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결국"…지닉스 폐업 조치에 울분 토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입력 2018.11.10 06:00 | 수정 2018.11.10 11:59

한·중 합작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지닉스(Zeniex)가 거래소 폐쇄를 발표했다. 암호화폐 업계에선 금융 당국의 과도한 규제 조치가 이번 사태를 낳았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진다.

9일 지닉스는 11월 23일 거래소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지닉스가 판매한 암호화폐 펀드 상품이 불법이라며 수사를 요청한 지 2주만이다. 지닉스는 은행이 신규 가입자 계좌를 열어주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 당국의 수사 방침이 정해지자, 투자자 이탈이 발생하는 등 더는 경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판단했다.

지닉스가 11월 23일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공지를 올린 글. / 지닉스 홈페이지 갈무리
◇ 싹부터 밟고보는 정부…다 망할 판

암호화폐 관련 업계는 지닉스 폐쇄 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 당국이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해 명확한 규제안을 제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불법이라고 치부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암호화폐 거래소 한 대표는 "금융권 출신인 최경준 지닉스 대표가 법적 자문을 거쳐 새로운 상품을 내놓으면서 저변을 확대했지만, 결국 안타깝게 됐다"며 "정부가 의지를 꺾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은행거래까지 막힌 상황이라 지닉스 같은 중소형 거래소뿐 아니라 업비트 등 대형업체도 원활한 금융거래가 안돼 어려움을 호소한다.

지닉스 관계자는 "은행 입출금조차 막힌 상태라 사실상 거래소를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외국에선 암호화폐를 이용한 새로운 금융 투자 상품 개발 노력이 한창이다"라며 "국내서도 새로운 상품이 등장할 기회였는데 정부가 새싹을 잘라버린 것이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최화인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은 "지닉스는 신규 가상계좌 발급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집금계좌(투자자 자금을 집금하기 위한 계좌)로 신규 이용자를 모집하지도 않았고, 해외 투자 자금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펀드 상품을 출시한 것이다"라며 "검찰 조사로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폐업을 결정한 사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가 많았던 거래소 폐업은 시장 자정효과로 볼 수 있지만,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중소 거래소 지닉스 폐업은 안타까울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 잇따른 검경 ‘거래소’ 수사, 작아지는 암호화폐 업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올해 들어 잇따라 검경 수사권에 놓였다. 거래소 관련 업계에서는 ‘혹시 우리도?’라는 위기감이 돈다. 무슨일로 검경에 출석하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닉스 폐업이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1월 마진 거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빗썸은 지난 2월 해킹 사건으로 검찰 압수수색을 당했다. 업비트 역시 전산 위조 혐의로 지난 5월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모든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정부 등 윗분들의 말 한마디에 움찔움찔하는 상황이다"라며 "관련 법도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에서 거래소가 무엇인가 할 때마다 이것도 저것도 하지 말라고만 하는 상황이 나은 결과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암호화폐 거래소 수사와 관련해 결론은 아직도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며 "합법과 불법의 명확한 기준 없이 '이건 좀 애매해'라는 방식이라면 문을 닫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화인 자문위원은 "검경의 업비트 등 거래소 수사 결과는 위법이라는 결론조차 나지 않은 용두사미에 그쳤다"며 "추후 이들 거래소에 대해 '혐의없음'이라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그 과정에서 암호화폐 거래소가 입는 손실을 막대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는 "정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에서 국외 거래소의 지사가 아닌 한 투자자가 빠져나가게 되면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선한 시도를 하는 거래소는 사라지고, 벌집 계좌와 채굴 코인 등을 운영하는 거래소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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