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관심과 지원사격에도 알뜰폰(MVNO) 업계는 암울한 상황이다. 알뜰폰은 기간통신망을 보유한 이통사의 망을 빌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네트워크 투자비를 들이지 않는 대신 이통사의 통신망을 임대료를 내고 빌려 사업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다.

합리적인 사업 같지만 현재 알뜰폰 사업자 중 제대로 된 이익을 거두는 곳은 거의 없다. 망 사용료 부담이 생각보다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2018년 전망은 더 어둡다. 이통3사가 정부의 요금제 인하 압박을 받은 후 저렴한 요금제를 선보였는데, 통신료를 무기로 내세운 알뜰폰 업계는 경쟁력에 치명타를 안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 업계 지원을 위해 이통사에 지불하는 도매대가를 인하하고 전파사용료 면제 기간을 1년 연장해주는 등 지원책을 내놨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의 어려움이 쉽게 해소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업계 대부분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주요 알뜰폰 업체 10곳 중 2017년 실적 개선된 것은 하나뿐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알뜰폰 사업자는 총 10곳(▲SK텔링크▲KT엠모바일▲미디어로그▲에넥스텔레콤▲아이즈비전▲인스코비▲프리텔레콤▲한국케이블텔레콤▲드림라인▲이지모바일)이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2016년과 2017년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오른 곳은 드림라인 한 곳 뿐이다.

실적에서 선방한 드림라인이라고 해서 사정이 낫지는 않는다. 부채비율이 무려 310%로 재무상황이 나쁘다. 결과적으로 알뜰폰 업체 중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진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셈이다.

◇ 대기업도 힘 못 쓰는 알뜰폰 시장적자 면한 SK텔링크도 불안

이통3사도 알뜰폰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가 있지만, 이들 자회사는 최근 계륵과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KT의 알뜰폰 자회사 KT엠모바일은 2017년 157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은 408억원에 달한다. LG유플러스의 자회사 미디어로그는 173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1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나마 적자를 내지 않는 것은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링크 단 한 곳이다. 하지만 SK텔링크도 최근 실적이 좋지 않다. SK텔링크의 최근 3년간 실적 추이를 보면, ▲2017년 매출 3899억원, 영업이익 382억원 ▲2016년 매출 4069억원, 영업이익 520억원 ▲2015년 매출 4314억원, 영업이익 445억원 등 성적을 기록했다.

알뜰폰 신규가입 중단 안내문. / 이마트몰 홈페이지 갈무리
알뜰폰 신규가입 중단 안내문. / 이마트몰 홈페이지 갈무리
알뜰폰 1위 사업자 CJ헬로도 알뜰폰 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알뜰폰 사업과 관련해서는 매출밖에 공개되지 않지만, 적자가 난 지는 사실 꽤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망사용료 부담과 함께 서비스·마케팅 관련 비용을 꾸준히 쓴 영향이라는 것이다.

어려운 형편은 대형 유통업체의 알뜰폰 시장 철수로 이어졌다. 2013년 알뜰폰 사업에 진출한 이마트는 2018년 4월부터 신규가입을 받지 않는다. 홈플러스는 2017년 11월 알뜰폰 사업을 접었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통신사에 지급하는 망이용료가 수익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알뜰폰 도매대가 산정방식을 보다 합리적으로 바꾸는 등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