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내정했다고 9일 밝혔다. 1947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최고경영자를 영입했다. 2012년부터 LG화학을 이끌어온 박진수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신학철 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 LG화학 제공
신학철 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 LG화학 제공
◇ ‘치기언이과기행’을 좌우명으로 삼은 LG화학 신임 신학철 부회장

신학철 부회장은 1984년 3M 한국지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필리핀 지사장, 3M 미국 본사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을 거쳐 한국인 최초로 3M 해외사업을 이끌며 수석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57년생인 신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학사 졸업하고, 1984년 한국 3M에 기술지원담당으로 입사했다. 1992년 한국 3M 소비자사업본부장을 역임한 후 1995년부터 1997년까지 필리핀 3M 지사장으로 근무했다.

1998년부터는 3M 미국 본사로 건너가 전자소재사업부장, 산업용접착제 및 테이프사업부장, 산업용비즈니스 총괄 등을 거쳐 2011년 수석 부회장에 올랐다. 최근까지는 미국 3M 해외사업부문 총괄과 글로벌 R&D·전략 및 사업개발·SCM·IT 등을 총괄했다.

LG화학은 "신 부회장은 세계적인 혁신 기업인 3M에서 수석부회장까지 오르는 등 글로벌 사업 운영 역량과 경험은 물론 소재·부품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보유했다"며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조직 문화와 체질 변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해 영입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신학철 신임 대표는 평소 직원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좌우명도 ‘치기언이과기행(恥其言而過其行)’, 즉 ‘자신의 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이 최고경영자(CEO)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1947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LG그룹 주력 계열사 CEO를 외부에서 영입한 사례는 KT 사장·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피앤지 출신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이후 세 번째다. 구광모 회장 체제를 시작으로 그룹 내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해 새로운 기업문화 구축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LG화학을 글로벌 톱 10 화학 업체로 키운 박진수 부회장은 명예로운 은퇴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 LG화학 제공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 LG화학 제공
2012년부터 6년간 LG화학을 이끌며 LG그룹 효자 계열사로 성장시킨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42년간의 기업 활동을 마무리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은퇴한다.

박 부회장은 1977년 당시 럭키에 입사해 42년간 근무하며 LG화학은 물론, 국내 화학·소재 산업 발전에 기여한 LG의 상징적인 경영자로 꼽힌다.

그는 LG그룹이 2003년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할 당시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린 후 석유화학사업 본부장(사장)을 거쳐 2012년 LG화학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이후 6년간 LG그룹 주요 계열사 최장수 CEO이자 부회장단의 맏형 역할을 해왔다.

박 부회장 체제에서 LG화학은 매출 28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글로벌 톱 10 화학 업체로 거듭났다. LG화학은 이 기간 동안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에너지·물·바이오 및 소재 분야 등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며 위상을 높였다.

은퇴를 결정한 박 부회장은 앞으로 후진 양성 및 경영 선배로서의 조언자 역할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에서도 은퇴 후 박 부회장의 거취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가 마무리되는 2019년 초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박 부회장은 "40년 이상을 근무하며 LG화학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일조하고 명예롭게 은퇴한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라며 "후배들이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계속 이어가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시켜온 LG화학을 앞으로도 영속하는 기업으로 발전시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