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블록체인과 분리하자”

입력 2018.11.08 20:17

블록체인과 이에 기반한 암호화폐(가상화폐)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물론 기술적으로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에 기반하기 때문에 분리할 수 없다. 정책을 분리하자는 것이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9년 블록체인 산업에 400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가운데,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이상민 의원실 제공
8일 국회 의원회관 제6회의실에서는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 진흥 입법 추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주제는 ‘블록체인의 혁명, 암호화폐와 분리 대응 가능한가?’였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하자는 주제는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는 암호화폐 공개(ICO)로 투자금을 모아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데다가 블록체인 존재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블록체인을 분리하자는 입장은 기술적으로 분리하는게 아닌 분리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와 진흥을 함께 할 수 없으니 철저히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준영 한국핀테크연합회 의장은 "암호화폐 거래나 채굴, 발행은 금융위에서 규제법으로 처리하고 기술 증진 영역은 과기정토부가 주도해 별도 특별법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찬식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는 "법적 규제로 분리가 가능하다"며 과거 전자거래법을 만들 당시를 좋은 예로 들었다. 그는 "처음 전자상거래가 생겼을 때 전자서명 법률 따로 만들고 전자상거래 따로 만들어서 했다"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당시와 똑같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암호화폐는 현 시점에서 투기·사기·다단계·내부자거래·해킹 등 여러 문제가 등장해 투자자보호 결함 있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암호화폐가 화폐로 정당한 기능 하면서 투자자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원칙과 룰에 따른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억압을 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새로운 먹거리로써 진흥하고 투자를 유도하돼 건전한 기술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종현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블록체인융합 PM은 "블록체인 없는 암호화폐는 없어도 암호화폐 없는 블록체인은 가능하다"며 "블록체인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공경식 나무플래닛 대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분리 문제는 ‘칼로 물베기’와 같다"며 "칼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분리된 그릇을 준비해 그릇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법규(유통, 발행, 규제 등)를 마련하는게 시급하다"며 "암호화폐 유통과 발행 시 발생하는 사회적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연동체가 필요하고 여기서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 보완해 나가면 된다"고 밝혔다.

홍영준 한국핀테크연합회 의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 IT조선
이날 토론회에서는 블록체인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2019년 예산안에 블록체인과 관련해 400억원을 책정하고 산업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 "부동산·개인통관·축산물 이력관리와 함께 대용량 데이터 처리 기술 등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4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400억원은 2018년 대비 3배쯤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이 같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호현 경희대학교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해 400억원을 투자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대부분 수십조원을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해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은 예산을 편성하면 결국 중국 등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은 2013년 이후 2018년 1분기까지 79억2100만위안(1조2774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올해 1분기만 33억1200만위안(5341억원) 규모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년도 1분기 대비 1104.3% 증가한 것이다. 특히 중국은 2014년과 2016년 투자건수 및 투자액이 모두 전년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상승세에 힘입어 중국은 올해 블록체인 분야에서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했다.

한 교수는 또 정부가 블록체인 육성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2016년 1월 영국 재무부 분산원장기술(DLT)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6번 언급하며 우수한 블록체인 분야 기술이 축적된 국가로 평가했다"며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나온 보고서에서는 사라졌을 뿐 아니라 한국 정부는 암호화폐 분리 논쟁을 만든 것 외에 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킴벌리 린 더블록 대표는 "토론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해묵은 토론이 거쳐온 1년 동안 나머지 국가는 다같이 발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은 소리바다라는 블록체인 기술을 갖춘 첫 업체가 사라지는 동안 무얼했고, 토렌토 기술이 발전할 동안 무얼했느냐"고 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이상민 의원은 "블록체인기술이 가상화폐로 인식돼 가상화폐 투기성 때문에 블록체인기술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며 가상화폐와 분리해 순수한 블록체인 기술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고 세계 각국에 앞서서 기술 산업적 선점을 위하며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재정적 지원을 하는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 진흥법’을 추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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