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네이버가 커머스 시장을 향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카카오는 메신저 플랫폼을 이용한 ‘가두리' 전략을 활용한다면, 네이버는 강력한 검색 기능을 기반으로 소비자와 판매자를 잇는 ‘허브' 전략을 펼친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커머스 영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매출이다. 카카오의 지난 3분기 매출 중 커머스 영역 매출만 살펴보면 790억원으로 기타 매출(카카오T, 페이, 자회사) 부문 1255억원 중 63%를 차지한다. 기타 매출 비중에서도 커머스 매출은 매년 상승세를 보인다.

네이버도 유사하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3분기 실적 중 쇼핑 검색 광고와 연관된 비즈니스플랫폼 영역 매출을 살펴보면 쇼핑 검색 광고 호조세 등의 영향으로 지난 분기 6116억원에서 6130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쇼핑 결제와 직결된 IT 플랫폼 영역 매출 역시 지난 분기 대비 857억원에서 3분기 885억원으로 증가했다.

◇ 카카오, 메신저 천만 유저 ‘가두리 전략’

카카오는 오는 12월 커머스 사업을 분사하고 카카오커머스라는 이름으로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카카오커머스로 이관되는 사업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톡 스토어, 카카오스타일, 카카오장보기, 카카오파머, 다음 쇼핑 등이다.

신규 서비스 개발을 위해 카카오는 기존 온라인 쇼핑 사업자들과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카오가 온라인 쇼핑몰 통합솔루션 플랫폼인 ‘메이크샵'과 해외직구 배송대행 서비스인 ‘몰테일', 팟캐스트 플랫폼인 ‘팟빵' 등을 운영하는 코리아센터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카카오톡 스토어는 지난달 말 정식 서비스로 전환하며 누구나 신청을 통해 카카오톡에서 상점을 열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었다. 입점업체를 늘려 판매상품을 확대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서비스 확장과는 별개로 카카오의 커머스 서비스 핵심은 메신저 플랫폼이다. 카카오톡을 이미 사용하는 천만 명의 ‘집토끼'를 대상으로, 플랫폼을 벗어나지 않고 다양한 상품을 둘러보고 페이 시스템을 통해 구매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편리한 서비스를 내놓는 전략이다.

카카오톡의 ‘플러스친구' 기능은 이용자와 상품 판매 업체가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듯한 효과가 있다. 만약 A라는 브랜드에 관심이 있어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서 A라는 브랜드를 검색해 친구를 추가하면, A가 진행하는 각종 이벤트와 광고 등의 정보를 카카오톡 메시지로 받아볼 수 있다. 플러스 친구 화면에 추가된 챗봇 기능을 통해 상품 구매 관련 문의를 실시간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배재현 카카오 부사장은 "특히 판매자에겐 메신저 기반의 마케팅 플랫폼인 플러스친구 기능이 정점"이라며 "카카오톡 안에서 스토어를 구축하고 상품을 전시해 유저 트래픽을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카카오커머스의 차별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가두리 양식 전략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온라인 쇼핑업계에선, 카카오 커머스는 카카오톡 플랫폼을 많이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오픈마켓 기반의 기존 이커머스 시장과는 별개의 영역으로 보고 있다"며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아도 플랫폼을 벗어나기 힘들어 확장성이 크지는 않을 수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카카오 쇼핑 서비스 중 하나인 ‘카카오메이커스'의 플러스친구 화면(왼쪽)과 현재 베타 테스트 중인 네이버 모바일 앱의 왼쪽 영역을 차지한 네이버 쇼핑 화면(오른쪽). / 앱 갈무리
카카오 쇼핑 서비스 중 하나인 ‘카카오메이커스'의 플러스친구 화면(왼쪽)과 현재 베타 테스트 중인 네이버 모바일 앱의 왼쪽 영역을 차지한 네이버 쇼핑 화면(오른쪽). / 앱 갈무리
◇ 네이버 지식 검색의 힘...확장형 커머스 전략

네이버 역시 커머스 사업을 신사업으로 점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최근 공개한 모바일 앱 베타 서비스 화면에서 쇼핑 영역을 왼쪽(웨스트랩, West Lab)에 전격 배치했다. 오른쪽 영역(이스트랜드, East Land)에는 뉴스가 뜬다. 모바일 화면 전면에는 검색창만 남겼지만, 사실상 모바일 화면 양쪽 날개에 쇼핑과 뉴스를 달아놓은 셈이다.

네이버 커머스 전략은 ‘오픈'이다. 뛰어난 검색 기능을 기반으로, 오픈마켓에는 최대한 많은 판매자를 입점시키고, 더 많은 상품 데이터베이스를 갖춰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통로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필요한 상품을 검색하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업체 뿐만 아니라 제휴 쇼핑몰도 연결된다. 네이버 검색어의 30% 이상이 쇼핑 관련 키워드라는 분석도 있다. 네이버는 다양한 쇼핑몰에 입점한 상품 가격을 한 눈에 검색할 수 있는 최저가 검색 사이트로도 힘을 발휘한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오픈마켓인 스마트스토어에는 올해 3분기 기준 22만 개 이상의 판매자가 입점한 상태로, 전 분기 대비 1만5000명, 전년동기 대비 6만8000명 증가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입점 수수료가 없는 데다 결제 수수료도 2%에 불과해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 10% 이상의 수수료를 떼는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문턱이 낮다.

특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신규 창업자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결제 수수료를 없애겠다는 방침도 발표한 바 있다. 네이버는 ‘스타트 제로수수료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스토어 오픈 1년 미만인 신규 창업자를 대상으로, 월 500만원 미만의 거래액에 대해서는 1년간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네이버 커머스 영역은 오픈마켓 기반의 사업을 진행했던 기존 온라인 쇼핑업체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독과점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른 네이버가 무한대로 커머스 사업 분야를 확장하지는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8월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를 상대로, 특정 상품을 검색하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네이버페이 등록 사업자 제품을 우선 노출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