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주력 품목인 D램의 미세공정 고도화를 통해 가격 하락세로 주춤하기 시작한 메모리 시장 업황 대응에 나선다.

2017년 말 최초로 2세대 10나노급(1y) D램을 양산에 성공한 이 시장 1위 삼성전자에 이어 업계 2·3위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2019년 초부터 일제히 2세대 제품 양산을 통해 초미세공정 경쟁에 합류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에서 작업자가 테스트를 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에서 작업자가 테스트를 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12일 SK하이닉스는 2세대 10나노급 D램 개발을 완료하고, 2019년 1분기부터 공급에 나선다고 밝혔다. 연내 중국 우시 공장 클린룸 확장을 마무리하고 양산에 들어간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개발한 1세대 10나노급(1x) D램을 올해부터 양산하기 시작해 상반기 전체 D램 제품 중 비중을 20% 이상으로 만들었다. 2019년 2세대 제품 공급을 시작하면 10나노 제품 비중이 50%를 넘긴다.

미국 마이크론은 대만 타오위안 공장에서 연말부터 2세대 10나노급 D램 생산을 시작하고 2019년 공급을 시작한다. 연초 대만 타이청 공장에서 1세대 제품 양산을 시작한 마이크론은 타오위안 공장에서 2세대 제품을 양산하는 한편, 2019년부터 타이청 공장에서 3세대 10나노급(1z) D램 양산을 위한 공정 전환을 시작한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제조 공정이 10나노미터(㎚, 10억분의 1m) 대에 진입한 후 기술 난도가 높아져 막대한 개발 비용과 시간을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D램 미세공정에 속도를 낸 이유는 성능 향상과 소비전력 감소를 통한 제품 경쟁력 확보는 물론 ‘생산성' 증가를 위해서였다.

2세대 10나노 D램은 통상 기존 1세대 10나노 D램과 비교해 생산성을 20~30%쯤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공정을 고도화하면 회로를 구성하는 면적이 줄어 하나의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칩 수가 늘어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같은 자원을 투입해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하반기 들어 하락하기 시작한 D램 가격 영향으로 업황이 바뀌는 모습이다. 업계는 투자와 생산량을 조율하는 등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반도체 고점’ 논란은 지나친 우려라는 게 일관된 시각이다. 그동안의 호황과 비교해 다소간의 업황 둔화가 상대적으로 부풀려져 보이는 것일 뿐 2019년 하반기부터 다시 수요가 공급을 상회할 것이란 전망이다.

D램 업계는 미세공정 고도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업황 악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 문제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 하락을 원가 절감으로 보완하는 셈이다. 현재 미세공정에서 가장 앞서 있는 삼성전자도 10나노급 제품 비중을 연말까지 70% 이상으로 늘리는 한편, 내년에는 3세대 공정 개발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에 구축 중인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차세대 D램 미세공정에도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미세공정이 10나노 이하로 진입하면서 패터닝부터 셀 간 간섭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더욱 복잡한 공정을 도입해야 하고, 이는 그만큼 원하는 수율을 뽑아내기 힘들게 됨을 의미한다"며 "미세공정 고도화를 위한 투자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반도체 업계는 기술적 장벽을 극복하면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