019년 15대가 배치된다고 하며, 상세한 성능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 유튜브 갈무리
러시아 공군의 차기 스텔스 전투기 Su-57. 2019년 15대가 배치된다고 하며, 상세한 성능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 유튜브 갈무리
‘T-50 PAK-FA’라는 명칭으로 개발되던 이 기체는 최근 Su-57의 정식명칭을 부여받았고, 8월 러시아 국방차관이 내년에 Su-57 15대를 실전 배치 한다는 발언이 전해졌다.

러시아 군에서는 이 전투기가 시리아에서의 실험 운용을 통해 미군의 F-22 이상의 성능을 보였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상세 정보가 알려진 상태는 아니다. 실제로 F-22를 능가한다는 설에서부터 실질적으로 기대 이하의 기체라는 설까지 소문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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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식 현직 공인회계사(우덕회계법인)는 군사 무기 및 밀리터리 프라모델 전문가로, '21세기의 주력병기', 'M1A1 에이브람스 주력전차', '독일 공군의 에이스', 'D 데이', '타미야 프라모델 기본가이드' 등 다수의 책을저술하였으며, 과거 군사잡지 '밀리터리 월드' 등을 발간한 경력이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유승식씨는 현재 월간 '디펜스타임즈'등 군사잡지에 기사를 기고하고 있으며, 국내 프라모델 관련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