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지구 멸망"...유튜브, 유사정보 범람 '노출 주의보'

입력 2018.11.11 06:00

#A씨(31)는 옆집 소음 탓에 밤잠을 이루기 힘들다. 화가 난 A씨는 옆집과 맞닿아 있는 벽을 쿵쿵 두드렸지만, 옆집에서도 쿵쿵, 벽을 치는 소리가 되돌아올 뿐이다. A씨는 유튜브에 ‘옆집 소음'을 검색했다. ‘층간소음 복수 음악 초고주파 1시간 연속재생' 이라는 콘텐츠를 클릭하고, 스피커를 옆집 벽에 대고 재생 버튼을 누르니 ‘삐'하는 소리가 귀를 찌른다.

앞으로도 옆집 소음이 계속될 것 같아 관련 영상으로 뜨는 ‘층간소음 대처방법'이라는 영상을 클릭하고 유심히 시청했다. 이 영상은 실제 변호사인 유튜버가 층간소음 문제에 법적 소송을 진행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유튜브가 일상의 지식 창고로 떠올랐다. 생활 속 작은 꿀팁부터 뉴스, 예능 프로그램과 영화는 물론이며 수영, 골프, 운전면허에 이르기까지 학원에서만 배울 수 있었던 관심 분야에 대한 전문 정보를 접하는 ‘정보의 보고'인 셈이다.

반면 검증되지 않은 과학 지식이나 혐오 정서가 순식간에 퍼지는 경로가 되기도 한다. 영상 콘텐츠이기 때문에 쉽고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얻는 지식검색 창이면서도, 흥미 위주의 음습한 정보가 들끓는 ‘소굴'이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 생활 꿀팁부터 교통사고 합의 요령까지 ’정보의 우주’

유튜브에서 단연 인기가 높은 건 예능과 영화 관련 콘텐츠다. 지난 10일 시장조사기관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10대부터 59세까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동영상 콘텐츠로 예능을 본다는 응답이 69.6%로 가장 많았다. 영화를 본다는 답변이 67.1%, 무대 영상과 뮤직비디오 등 음악 관련 콘텐츠를 본다는 답도 57%에 달했다.

유튜브에는 영화 관련 리뷰나 방송사 예능 영상을 짧은 클립으로 모아 보여주는 채널이 인기를 끌고 있다. SBS가 만든 ‘스브스캐치'라는 채널에선 자사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일부만 따로 편집해 짧은 영상으로 올려준다. 각종 영화나 코믹스,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의 리뷰영상을 5분 이내의 영상으로 제작해 소개하는 ‘리뷰엉이’라는 채널 역시 인기다.

심지어 유튜브가 생기기도 전인 90년대 이전 방송 영상을 업로드하는 채널도 늘고 있다. 지난 9월 개설된 ‘가요톱10’ 계정에는 KBS의 인기가요 프로그램이었던 가요톱10 무대에 섰던 90년 대 이전 가수들의 영상이 연도별로 업로드됐다. H.O.T와 같은 아이돌부터 이은하, 최진희, 현철 등 현재 장년층에게 사랑받았던 가수 영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계정인 ‘크림히어로즈'. /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유튜브에서 많은 이들이 찾는 영상 중 하나는 단연 애완동물이다. 구독자만 180만명인 ‘크림히어로즈'의 영상에는 일곱 마리의 고양이가 집사와 함께 보내는 알콩달콩한 일상이 펼쳐진다.

유튜브에는 이외에도 생활에 유용한 각종 정보도 가득하다.

‘5분 Tricks’라는 유튜브 계정에는 일상생활에 유용한 꿀팁 영상이 올라온다. 예를 들어 운동화가 물에 젖지 않는 방법을 소개하는 영상 속에선 운동화 겉면에 양초를 골고루 문지른 뒤 헤어드라이어로 녹인다. 고루 녹아 들어간 양초가 굳으면 운동화 겉면에 물을 쏟아도 운동화가 젖지 않는다는 꿀팁이다.

유튜브로 운전면허 실기와 필기시험 대비가 모두 가능하다. 도로교통공단 계정에는 각 지역 운전면허시험장 도로주행 코스 영상을 볼 수 있다. 구독자 수가 9만3000명에 달하는 ‘미남의운전교실' 이라는 계정에서는 실제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하는 초보운전자들과 도로주행을 연습하는 영상을 통해 운전면허 시험 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기타, 오카리나, 바이올린 등 각종 악기나 수영, 테니스, 요가 등 취미생활이나 주식 투자하는 방법이나 부동산 전망, 블록체인 투자 정보와 심지어 교통사고 합의 요령까지, 주제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영상이 유튜브 속에 펼쳐져 있다.

◇ 교통사고 영상에 유사 과학까지 빨간 버튼에 드리운 그림자

유튜브 속 영상이 모두 유익한 것만은 아니다. 교통사고 현장을 영상으로 찍어 올린 콘텐츠나 실제 테러 장면, 가짜 지식을 다루거나 편견을 조장하는 영상도 수두룩하다.

‘Amazing Story’라는 계정의 영상에서는 ‘천리안을 가진 사람'으로 매우 유명하다는 Kirzysztof Jackowski라는 인물의 2018년 11월11일에 지구가 해골 모양의 소행성과 충돌해 멸망한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천리안을 가졌다는 이 인물이 최근에 한 예언으로 러시아가 폴란드를 향해 전쟁을 일으킬 수 있지만 2020년까지는 발발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내놨다.

한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11월11일 지구 멸망설 관련 영상. /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유튜브에는 ‘지구 평면설' 관련 영상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지구 평면설이란, 지구가 둥글지 않고 평면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일부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우리가 믿어왔던 둥근 지구가 사실은 평면의 모양이며 하늘은 거대한 돔으로 둘러싸여있다는 것이다.

한 영상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하던 독일군이 하늘에서 발견했다는 돔을 증명한다. 당시 한 비행기 추락 영상을 잘 살펴보면 두텁고 옅은 하늘색 돔이 보인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혐오 정서를 자극하는 내용도 쏟아지고 있다. 남녀 사이나 가족 사이에 벌어졌을 법한 일들을 카카오톡 실제 대화처럼 구성한 콘텐츠인데, ‘바람난 아내', ‘이기적인 남편’, ‘김치녀 역관광', ‘남자친구 속 시원한 복수'와 같은 주제를 내걸고 있다.

구글은 유튜브에 폭력 영상을 담고 있거나 편견을 조장하는 혐오 발언 등이 담긴 콘텐츠를 올릴 경우 계정 삭제 조치를 하지만,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바로 삭제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문제는 아이들이 보게 될 경우다.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시장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내 11세 이하 어린이 5명 중 4명 이상이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는 일부 콘텐츠에 연령 제한을 두지만, 어른들이 직접 유튜브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해당 조사는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11일까지 미국의 4594명을 대상으로 퓨리서치 센터가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부모의 3분의 1 이상이 정기적으로 자신의 아이들이 마음대로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는데, 61%의 부모가 유튜브에서 아이들이 부적절한 영상을 접하는 걸 목격했다고 답했다.

성인에게도 유튜브는 단순 흥미 콘텐츠 이상의 뉴스 채널로도 자리 잡고 있다. 퓨리서치센터 통계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13%가 뉴스를 보는 경로로 유튜브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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