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8년째 갈고 닦는 중이지만 실속이 없다. 국내 양자암호통신 인증절차가 없어 자체 개발한 장비를 어디에도 납품하지 못했다. 실적은 사실상 ‘0’이다.

양자암호통신은 원자 이하 미립자 세계에서 나타나는 양자현상을 이용한 암호화 기술이다. 제3자가 중간에서 정보를 가로채려 할 경우 송·수신자가 이를 알 수 있어 해킹(도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시장조사업체 마켓 리서치 미디어에 따르면 글로벌 양자암호통신 시장은 2025년 26조9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그레고아 리보디 IDQ CEO가 인수 계약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그레고아 리보디 IDQ CEO가 인수 계약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하며 장비 개발에 힘을 쏟았다. 이후 6년간 300억원을 투자해 2016년 초 양자암호통신 장비 개발에 성공해 세종-대전 간 LTE 백홀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했다. 2017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5x5㎜)의 양자난수생성기(QRNG) 칩을 개발했다.

2월에는 700억원을 들여 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 기업인 스위스 IDQ社를 인수했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도이치텔레콤 네트워크 시험망에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글로벌 시장에서 양자암호통신 기술력을 꾸준히 인정받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납품을 눈앞에 뒀지만 담당 인증기관인 국가보안기술연구소(이하 국보연)의 인증 부재로 계약이 도중에 무산되기 일쑤다. (IT조선 11월 12월 06시 00분 인증 절차없는 양자암호통신 책임 핑퐁…과학기술부와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왜 이러나 기사 참조)

12일 SK텔레콤 한 고위관계자는 "기무사령부, 국방부 등과 여러 차례 양자암호통신 장비 공급을 논의했지만 인증 부재를 이유로 납품이 보류된 적 있다"며 "국보연에서는 아직 기술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인증을 해줄 수 없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양자암호통신은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화웨이 등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의 시장 선점 경쟁이 뜨겁다. 특히 화웨이는 2016년 독일 뮌헨에 양자연구소를 설립했고, 상용 제품 출시에 앞서 유럽시장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SK텔레콤에는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 인증을 받지 않으면 해외 수주도 불가능하다"며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국내 이통사가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