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와 중국 시진핑의 무역 전쟁이 반도체 부품과 소프트웨어 수출을 제한하고 거래까지 감시해 모든 산업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지만 게임 산업은 예외인 듯 합니다.

국경이 거의 없다시피한 모바일 게임 플랫폼에서는 중국과 미국이 적극적인(?) 협업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 사진. / 조선DB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 사진. / 조선DB
미국 게임사를 대표하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이야기인데요. 이 회사는 2일(현지시각) 자사의 게임쇼인 블리즈컨을 통해 여러개의 신작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신작 게임들이 노골적으로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 중인 것으로 파악돼, 무역 전쟁에서 중국을 크게 흔들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와는 상반된 모습이 연출되는 상황입니다.

제조업과 밀접하게 관련된 무역 전쟁을 게임 콘텐츠와 비교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두 나라의 협업 자체가 불편하게 보여지는 지금의 시기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블리자드가 중국의 눈치를 보는 모양새가 콧대 높은 ‘진짜 블리자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의아하다는 분위기 입니다.

◇ 美 블리자드 IP로 중국게임사가 개발...워크래프트3 리마스터 중국 이용자 겨냥

현재 전 세계 게임 시장은 모바일로 급변화하고 있습니다. 블리자드도 이러한 흐름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변화된 흐름이 너무 중국 시장에 맞춰져 움직이는 것은 아닌지 비난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원래 블리자드는 자사의 IP는 다른 곳에 개발을 맡기지 않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특히 블리자드를 대표하는 핵심 게임으로 불리는 ‘디아블로’가 중국 게임사와 함께 개발한다는 것이 너무 놀랍습니다. 그들이 추구해 왔던 철학이 돈에 의해 변화됐다는 것인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블리자드는 중국 모바일 게임사 ‘넷이즈’와 공동으로 개발한다고 했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블리자드는 IP를 제공하고 게임 개발은 넷이즈가 집중적으로 만드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넷이즈는 디아블로 짝퉁 게임을 중국에서 몰래 만들어 유통해 제재를 받았던 회사인데 이 회사와 다시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더욱 아이러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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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이모탈 모바일 게임과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 로고. / 블리자드 제공
디아블로 이모탈 모바일 게임과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 로고. / 블리자드 제공
또 다른 게임 소식 ‘워크래프트3 리마스터’도 중국 시장을 겨냥한 모습 그대로 드러나는데요. 현재 고인물로도 취급받는 워크래프트3는 아직까지 중국에서도 대규모 리그가 유지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블리즈컨에서 블리자드는 중국 게임사와 함께 디아블로 모바을 개발한다고 발표한데 이어 워크래프트 리마스터 격인 ‘리포지드’까지 공개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골적으로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움직인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현장의 수 많은 블리자드 팬들은 ‘디아블로2 리마스터’나 ‘디아블로4’, 새로운 ‘확장팩’을 기대했는데 말이죠.

중국 넷이즈가 개발해 디아블로 표절 모바일 게임으로 논란이 됐던 ‘D.I.A’ 게임 이미지. / 넷이즈 제공
중국 넷이즈가 개발해 디아블로 표절 모바일 게임으로 논란이 됐던 ‘D.I.A’ 게임 이미지. / 넷이즈 제공
◇ 중국 자본 들어간 블리자드 중국 눈치 볼 수 밖에…

블리자드가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것은 어쩌면 예견돼 왔던 수순일 것입니다. 그 이유는 중국의 거대 자본이 블리자드에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블리자드에는 대규모의 중국 자본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됩니다. 원래 블리자드의 최대 주주는 프랑스 미디어 그룹 비방디 유니버셜이였는데, 비방디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액티비전블리자드 매각을 준비하면서 중국의 대규모 자금이 흘러 들어가게 됐습니다.

앞서 액티비전블리자드는 모회사인 비방디 유니버셜(Vivendi Universal)로부터 82억 달러(9조1676억원)를 지급하고 독립을 했습니다. 독립을 하면서 투입된 자금은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주식 매입 내용을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외신을 종합해보면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4억2900만 주를 58억3000만 달러(6조5179억원)에, 액티비전블리자드의 대표 바비 코틱과 브라이언 켈리 회장, 그리고 중국 최대 퍼블리셔 텐센트 등이 주도하는 ASAC II 그룹 컨소시엄이 23억4000만 달러(2조6161억원)를 들여 1억7200만주를 인수했습니다.

이번 인수 합의로 비방디는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지분 12%를 보유하게 돼 2대 주주로 내려앉았고 ASAC II 그룹이 24.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 블리즈컨 평가는 역대 최악...팬들도 ‘F’ 날려

올해 블리즈컨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수 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린 게임 디아블로가 첫 모바일 시리즈로 나왔지만 팬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 시장만을 타깃한 행사였기 때문입니다. 현장에 모인 미국 팬들은 디아블로가 모바일로 개발된다는 것에 큰 실망감을 내비쳤습니다.

미국 게임 시장은 콘솔(비디오게임)을 기반으로 PC 문화가 잘 발전된 곳입니다. 모바일 게임이 성공하기에는 어려운 시장입니다. 그동안 블리자드는 팬들의 니즈를 반영해 콘솔과 PC 플랫폼에 대형 신작을 내놓았는데, 이번 블리즈컨에는 모바일 게임을 공개해 미국보다는 중국에 관심이 쏠린 행사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블리즈컨 관련 이미지. / 블리자드 홈페이지 갈무리
블리즈컨 관련 이미지. / 블리자드 홈페이지 갈무리
디아블로 모바일을 공개한 발표 현장 반응도 싸늘했는데요. 블리즈컨을 인터넷에서 보던 시청자들은 항의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고, 현장 질문 시간에는 "컴퓨터로 즐길 방법은 없냐"는 한 관객의 질문에 "그럴 계획이 없다"고 답하자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관람객은 "이번 게임 소식은 철지난 만우절 장난이냐"고 질문할 정도로 웃픈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던 이용자들도 대화창에 ‘F’를 쏟아냈습니다. 이는 게임에서 취소를 의미하는 ‘X’를 영미권에서는 ‘F’로 사용하기도 하며, 실패하다 ‘Fail과 ‘FuXX’ 등 욕을 뜻하기도 합니다. 영미권의 성난 팬들은 취소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디아블로 이모탈 모바일 게임 예고편 역시 싫어요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성난 팬들의 반응이 계속 감지되는데요.

디아블로 모바일을 발표한 와이엇 청은 "디아블로 이모탈을 플레이해 본 후 생각이 바뀐 사람이 많다"고 인터뷰를 통해 말했지만,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아 앞으로 게임 서비스는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