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 활동을 위해서는 담당한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됐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찾아봐야 한다. 특히 법률 해석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을 갖는 법원이 특정 쟁점에 대해 어떠한 판단을 했는지 확인하는 작업은 법률자문을 위해서든, 효율적인 소송수행을 위해서든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인들이 판결문을 확인하려면 대법원이 운영하는 ‘종합법률정보’라는 사이트에 접속해 검색하는 방법이 있다. 또는 법원이 공개한 판결문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유료 가입자에게 임의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에 접속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방법으로 검색이 가능한 판결문은 대법원을 비롯한 각급 법원에서 선고된 모든 판결문이 아니고, 법원이 선별해 공개하는 일부 판결문에 제한된다. 만약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판결문을 받고자 한다면 관할법원과 사건번호를 명시해 법원 인터넷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는 방법으로 열람하거나 복사할 수 있다(형사판결서 등의 열람 및 복사에 관한 규칙 제5조 제1항 본문, 민사판결서 열람 및 복사에 관한 규칙 제7조 제1항).

형사판결문의 경우 법원에 판결문 제공을 요청하더라도 관련 기록을 검찰청에 보냈다는 이유로 검찰청에 요청하라며 판결문을 제공하지도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현재 실무상 극히 제한된 판결문만이 공개된 상태인데, 관련 통계에 의하면 최근 3년간 공개된 판결문은 전체 판결문의 약 0.1%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변호사협회, 사법발전위 등 관련 단체는 ‘판결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통한 사법신뢰 제고’와 국민의 알권리 충족 등을 이유로 판결문의 전면적인 공개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든 판결문을 보유하고 있는) 법원은 개인정보보호나 사생활 보호 및 예산상 문제를 이유로 모든 판결문에 대한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대법원이 10월 8일 『형사판결서 등의 열람 및 복사에 관한 규칙』을 일부 개정해 피고인과 사건번호를 명시하지 않더라도 형사판결서의 열람 및 복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형사판결서 공개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취지로 입법예고를 한 사실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법원행정처공고 제2018-165호).

이미 헌법은 공개재판주의에 따라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하도록 하고 있어서(헌법 제109조) 대법원의 이번 규칙개정안은 헌법의 요구에 조금 더 부합하도록 판결문 공개의 실무를 개선하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대법원의 위 입법예고안이 나온 지 이틀 후인 10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의 모든 판결서에 대한 임의어 검색을 통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이번 조치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의 이번 조치는 향후 모든 국민들의 알권리 신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고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제고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대법원의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민사·가사·행정 및 특허사건에 대한 판결문 공개는 아직도 요원한 상태이고, 이번 규칙개정안은 판결문을 검색 및 열람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기술적 관점에서 API(Application Progam Interface)를 공개하여 판결문을 통계 및 분석작업에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수준에까지 이른 것은 아니므로 앞으로도 개선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

대법원의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판결문의 전면적인 공개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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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리인 대표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제41회 사법시험 합격 및 31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습니다. 법무법인(유)태평양(2005~2011)에 재직했으며, 플로리다 대학교 SJD in Taxation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리인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스타트업규제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조화를 고민하며 기술을 통해 효과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