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와 LG전자가 손을 잡고 ‘리테일 서비스 로봇’을 개발한다.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가를 방문한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다.

첫 리테일 서비스 로봇은 ‘스마트 카트’다. 주변 사물을 파악해 장애물이나 사람을 피하고, 자율주행 기능으로 소비자를 따라다니며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는 로봇이다.

리테일 서비스 로봇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하는 조택일 LG전자 CTO부문 컨버전스센터장(왼쪽)과 형태준 이마트 전략본부장. / 이마트 제공
리테일 서비스 로봇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하는 조택일 LG전자 CTO부문 컨버전스센터장(왼쪽)과 형태준 이마트 전략본부장. / 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4월 스마트 카트 ‘일라이’를 시범운영했다. 이 로봇은 카트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결제, 음성인식 기능 등을 지원한다. LG전자는 로봇 부문을 육성하기 위해 로봇선행연구소와 ‘클로이’ 브랜드를 만들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이마트·LG전자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낸다면, 리테일 서비스 로봇은 미래형 유통 매장을 현실로 이끌 마중물이 되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사물인식 및 자율주행 기능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운용 시간이 짧을 경우, 양산에 실패할 경우 부작용이 일어날 우려도 있다.

◇ 이것이 미래세계다! 이마트·LG전자 리테일 서비스 로봇 희망편

① ‘사람보다 낫네’ 사용자 알아보고 따라다니는 스마트 카트

스마트 카트가 현실화되면, 소비자는 더이상 무거운 카트를 이리저리 끌고 다닐 필요가 없다. 사물인식 기능을 갖춘 스마트 카트는 장애물을 회피하면서 사용자를 따라다닌다. 스마트 카트는 자율주행 기능도 탑재, 소비자가 이곳저곳 이동하고 층과 층을 오르내려도 한결같이 따라다닌다. 소비자는 매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편리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

② 미래형 유통 매장 마중물…상품 정보, 매장 안내에 음성 명령까지 척척

첫 제품인 스마트 카트가 성공리에 만들어진다면, 이마트와 LG전자의 리테일 서비스 로봇은 미래형 유통 매장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기본기인 카트 기능을 갖춘 이후 ▲화면을 통한 정보 제공 ▲음성 명령 ▲간편 결제 등 정보통신 기술 등이 차례로 적용될 수 있다.

화면을 탑재한 리테일 서비스 로봇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원하는 상품이 어디에 있는지, 상품 관련 할인이나 1+1 등 행사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려주는 식이다. 신선식품을 활용한 요리 팁, 생산지 정보나 좋은 식재료 고르는 법도 배울 수 있다. 주차장 위치나 워런티 서비스 대기 순위 등을 리테일 서비스 로봇의 화면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여기에 음성인식 기능까지 더해지면 시너지는 더욱 커진다. 소비자는 리테일 서비스 로봇에게 원하는 상품 위치나 할인 정보를 물어볼 수 있다. 리테일 서비스 로봇에게 "나 식사하고 있을 테니까, 짐 가지고 주차장 차 앞에 미리 가 있어"라고 명령할 수 있게 된다.

결제 기능 역시 쇼핑 편의를 높일 기술이다. 상품을 골라 리테일 서비스 로봇에 싣고 바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계산대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된다.

인공지능은 리테일 서비스 로봇에 화룡점정을 찍을 기술이다. 짐을 나르고 화면으로 정보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 사람처럼 상품을 추천하고 장소를 안내하며 돌발 상황에도 대처하는 로봇이 등장하게 된다.

이마트 일라이. / 이마트 제공
이마트 일라이. / 이마트 제공
◇ 이것이 미래세계다! 이마트·LG전자 리테일 서비스 로봇 파멸편

① 사람살려! 매대와 방문자 공격하는 리테일 서비스 로봇

스마트 카트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물인식 및 자율주행 기능의 완성도다. 사물인식 기능은 주변 장애물을 파악하고 소비자를 감별할 때 쓰인다. 자율주행 기능이 정밀해야 매대나 벽 등 고정된 장애물은 물론, 갑자기 나타나는 다른 소비자를 피할 수 있다.

만일 사물인식 및 자율주행 기능 완성도가 낮다면? 소비자를 돕는 유용한 리테일 서비스 로봇이 아니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모든 것을 파괴하는 로봇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애써 쌓아놓은 상품 탑을 알아보지 못하고 건드려 무너트리거나 방문자의 발을 밟고 다니는 스마트 카트, 실컷 쇼핑했더니 내가 아닌 다른 소비자를 졸졸 따라가는 스마트 카트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쌀, 세제 등 무거운 상품을 잔뜩 싣고 소비자에게 돌진하는 스마트 카트,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알아보지 못하고 아래층으로 추락하는 스마트 카트, 자유를 찾아 매장 유리문을 부수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스마트 카트를 생각해보자.

해킹 우려도 있다. 실제로 해커가 감시 카메라를 해킹, 일반인의 사생활을 엿보다 발각된 사례가 있다. 모든 전자 기기는 해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리테일 서비스 로봇도 마찬가지다. 카드를 비롯한 결제 정보, 쇼핑 리스트와 같은 소비자 개인 정보가 해킹 유출되면 피해는 더욱 커진다.

② 네가 못들면 나도 못들어…운반 능력 및 운용 시간 과제로

리테일 서비스 로봇은 배터리와 전기 모터, 바퀴로 움직인다. 그래야 자율주행을 온전히 구현할 수 있다. 리테일 서비스 로봇이 전선을 주렁주렁 달고 다닌다면 동선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정해진 레일 궤도로만 다니는 로봇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모터의 힘과 배터리 지속 시간이 중요하다. 짐이 무거울 수록 강력한 모터 힘이 필요하고, 모터 힘이 강할 수록 소비 전력도 많아진다. 큰 소비 전력을 감당하려면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하다. 대용량 배터리는 리테일 로봇의 무게를 늘리고, 그만큼 적재 용량은 줄어든다.

스마트 카트의 배터리와 전기 모터 성능이 떨어지면 카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소비자는 30분간 쇼핑하고 싶은데, 정작 로봇이 불과 10분만 동작한다면? 쌀 서너 포대에 물과 음료수 등 무거운 상품을 사야 하는데, 로봇의 힘이 약해 10㎏까지만 나를 수 있다면? 운용 시간이 짧은 나머지 특정 층이나 구역에서만 운용할 수 있다면? 오히려 쇼핑을 방해하는 로봇이 될 것이다.

③ 개발 난항, 제작 단가 맞추기 실패하면 역효과

이마트는 스마트 카트 일라이 발표 당시 ‘미래 쇼핑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콘셉트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결제 시스템, 사물인식 카메라 등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적용된 만큼, 이마트 일라이의 제작 단가는 매우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리테일 서비스 로봇이 아무리 편리하더라도, 제작 단가가 비싸 매장 내 한두대만 배치할 수 있다면 효과는 떨어진다.

또한, 이마트측은 첫 리테일 서비스 로봇 스마트 카트 실증 실험을 2019년 상반기에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마트와 LG전자는 사물인식 및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현실화해 스마트 카트에 적용해야 한다. 동시에 제작 단가를 낮춰 되도록 많은 매장에 보급해야 한다. 반년 남짓한 시간에 풀기 어려워 보이는 과제다.

이마트 한 관계자는 "아직 LG전자와 협력 초기인 만큼 구체적인 개발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사물인식, 자율주행 등 정보통신기술 개발에 최선을 다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