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형(마이닝) 거래소를 개설한다며 자체 발행 암호화폐를 투자자에게 판매한 직후 도주했다는 의혹을 받는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퓨어빗(Pure-bit)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보상을 약속하며 사과문을 게시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보상을 받기 위해 사과문이 요구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주의를 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3일 퓨어빗이 모금한 자금 중 1만3000이더리움(ETH)가 전송된 이더리움 지갑 주소 내 코멘트 페이지에 사과문이 올라왔다. 해당 사과문 작성자는 "11월 5일부터 9일까지 퓨어빗 사전투자자분들께 약 1만6000ETH를 모집하고 약속한 거래소 오픈을 지키지 않았고, 사전 판매가 끝난 뒤 공식 채팅방 인원을 모두 추방하고 아무런 해명도 없이 잠적했다"며 "돈에 눈이 멀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으며,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화를 위해 수수료를 약속하고 이더리움 지갑을 다른 업체에 맡겼다"며 "업체 수수료는 돌려받을 방법이 없기에 우선 피해자에게 14만5000ETH이 들어있는 지갑에서 가능한 모든 부분을 돌려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텍사스주 증권위원회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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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과문 작성자가 피해자에게 암호화폐 기록현황을 알 수 있는 트랜잭션 아이디(TXID), 투자금 전송 당시 거래 내역이 담긴 지갑이 거래소 지갑인지 여부, 거래소 지갑일 경우 거래소에서 발급받은 API와 암호키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는 점이다. 사과문 작성자는 3가지 정보를 제공할 경우 투자한 이더리움의 절반을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사과문 작성자가 피해자에게 이더리움을 돌려줄 의도가 없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트랙잭션 아이디는 은행으로 치면 송금 내역으로 투자자가 자신의 지갑에서 퓨어빗 주소로 공급했다는 내역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라며 "퓨어빗에 투자했다는 기록을 보여주면 돌려줄 것 같은 조건을 붙인 전문 사기꾼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PI와 암호키를 요구한 것은 '금고 열쇠'를 달라는 것과 같다"며 "암호화폐를 입금할 때는 필요없는 암호키를 요구한 것은 이더리움을 돌려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빼내려는 것으로 투자자를 두번 죽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를 타인에게 보낼 때는 타인의 지갑 계좌만 필요하다.

만약, 사과문 작성자가 요구한 API와 암호키가 있으면, 거래소 계정에 담긴 암호화폐 입출금은 물론 계정 탈취까지 가능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금을 모금한 이더리움 계좌가 공개되자, 투자자의 계좌에서 직접 이더리움을 빼돌리기 위해 암호키를 요구하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퓨어빗은 배당과 채굴, 소각 등을 포함한 3세대 마이닝 코인이라는 점을 앞세워 자체 코인인 '퓨어코인'을 판매했다. 퓨어빗은 지난 5일부터 '퓨어빗 거래소 사전 가입 이벤트'를 진행했고, 9일까지 4일 동안 사전판매분 75억개를 완판하면서 적어도 1만7000개 이상의 이더리움(ETH)를 모았다. 하지만 퓨어빗은 9일 오후 5시부터 공식 채팅방에서 투자자를 강제 퇴장시켰고, 퓨어빗 공식 홈페이지도 폐쇄했다.

이후 암호화폐 업계에선 퓨어빗이 투자금을 모금한 이더리움 지갑에서 업비트 등 국내 거래소로 이더리움을 전송한 것을 확인했다. 업비트는 9일 '타거래소 이더리움의 업비트 입금 관련 공식 입장'이란 공지를 통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당사의 약관상 이용제한 규정에 근거하여 해당 계정에 대해 입금된 이더리움을 임의로 출금할 수 없도록 출금정지를 포함한 제한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